대부업 장악·저축은행 인수… 덩치 불리는 일본계 금융"금융소비자·토종 서민금융 목 죌라"
  • ▲ 일본계 자본이 대부업에 이어 제2금융권까지 파고드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특정 업체와 무관) ⓒ 연합뉴스
    ▲ 일본계 자본이 대부업에 이어 제2금융권까지 파고드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특정 업체와 무관) ⓒ 연합뉴스

    일본계 자본이 무서운 속도로 대한민국 금융시장에 파고들고 있다. 

대부업계의 경우, 일본계 자본의 시장점유율은 50%를 넘었다. 업계 1·2위도 일본계 업체가 차지하고 있다.

일본계 자본은 제2금융권으로까지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실제로 에이앤피파이낸셜(러시앤캐시)·J트러스트 등 일본계 금융사들이 대부업체들이 저축은행을 인수했거나 인수 시도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일본계 대부업체가 영역을 넓힐수록 서민의 피해가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과도한 이익만을 추구하는 이들 업체가 서민의 목을 죌 수 있으며, 국내 자본의 서민금융업체들이 설 땅을 잃을 수 있다는 염려다.

◇ 대한민국 대부업·저축은행, 이대로 일본 손에?

일본계 자본은 활발한 마케팅과 강력한 영업력을 무기로 대한민국 대부업계를 장악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일본계 대부업체의 대부잔액은 4조4000억원이다. 전체 8조1000억원의 55.1%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대부업계 1위와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에이엔피파이낸셜(러시앤캐시)과 산와대부(산와머니)의 대부잔액은 각각 1조7128억원, 1조2672억원으로 전체의 46%를 차지하고 있다. 두 업체 모두 일본계다. 

에이엔피파이낸셜은 지난 1998년 외국인투자기업으로 처음 등록된 이후 1999년 10월 최초로 한국에서 영업을 시작한 일본계 대부업체다. 산와대부는 지난 2002년 한국에 진출했다.

이들 일본계 자본들은 한국 진출 10년을 넘긴 지금, 대부업에 이어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으로까지 영역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러시앤캐시는 가교저축은행인 예주저축은행과 예나래저축은행을 인수, 오케이(OK)저축은행으로 간판을 바꿔달고 영업을 개시할 예정이다. 

친애저축은행의 모회사인 일본계 금융그룹 J트러스트는 SC금융지주 계열사인 SC저축은행·SC캐피탈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2012년 미래저축은행(지금의 친애저축은행)을 인수하며 국내에 발을 디뎠다.
 
일본계 대부업체가 한국에 활발히 진출한 것은 한국의 영업 환경이 일본에 비해 유리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지난 2000년과 2006년, 대부업체의 불법추심이 사회문제로 비화되자 법령개정을 통해 이자율 상한을 낮추고 대부업체 감독을 강화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원장은 "일본은 대부업이 상당히 발달한 국가로, 관련 규제 법령 역시 그에 걸맞게 발전돼 왔다. 그래서 눈을 돌린 곳이 상대적으로 시장 발달도 덜 되고 규제 역시 철저하지 않은 우리나라였다"고 설명했다.

◇ 밀려오는 日 금융자본…한국인 피 볼라 

문제는 일본계 금융자본이 한국으로 속속 진출하는 이런 상황이 서민의 입장에선 반갑지 않다는 점이다. 은행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제2금융권이나 대부업체의 문을 두드려야 하는 금융 소외계층의 불이익이 커질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조남희 원장은 "높은 금리와 엄격한 채권추심으로 과도한 이익을 취하는 일본계 대부업체가 늘어날수록 급전이 필요한 서민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 뻔하다"고 지적했다.

국내 금융기관의 경우, 연체이자가 발생해도 소비자의 형편을 고려하는 등 융통성 있게 대하는데, 일본계 금융기관의 경우 이런 고려 없이 지나치게 엄격한 추심을 실시한다는 것이 조 원장의 설명이다.

일본계 대부업체의 급격한 성장으로 국내 중소형 대부업체가 설자리를 잃고 있는 것도 문제다. 한 마디로 '금융 생태계'가 교란된다는 얘기다.

실제로 국내 등록 대부업체수는 계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4월 24일 기준 등록 대부업체수는 9848개로 지난해 6월말 1만223개에서 357개가 줄었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영업이 어려워진 중소형 대부업체가 무등록 대부업체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 무등록 대부업체가 늘어날수록 서민층이 고리사채에 시달리는 등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대부업체가 제2금융권으로 진출하는 현상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조 원장은 "사실상 대부업과 저축은행의 구분이 없어지고 있는 상황인데, 국내 대부업체가 2금융권 진출을 못하는 상황에서 일본계 업체의 진출이 늘어날 경우, 자칫 일본계 금융사만 키워주는 것과 같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국내 업체에 대한 역차별 논란이 나올 수 있기에 우려할만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부실화된 저축은행을 살려두기 위해 일본 자본에 넘기는 상황이 반복해서 발생하고 있는데, 정부 당국이 어떤 의도로 이런 정책을 펼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이같은 정책은 제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