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안전관리 소홀 기관 된서리…임명기간 짧아 기관장 제재는 적어
  • ▲ 기획재정부는 18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2013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결과를 발표했다.ⓒ연합뉴스
    ▲ 기획재정부는 18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2013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결과를 발표했다.ⓒ연합뉴스

     

    기획재정부가 공공기관의 지난해 경영실적을 평가한 결과 성적우수 기관은 줄었지만, 낙제점을 받은 기관이 1년 전보다 2배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평가에서는 세월호 선박 검사를 소홀히 한 선박안전기술공단이 최하위 등급으로 추락하는 등 국민 안전과 관련한 기관들이 된서리를 맞았다.


    ◇ D·E '낙제점'등급 2배 가까이 늘어


    재정부는 18일 2013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결과를 발표했다.

     

    A등급은 2곳, B등급 39곳, C등급 46곳, 낙제등급인 D등급과 E등급은 각각 19곳과 11곳이었다.


    최하위 등급인 E등급(매우 미흡)은 2012년 7곳에서 지난해 11곳으로, D등급(미흡)은 9곳에서 19곳으로 각각 늘었다.


    전체 공공기관 117곳 중 25.6%인 30곳이 해임 건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낙제 등급을 받았다. 이는 지난해 낙제 기관 16곳보다 2배 가까이 는 것이다.


    최고 등급인 S등급은 단 한 곳도 없었고 그다음인 A등급(우수)도 2곳에 그쳤다.


    공공기관 성적 추락은 기관들의 경영성과 부진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방만 경영으로 중점관리대상에 오른 30곳은 성적이 형편없다.


    2012년보다 평가등급이 오른 곳은 한국장학재단 등 4곳뿐이다. 6곳은 전년 수준을 유지했고 20곳은 더 하락했다.


    ◇안전 관리 소홀·파업 등 국민불편 초래 기관에 철퇴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국민 안전 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파업 등으로 국민 불편을 초래한 기관들이 공공기관의 사회적 책무에 대한 평가 강화로 철퇴를 맞아 눈길을 끈다.


    이번 평가에서 선박안전기술공단을 비롯해 울산항만공사와 한국수력원자력 등이 안전관리 미흡을 이유로 E등급을 받았다.


    지난 평가에서 A등급을 받았던 선박안전기술공단은 세월호 부실 검사 등으로 최하위인 E등급으로 4계단이나 추락했다. 적자 운영도 한몫했지만, 세월호 선박검사에서 불법 증축의 위험성을 지적하지 못한 점이 반영됐다.


    경영평가단은 "안전 검사 주무기관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엄중하게 평가했다"고 밝혔다.


    울산항만공사도 경영성과급 차등 지급 실적 저조 외에 액체 위험물을 다량으로 취급하면서도 안전관리 노력이 미흡했다는 이유로 최하위등급을 받았다.


    한국수력원자력은 대규모 적자와 함께 원전부품 납품 비리에 이은 원전 정지 사태로 D등급에서 1단계 더 떨어졌다.


    인천항만공사는 항만 운용사업에 대한 중장기 대책이 미흡하고 안전 관리 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지난 평가 A등급에서 C등급(보통)으로 2단계 떨어졌다.


    한국철도공사는 최장기 파업의 책임을 물어 지난해 평가 C등급에서 E등급으로 낮아졌다.


    거액 연봉으로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한국거래소는 보수·성과·노사 관리 실적이 총체적으로 미흡한 데다 반복되는 전산장애로 말미암아 E등급 낙제점을 받았다.


    ◇성적 저조 기관장들 임명 기간 짧아 제재대상에서 제외


    전반적으로 낮은 평가에도 해임 건의나 경고 대상에 오른 기관장은 적었다.


    평가 결과 최하위인 E등급을 받거나 2년 연속 낙제점인 D등급을 받은 14곳의 기관장은 원칙적으로 해임 건의 대상이다. 하지만 12곳의 기관장이 임명 기간이 6개월 미만이어서 대상에서 제외됐다.


    E등급을 받은 박종록 울산항만공사 사장과 2년 연속 D등급을 받은 남궁민 산업기술시험원 원장은 해임 건의 대상에 올랐다.


    경고 대상 기관도 원칙적으로 16곳이지만, 조인국 한국서부발전 사장 등 10명은 같은 이유로 대상에서 빠졌다.


    D등급을 받은 김선규 대한주택보증 사장 등 나머지 6명은 경고 조치를 받게 됐다.


    정부 관계자는 "공공기관 평가 결과를 이달 중 주무부처와 공공기관에 통보하고 8월 중 대통령과 국회에 보고할 예정"이라며 "3분기 말에 공공기관 정상화 실적을 점검해 인센티브나 제재 등의 조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