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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산업부 정윤나기자
한 달 넘게 계속되는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의 시위로 삼성전자 서초 사옥 인근은 소위 '난장판'이나 다름없다.
매일 오전부터 늦은 오후까지 삼성 사옥 주변에서 장송곡이 울려퍼지고 시위대가 건물 주변을 행진하는가 하면, 이들을 경계하는 경찰병력들은 삼성전자 내부로의 진입을 막는 데 진땀을 흘리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강남역에 직장을 둔 시민들의 불편도 덩달아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들은 매일 노숙 냄새와 시끄러운 확성기 소리에 두손으로 귀를 가리고 인상을 찌푸리며 불쾌한 아침을 맞는 형국이다.
어찌보면 집회에 수고하는 금속노조원들이나 이를 피해다니는 주변 시민들의 불편한 마음은 매한가지다.
이 같은 사태에 삼성전자 측 역시 해결 실마리를 제시해줄 수 없기에 답답할 따름이다. 이들 시위가 법적으로 삼성전자의 교섭 대상이 아닌 만큼 조치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비정규직, 하도급제도는 현행법으로 불법이 아니며 이런 제도를 갖고 있는 대기업은 삼성만이 아니라는 게 팩트다.
이미 고용부는 지난해 삼성전자서비스 본사와 지사, 협력업체 등 14곳에 근로감독을 실시한 결과 "종합적으로 보면 위장도급이나 불법파견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낸 바 있다.
현재 금속노조나 정치권 및 노조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시민단체들은 삼성전자만을 교섭 대상으로 생각한다는 게 가장 큰 골칫거리다.
고용 노동부의 근로감독 판정 및 중소기업인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 사장들의 존재는 아예 부정하려는 모습이 이해할 수 없는 ‘떼쓰기’라는 것이다.
본래 삼성전자서비스 측은 협력사와 수리 위탁계약을 맺은 채 제품을 수리하며 그 대가로 위탁수수료를 지급하는 시스템이다. 서비스 기사들에게 지급되는 임금은 모두 협력사 사장들이 판단해 지급하며 일부 인센티브 역시 각 서비스센터에서 사장들이 직원들에게 재 배분하고 있다.
모든 전자업체들이 이와 같은 형태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음에도, 이들이 왜 삼성전자 서비스만을 문제 삼는 것인지 동정의 시각만 갖기엔 무리가 따른다.
노조 측은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 대표들이 바지사장에 불과하며 협력업체들은 삼성전자서비스가 설립한 위장업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깊숙이 들여다 볼 때 전자제품 수리업체는 십수년 전부터 동네 전파상부터 시작해 지정 수리점의 형태를 거쳐 현행 협력사 형태로 발전해왔다. 협력사는 도급 계약을 맺은 원청의 제품수리가 원칙이며 LG전자를 비롯한 나머지 전자 회사들도 똑같은 방식의 고용 계약을 통해 에프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금속노조 측의 이 같은 집회의 자유는 인정이 되나 핵심은 문제 제기의 상대가 잘못됐다는 게 외부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바지사장에 대한 문제도 회의론이 제기된다.
삼성전자서비스의 협력사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삼성전자서비스의 일을 하지만 하도급 하청관계 직원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엄연히 사장이 따로 존재하는 회사에 근무하는 다른 업체 직원이라는 사실을 정확히 인지해야한다.
따라서 그들의 논리대로라면 집회의 자유 대상이 삼성전자가 되기보다는 IMF 이후 법적으로 보장된 비정규직이라는 제도를 꼬집어 국회로 달려가 이를 개선해달라 투쟁하는 게 마땅한 이치라는 판단이다.
다시말해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원들은 삼성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서비스는 사실상 정부가 현재 사업 형태를 인정했기에 지회와의 교섭에 나설 권한도 의무도 딱히 없다는 걸 이들은 다시 한 번 인지해야 한다.
대규모 시위는 자유지만 아무리 오랫동안 강행해도 상대가 법적인 지위가 없는 이상 합의가 무의미하다는 점이 핵심이다.
장기 투쟁으로 빚어진 더 심각한 문제는 현재 노조 인력이 많은 서비스센터의 경우 정상적인 AS가 불가능해 폐업하는 곳도 속출하는 마당이다. 때문에 노조 측은 결국 수많은 사람들이 당장 일자리만 잃게될 위기에 처해 있다는 걸 깊숙이 들여다봐야 한다.
삼성전자서비스 노사 실무교섭 해결을 명분으로 한 을지로위원회는 현재 이인용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장을 끌어들여 강제나 다름 없는 노사 교섭을 요청, 삼성에 책임을 추궁 하듯 압박을 가하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23일 우원식 의원은 “삼성 이재용 부회장은 임금 및 근로조건, 고용승계와 관련해 전향적인 안을 내놔야 한다”며 “사태가 잘못될 경우 파국 상황을 갈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삼성에) 전달했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면 이건희 회장 장례에 참석해서라도 부당함을 알리고 개입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들은 ‘투쟁의 자유’를 명분으로 매일 동료의 영정사진을 내세워 ‘서초사옥 주변 맴돌기’를 반복하는 게 실제 어떤 도움이 될지 진정 고인에 대한 예의인지 스스로 되물을 필요가 있다.
더욱이 장례식장에서나 들릴 법한 ‘장송곡’으로 인근 주민이나 강남역을 이용하는 죄 없는 시민들에게 통행 불편과 소음 피해를 가중시키는 것만이 협상의 지혜인지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다.
또 국내 경제발전을 주도해온 삼성그룹 오너, 병상의 이건희 회장을 꼬집어 장례식장을 운운하는 무례한 발언은 ‘성숙한 집회’의 모습인지 주변 비판을 통해 반성의 자세를 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