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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부동산시장을 살리기 위한 규제 완화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건설업 규제 완화는 미흡한 실정이다. 건설업계를 살리기 위해서는 최저가낙찰제, 실적공사비제도 등 가격 위주의 입찰제도 개선이 요구된다.
최근 대한건설협회가 발표한 올 1분기 국내 상장건설사(128개사)의 경영성적표를 보면 이들 건설사는 총자산과 자기자본 감소 등으로 역성장을 기록했다. 유동비율은 전년보다 감소한 120.2%를 나타냈고 부채비율은 176.4%로 5.2% 증가했다. 이자보상비율도 78.4%로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충당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국내 시공능력평가 상위 10위 건설사 중 8개사의 수주실적이 연간 목표치의 20~30%에 그쳤다. 해외수주는 역대 최고 수준을 보였지만, 국내 수주는 줄어든 탓이다. 공공수주가 줄어든 것은 대형 SOC(사회간접자본)건설이 줄어든 탓도 있지만, 주요 건설사들이 과징금 부과가 부담스러워 수주에 소극적으로 나선 것도 이유다.
이에 건설업계는 건설업황 회복을 위해 '제 값 받고 제대로 짓는' 풍토를 만들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건설업계를 살리기 위해 개선되어야 할 입찰제도로는 최저가낙찰제와 실적공사비제도가 꼽힌다.
최저가낙찰제는 공공공사 입찰 시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한 업체를 낙찰자로 선정하는 제도다. 과당경쟁으로 너무 낮은 가격을 제시해 시공을 맡은 건설사가 이익을 남기기 위해 부실시공을 할 우려가 있다. 여기에 수익성이 너무 낮다 보니 건설사간 담합을 불러올 우려가 있다.
이에 정부는 계약이행능력에 대한 종합적 심사를 더 한 적격심사제를 함께 시행하고 있지만, 입찰에 나선 건설사들의 기술능력 등 차이가 대동소이해 결국 입찰가격이 좌우한다는 지적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이익을 최소화하면서 경쟁까지 치러야 하다 보니, 담합이란 달콤한 유혹에 빠지기 쉽다"며 "최저가낙찰제는 현장 안전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악재"라고 전했다. -
실적공사비제도도 마찬가지다. 현실적인 시장가격을 반영해 저가 입찰을 막겠다는 도입 취지와 달리 저가로 낙찰된 낙찰률이 시장가격으로 반영되면서 오히려 낙찰자를 옥죄는 도구가 됐다.
건설업계는 "실적공사비 시행으로 낙찰률이 반영된 계약단가가 반복적으로 활용됨에 따라 발주가 거듭될수록 공사원가가 계단식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최저가제의 문제를 보완, 기술력을 보겠다는 기술형입찰제도 결국 가격 위주로 돌아선 지 오래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입찰제도는 저가수주를 강요하고 있다"며 "적정공사비 확보를 위한 방향으로 입찰제도가 개선되어야 건설업황이 살아날 것"이라고 전했다.
최삼규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 회장도 "건설업계는 극심한 수주난과 자금난, 일감 감소로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며 "복지 우선 정책에 밀려 사회기반시설 투자가 소홀해지고 지자체와 공기업 등 부채가 쌓여 얼어붙은 시장이 쉽게 기지개를 켜기 어렵다. 추가적인 정책 지원 여부가 건설경기 회복 여부를 가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