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의 뉴 차이나-上] 친구 신뢰를 바탕으로 거래하라(先做朋友,後做生意,)
  • ▲ ⓒ연합뉴스
    ▲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주석이 묵직한 여운을 남기고 돌아갔다.

     

    1박2일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시 주석의 일정은 박 대통령 표현대로 하자면 '스지엔 또우 취 날러(時間都去哪儿了·내 시간은 또 어디로 갔나)'였다.

     

    정계와 재계, 관계 등의 수많은 인사들을 만나며 '뉴차이나'의 새로운 한중경제 협력의 철학을 제시했다.

     

    진화하는 모델의 요체는 '중국에서 중국을 위하여 중국과 함께'라는 경제 철학이다. Made in China를 넘어 Made for China를 위한 Made with China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 ▲ ⓒ연합뉴스

     

    양적 확대에서 질적 도약으로...'Made with China'

     

    중국의 새 이미지 전략인 'Made with China'는 기실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5세대 중국을 이끌어 갈 시진핑의 등장이 예고될 때 부터 많은 전문가들은 변화하는 중국의 모습에 주목했다. 그가 저장성(浙江省) 성장으로 있을 때 펼친 경제정책의 성과를 익히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른바 '담쟁이 덩굴(靑藤) 경제'로 명명된 이 정책은 양국 기업이 중국 내수시장에서 협력해 상호 경쟁자가 아닌 동반자적인 입장에서 시장을 공동으로 개척하는 모델이었다.

     

    예를 들면 중국기업이 해외투자를 한 후에 현지에서 외국기업과 협력해 다시 공동으로 중국 내수시장 개척에 나서는 형식으로 향후 중국 경제의 정책 방향을 엿볼 수 있는 시금석이었다.


    KOTRA 오영호 사장은 일찌감치 이 같은 변화를 예견했다. 시진핑 시대의 중국경제와 한국의 생존전략을 다룬 저서 '미래 중국과 통하라'에서 중국의 정책코드 변화를 주목했다.

     

    그는 중국과의 협력모델을 양적인 확대에서 벗어나 'Made with China'에 기반을 두고 질적인 도약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중국을 단순히 공장으로 바라보는 시각이나 거대한 시장만으로 생각하는 편견을 넘어서 중국과의 협력전략을 강조했다.

     

    '같이 투자하고 같이 생산하고 같이 판매하며 같이 세계로 진출하는 현명한 친구관리 전략'을 제시했다.

     

  • ▲ ⓒ뉴데일리
    ▲ ⓒ뉴데일리

     


    한중경제협회를 이끌고 있는 구천서 회장은 최근 CCTV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의 흐름은 Made in China가 아닌 Made with China 시대가 될 것"이라며 "두 나라가 서로 보완하고 경쟁하는 가운데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보게 될 것"이라고 새로운 경제협력방식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박 대통령도 지난해 중국 권력 서열 2위인 리커창 국무원 총리와의 대담에서 한국과 중국간 경제 협력 철학으로 'Made for China'를 제시한 바 있다.

     

    중국을 생산 전진 기지로 활용하기 보다 중국 내수시장에 기여해 중국 소비자의 마음 얻겠다는 얘기였다. 리커창은 "과거 일본이 중국을 위한다고 했지만 지금 중국에 남은 것이 거의 없다며 독일 등 유럽처럼 동반관계 돼야한다"고 화답했다.

     

    당시 두 정상은 '양국을 위해 함께 가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이제 'Made with China'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 되고 있다.

     

    중국기업의 우위 요소인 자본과 시장, 한국기업의 장점인 기술과 브랜드를 활용해 산업간의 분업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시너지를 창출하는 일석이조의 모델이기 때문이다.

     

  • ▲ ⓒ뉴데일리

  • ▲ ⓒ연합뉴스
    ▲ ⓒ연합뉴스

     

    저우추취(走出去, 해외진출)...상생 협력


    'Made with China'는 저우추취(走出去, 해외진출)와 연결된다.

     

    중국기업이 해외투자를 한 후에 현지에서 외국기업과 협력해 성공한 뒤 다시 공동으로 중국 내수시장을 개척하는 윈-윈 전략이다. 합자(Joint Venture) 등 단순한 형태의 협력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중국 내수시장 진출을 의미한다.

     

    이 경우에 현지 판매와 유통을 담당하는 중국 기업은 '저우추취'를 확대하고 동시에 중국 내수시장을 보호하는 효과를 얻게 된다.

     

    외국 기업은 브랜드 파워 및 기획업무를 분담하면서 중국 자본유치 및 내수시장 진출 확대의 효과를 거두게 된다.

     

    대표적인 예는 상하이에 본사를 둔 푸싱(復星)집단이다. 지난 2010년 푸싱은 프랑스의 세계적인 리조트 회사인 클럽메드(Club Med)의 지분을 인수했다. 이것은 푸싱그룹이 클럽메드와 공동으로 중국에 역진출해 급성장하는 발판이 됐다.

     

    일반적인 합자(JV) 등 단순한 형태의 중외기업간 협력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중국 내수시장 진출을 시도해 큰 성과를 냈다.

     

    클럽메드 지분 참여 이후 푸싱은 원체이스맨해튼플라자, 시크릿레시피 등 최근 세계 곳곳에서 대형 인수합병을 잇달아 성공시키며 글로벌 부동산 및 M&A 업계의 기린아로 떠올랐다. 최근에는 우리나라 LIG손보 인수에 눈독을 들이기도 했다.

     

    푸싱의 성공전략은 내수확대와 도시화를 추구하는 '뉴 차이나'의 정책 코드를 잘 활용한 대표사례로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 ▲ 푸싱집단에서 바라본 상하이ⓒ제공=한중경제협회
    ▲ 푸싱집단에서 바라본 상하이ⓒ제공=한중경제협회


    중국의 도시화 속도는 무척이나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세계은행의 보고서 등을 인용해 2020년이면 중국의 도시화가 정점에 이르고 구매력을 갖춘 중산층이 전체 인구의 40%인 6억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에너지 절감 및 환경보호, 서비스산업, ITS 등 분야에서 미래의 시장기회가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한국기업이 여기에 포커스를 맞춰 중국의 내수확대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한 실행 전략이 바로 'Made with China'이다.


    우리 정부와 기업들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4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중 경제통상협력 포럼에서 SK와 포스코, LG화학 등은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다.

     

    SK그룹의 경우 정웨이그룹과 ICT 전략적 제휴 MOU를 체결했다. 포스코도 중국내 일관제철소 건립을 위해 충칭강철집단과 약 33억달러를 공동투자해 300만톤 규모의 파이넥스 일관제철소를 건설키로 하는 내용의 협정을 맺었다.

     

    LG화학은 난징시 인민정부와 전기자동차 배터리 생산과 관련한 투자 협약을 체결했다. 30만대 규모의 충칭 공장건설을 추진중인 현대자동차와 5억달러 규모의 시안 반도체 공장에 공을 들이고 있는 삼성도 의미있는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이날 시 주석과 한중 기업인·경제계 인사 등 400여명이 모인 자리에서 '저우추취'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한국은 전 세계 47개국과 FTA를 체결하고 있어서 중국 기업들의 한국투자는 세계로 뻗어나가는 통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측은 "'메이드 위드 차이나'가 반드시 중국과 합작을 하는 것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며 "삼성 같은 경우엔 100% 자기자본으로 중국에 투자했다. '메이드 위드 차이나'라는 것은 중국과 함께 발전하자는 것"이라고 호응했다.

     

  • ▲ ⓒ청와대사진기자단
    ▲ ⓒ청와대사진기자단

     

    '라오펑유(老朋友)'가 된 한중 사이의 꽌시(關係 관계)가 돈독해지고 있다.

     

    하지만 서로 믿고 의지할 좋은 이웃이 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중국도 그런 현실을 잘 아는 듯 시 주석은 방한을 통해 선뜻 위안화 직거래 시장 개설과 청산은행 자격부여 등 선물 보따리를 풀어 놓았다. 친구의 나라에 먼저 호의를 베푼 셈이다.


    셴쭤펑유(先做朋友, 먼저 친구가 되라)가 된 한국과 중국.

     

    이제 허우쭤성이(後做生意, 신뢰를 바탕으로 비로소 거래해라) 차례이다.

     

    'Made in China(중국에서 가공 후 수출)'를 벗어나 'Made for China(중국 내수시장 진출)', 'Made with China(중국과의 상생협력)'로 한 걸음씩 나가야 할 때가 도래했다.<계속>

     

  • ▲ ⓒ청와대사진기자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