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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그룹은 자동차 판매에 앞서 기업 이미지를 팝니다. 그 홍보효과는 측정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최근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 'BMW그룹 드라이빙 센터'를 건립한 BMW의 한국지사 임원의 얘기다. 제품의 역사와 전통을 전달하면서 한국 소비자들에게 브랜드 가치와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헤리티지(heritage · 유산) 마케팅'이 BMW의 강점이란 설명이다.
글로벌 5위 업체인 현대차그룹의 정몽구 회장도 이같은 유럽식 경영철학을 넘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한전 부지에 자동차 랜드마크를 세우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이 서울 삼성동 한전부지 매입이 확정되면 추진할 ‘글로벌 비지니스 센터(GBC)’가 그 컨트롤타워를 맡게될 전망이다. 서울시에 위치한 그룹 계열사 30곳 등을 한 곳에 모아 통합운영은 물론 인근 공간을 활용해 출고센터, 박물관, 전시장, 체험관 등을 하나로 묶어 문화 및 생활, 컨벤션 기능을 아우르는 랜드마크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미 세계 시장에서 현대·기아차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폴크스바겐, BMW, 메르세데스-벤츠, GM, 도요타 등 세계 유수 자동차 업체들은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사활을 걸고 있으며, 이를 위해 본사 및 인근 공간을 활용해 출고센터, 박물관, 전시장, 체험관 등을 하나로 묶어 새로운 가치를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다.
특히 폴크스바겐이 본사와 출고센터, 박물관, 브랜드 전시관 등을 연계해 운영하고 있는 독일 볼프스부르크市의 '아우토슈타트'가 대표적이다. 독일 관광청이 독일 10대 관광명소 중 하나로 선정한 아우토슈타트는 20만명 가까운 외국인을 포함해 연간 250만명의 고객 및 관광객이 방문하는 독일의 대표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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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와 출고센터, 박물관이 콤플렉스 형태를 이루고 있는 독일 뮌헨市의 BMW 본사와 독일 슈투트가르트市의 메르세데스-벤츠 본사 역시 연간 70만명 이상이 들르는 해당 지역의 '필수 방문 코스'가 되었고, 미국 디트로이트市에 위치한 GM 본사와 일본 도요타市의 도요타 본사 역시 해당 지역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며 각 사 브랜드 가치 제고에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반면, 한국을 대표하는 자동차전문그룹인 현대차그룹은 공간적 한계로 인해 글로벌 업체들과의 브랜드 가치 경쟁에서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해 있음. 현대·기아차 브랜드 가치 향상을 통해 세계 시장에서 한 단계 도약하려는 현대차그룹에 있어 GBC가 절박한 이유.
현대차그룹 측은 "GBC가 건립될 경우, 코엑스-잠실운동장 일대를 국제업무·전시·컨벤션 중심의 '국제교류복합지역'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발표한 서울시의 청사진과도 일치한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06년부터 GBC 건립을 계획했다. 서울 성수동 뚝섬 인근에 약 2조원을 투자해 GBC를 짓고 그룹 전 계열사를 한 곳으로 모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서울시의 초고층 건축관리 기준으로 인해 무산됐다. 한전 부지 매입은 현대차그룹의 오랜 숙원을 풀어줄 소명 사업이다.
한편 한전 부지는 최소 3조원에서 4조원 이상까지 매입 가격이 언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