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V·DTI 규제 완화 영향
휴가철 이후 거래 본격화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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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의 금융규제 완화가 지난 1일부터 시작되면서 서울·수도권 곳곳에서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퍼지고 있다.

    매도자들이 매물을 거둬들이는가 하면 호가를 올려 계약 직전에 거래가 무산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3일 부동산 중개업소에 따르면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부동산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계약 직전 거래가 중단되는 일이 늘고 있다.


    서울 강동구 둔촌동 주공3단지 112㎡형의 경우 7억6500만원에 매물이 나왔다가 집주인이 계약 현장에서 7억8000만원으로 호가를 올리면서 거래가 무산됐다.


    둔촌동 SK선경공인 박노장 대표는 "지난 1일에 거래를 하기로 약속했는데 집주인이 휴가철 이후까지 기다려보겠다며 계약을 취소했다"며 "요즘 매수자가 나타나면 그 즉시 집주인이 호가를 높여 거래가 잘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 동작구 상도동 일대도 마찬가지다.


    상도동 래미안상도3차 109㎡는 지난달 말 6억원으로 호가가 상승한 뒤 8월 들어서 6억1000만~억3000만원으로 시세가 형성됐다.


    상도동 이희지부동산 이희지 대표는 "LTV·DTI 등 규제가 풀리면서 실수요자들이 주택 구입에 나서고 있는데 막상 집을 보러 가면 집주인들이 그 자리에서 호가를 1000만~2000만원씩 올려버린다"며 "매수자들이 따라가면 집주인들이 가격을 올리고 도망가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금융규제 완화에 대출 상환 압박에 매도를 고민하던 이들의 매도 취소도 잇따르고 있다.


    전세 1억8000만원을 끼고 5억5000만원의 대출을 받아 무리하게 둔촌 주공 재건축 단지를 구입했던 A씨는 최근 대출 상환 부담을 못 견디고 집을 팔려 했지만, LTV·DTI 완화로 대출 가능 금액이 확대될 것으로 보이자 매도를 취소했다.


    둔촌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추가 대출을 받아 좀 더 버티면서 집값이 고점에 달했을 때 팔겠다는 계산"이라며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이달 중순 추가 금리 인하도 예고돼 있어 이런 현상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공인중개업소들은 여름 휴가철이 마무리되는 이달 중순 이후 주택 시장이 본격적으로 달아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주택 구입을 망설이던 이들이 구매 행렬에 동참하고 있어서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도 "전세를 살던 사람들이 집값 상승에 불안감을 느끼며 집을 사려고 하는 모습이 두드러진다"고 전했다.


    실제로 주택 거래량은 이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주택 거래량은 총 6142건으로 지난 6월보다 18.4% 증가했다. 7월 거래량으로는 2009년 7월 이후 최고치다.


    그러나 거래가 늘더라도 가격 상승세는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완화 정도를 봐야겠지만, 임대소득 과세 등 악재가 있어 투자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은 낮다"며 "실수요자 위주로 시장이 재편된 만큼 과거처럼 과열 현상을 보이거나 집값이 급등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