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제재심의위 결과 주목… 결과에 따라 강경 대응할 터"
  • ▲ 국민은행 제1노조가 1년 1개월만에 경영진에 대한 출근 저지 시위를 벌였다. 사진은 제1노조 관계자들이 시위를 준비하는 모습. ⓒ 유상석 기자
    ▲ 국민은행 제1노조가 1년 1개월만에 경영진에 대한 출근 저지 시위를 벌였다. 사진은 제1노조 관계자들이 시위를 준비하는 모습. ⓒ 유상석 기자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국민은행 제1노조)가 임영록 KB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 대한 출근 저지 시위에 나섰다. 

이번 출근 저지 시위는 갓 취임한 이 행장이 노조와 갈등을 빚던 지난 7월 이후, 1년 1개월만이다. 그러나 11일 오전 열린 첫 시위에서는 물리적 충돌 등 극단적 대립 양상은 보이지 않았다.

◇ 1년 1개월 만의 출근 저지… 물리적 충돌 없어

국민은행 제1노조는 11일 오전 명동 KB금융지주 본사와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에서 각각 임 회장과 이 행장에 대한 출근저지 시위를 벌였다.  

이 행장이 이날 오전 8시20분 경 여의도 본점으로 들어서자 노조원들은 '관치금융 철폐', '낙하산 퇴진' 등의 구호를 외쳤다.

그러나 1년 1개월 전과 같은 극단적인 대립 양상은 보이지 않았다. 청원경찰에게 둘러싸여 출근하는 이 행장을 노조가 물리력으로 막진 않은 것이다. 스크럼을 짠 채 은행 앞에서 대기하다가 출근하는 이 행장을 막으려고 몸싸움까지 벌이던 작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이 행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입장을 알려 달라"는 등의 취재진 질문에 별다른 답을 하지 않은 채 집무실로 들어갔다.

임 회장과 노조 간의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임 회장이 본사로 출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임 회장은 이 날 자회사인 KB캐피탈 업무보고를 받기 위해 해당 회사로 출근했다.

◇ "14일 제재심의위, 납득할 만한 결과 안나오면…" 

노조 측은 금융감독원의 조속한 경영진 제재 등을 요구하며 당분간 출근 저지투쟁을 계속한다는 방침이어서 노사 간 마찰은 이어질 전망이다.

노조가 강경 투쟁에 나서는 것은 '금융당국이 임 회장과 이 행장 모두를 살리려 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지난 5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중징계를 사전 통보 받았다. 그러나 6월로 예정돼 있던 제재 확정이 차일피일 미루어지면서 일각에서는 '징계 수위에 변화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떠돌고 있다. 

제1노조 측은 "두 인물 모두 자리를 지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대로 가다가는 관치 인사 때문에 조직이 망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들었기 때문에 투쟁에 나선 것"이라고 주장했다.

KB국민은행노동조합(제3노조) 역시 같은 입장을 취했다. 윤영대 제3노조 위원장은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대로는 안된다'는 위기 의식에 국민은행 전 조직원이 생각을 같이 하고 있다"며 1노조의 움직임에 공감을 표했다.

제3노조 측은 "오는 14일 열리는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임 회장과 이 행장에 대한 제재 수위가 결론날 가능성이 높다"며 "이 날 KB 조직원 모두가 납득할 만한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날 열린 출근 저지 시위에서 물리적 충돌이 일어나지 않은 것과 관련, "굳이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와 시선을 끌었다.

국민은행의 한 지점장급 인사는 "작년의 경우, 낙하산 인사의 부당성을 알려야 하는 노조 측에서 많은 사람에게 그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물리력 동원 등 강경한 수단을 이용한 것"이라며 "이번의 경우, 많은 조직원이 노조의 주장에 동조한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굳이 강경한 방법을 쓰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같은 '비물리적' 시위가 얼마나 오래 갈 지는 미지수다. 제1노조가 당분간 시위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힌 데 이어, 제3노조 역시 '결과에 따라 강경 대응하겠다'고 벼르고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KB 관계자는 "임 회장과 이 행장에 대한 제재 수위가 낮아질 경우, 내부 갈등이 더욱 격해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