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사태' 책임 추궁"고발 횟수 7건 넘어…아들이 아버지 신고하는 심정"
  • ▲ 임영록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 등이 저축은행 사태의 책임을 물어 노조 등으로부터 또 고발당했다. ⓒ 유상석 기자
    ▲ 임영록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 등이 저축은행 사태의 책임을 물어 노조 등으로부터 또 고발당했다. ⓒ 유상석 기자

    임영록 KB금융 회장이 7일 노조로부터 또 고발당했다. 본지가 기사로 다룬 것만 지난 5월에 이후 벌써 3번째다. 노조 측은 "최소 7건 이상"이라고 집계했다. 

이번에는 그가 이건호 국민은행장과 함께 저축은행 사태의 책임자로 몰려 고발당했다. 그가 관료로 근무하던 당시 저축은행법 시행령 개정을 주도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노조 등의 주장이다.

◇ "규제만 손대지 않았어도…" 저축은행 피해자 '울분'

KB국민은행노조(제3노조)는 시민단체인 투기자본감시센터, '저축은행 사태' 피해자 모임인 전국저축은행비상대책위원외와 함께 7일 오후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 단체들은 임 회장을 비롯, 한덕수 전 재정경제부 장관·이건호 국민은행장·정찬우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윤증현 전 금융감독위원회(현 금융위원회) 위원장·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등을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배임 및 업무상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피고발인들이 저축은행법 시행령을 개정했으며, 그로 인해 저축은행 사태가 야기됐다고 주장했다.

저축은행에는 원래 대출 관련 규제가 있었다. 동일인(법인 포함)에게 대출할 수 있는 금액을 80억원으로 묶어놓은 것이다. 그러나 지난 2005년 상호저축은행연합회가 규제 완화를 요구함에 따라 2006년 해당 규제가 없어졌다. 저축은행은 특정인 또는 기업에게 무제한으로 돈을 빌려줄 수 있게 된 것이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돈을 빌려줄 수 있게 됨에 따라 부실채권도 늘어났고, 은행에 비해 그 규모가 작았던 저축은행들은 이를 감당하지 못해 결국 부실화로 이어질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 해당 단체들의 설명이다.

이 같은 부실화가 가능했던 것은 당시 금융당국의 관료들이 법령에 손을 댔기 때문이고, 국책연구기관의 이론적 뒷받침이 가능했기 때문이라고 이들은 목소리를 높였다.

윤영대 KB국민은행노조 위원장은 "한덕수 당시 재경부 장관과 임영록 당시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이 이 같은 내용의 저축은행법 시행령 개정을 주도했고, 윤증현·김석동 당시 금융위원장들은 저축은행의 BIS비율·고정이하여신비율 제한을 조정하는 등 저축은행 부실화를 초래했다"며 "당시 국책기관 연구원 또는 교수였던 이건호 행장, 정찬우 부위원장 역시 이 같은 행위에 논리적 근거를 주도한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김옥주 저축은행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해당 사태로 인한 직접 피해자만 10만명에, 피해 액수는 총 1조 3703억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은행에 비해 저축은행은 영세하고 취약해 대출금 한도 제한이 필수적임에도 당시 금융 관료들은 위임 범위를 초과해가면서까지 동일인 한도 철폐 제한 규정을 없애버렸다"며 "이들에게 반드시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 윤영대 KB국민은행노조 위원장(왼쪽 세번째 마이크 잡은 이)는 "오죽 했으면 노조가 경영 수장을 또 고발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 유상석 기자
    ▲ 윤영대 KB국민은행노조 위원장(왼쪽 세번째 마이크 잡은 이)는 "오죽 했으면 노조가 경영 수장을 또 고발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 유상석 기자

  • ◇ 계속되는 고발… 제재 심의 영향 미칠까

    임영록 회장이 노조로부터 고발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5월 LIG 손해보험 인수 건에 대해 배임 등의 혐의로 고발당했다. 6월엔 주전산기 교체 건과 관련해 업무방해 혐의로 이건호 행장과 함께 고발당한 바 있다. 윤영대 위원장은 "언론에 다루어지지 않은 건까지 포함하면 최소 7건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체의 수장과 노조가 갈등을 겪는 일은 흔히 있는 경우다. 하지만 아무리 갈등이 심해도 노조로부터 7건 이상의 고발을 당하기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이와 관련, 노조 측은 "오죽하면 고발을 거듭하겠느냐"는 입장을 보였다. 윤 위원장은 "조직을 가정으로 비유한다면 아들이 아버지를 거듭 고발한 것과 같다. 조직원으로서도 마음이 불편하다"면서도 "하지만 공익적인 차원에서 누군가는 해야 할 결정이었다. 아픔을 무릅쓰고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 등이 임 회장과 이 행장을 '또' 고발한 7일은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의 심의 일자를 1주일 남긴 시점이다. 이들은 오는 14일 금감원에 '또' 출석해 심의 절차를 밟는다. 이날 결론이 날 것인지는 아직 불투명한 상태지만, 이들에 대한 계속되는 형사 고발이 심의 결과에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금융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