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 기원' 언론 광고 全無… 월드컵마케팅 실패·경기불황 탓
  • ▲ 아시안게임이 한 달 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금융권의 스포츠마케팅은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사진은 인천아시안게임 공식 후원사 신한은행 홈페이지. ⓒ 신한은행 제공
    ▲ 아시안게임이 한 달 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금융권의 스포츠마케팅은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사진은 인천아시안게임 공식 후원사 신한은행 홈페이지. ⓒ 신한은행 제공

    금융권의 스포츠마케팅이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다. 특히 인천아시안게임을 불과 한 달 여 앞두고 있는 현재, 이를 활용한 광고 등이 전혀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일각에서는 지난 초여름 월드컵마케팅의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하지만 마케팅 전문가들은 전반적으로 침체된 사회 분위기를 원인으로 꼽았다.

◇ 아무도 언급 않는 아시안게임… '한 달 전 맞아?'

신한은행은 2014 인천아시안게임 공식 후원은행으로 선정됐다. 신한은행 측은 아시안게임 입장권 2억원 어치를 구매하는가 하면, 스크린골프 기기 제작업체인 골프존과 함께 스크린골프 대회를 열어 골프 종목에서 한국의 우승을 기원하는 등의 행사에 나섰다. 아시안게임 마케팅 전용 홈페이지를 열고 관련 기념 주화, 전용 예금 상품 등을 판매 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시안게임 선전을 기원하는 대규모 TV 광고 등은 찾아보기 어렵다. 지난 6월 시작된 2014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 5월부터 대대적인 TV 광고를 하던 하나은행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엠부시마케팅 역시 사라진 상태다. 엠부시마케팅(ambush marketing)이란 특정 행사의 공식 후원업체가 아니더라도, 그 행사를 연상하는 문구나 배경 등 다양한 요소를 이용해 시선을 사로잡는 마케팅 기법을 의미한다. 지난 2002년 월드컵에서 월드컵 공식 후원사가 아니었음에도 응원법 전파를 통해 성공적 마케팅을 거두었던 SK텔레콤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현재로썬 공식 후원사인 신한은행은 물론, 어느 금융사에서도 아시안게임을 겨냥한 직접적인 광고 등을 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 신한은행 측은 "다소 늦어지고 있긴 하지만, TV 광고 등을 통한 홍보를 준비 중"이라는 입장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오는 9월 방영을 목표로 아시안게임의 성공적 개최를 기원하는 매스컴 광고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 월드컵 실패·경기 침체 때문에… 쏙 들어간 스포츠마케팅

스포츠마케팅의 실종과 관련, 일각에서는 브라질 월드컵의 초라한 성적에 따른 마케팅 실패로 인한 것이라고 추측했다.

스포츠마케팅업계의 한 관계자는 "2014년 월드컵에서 홍명보호의 성적이 너무 초라했던 탓에, 월드컵 분위기가 빨리 사그라들었다. 이 탓에 월드컵마케팅에 많이 투자했던 회사들은 울상을 지어야 했다"며 "그 때의 '트라우마' 때문에 지금 아시안게임마케팅에 기업들이 소극적인 면모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전문가들은 경기불황과 내수부진으로 인해 침체된 분위기를 원인으로 꼽았다. 특히 계속되는 저금리 기조로 은행들이 경영상 어려움을 겪는 현 상황에 무게를 두었다.

조윤기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 겸임교수(미디어경영전공)는 "아시안게임마케팅의 실종에 월드컵 성적의 부진이 영향을 미친 측면이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그런 점 보다는 경기불황과 내수부진이 더욱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조 교수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경우, 마케팅을 투자보다는 경비로 보는 측면이 있다"며 "경기의 침체로 인해 수익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마케팅이라는 '경비'에 돈을 쓰는 결정을 내리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은행 등 금융기관의 경우 스포츠마케팅을 직접적으로 하기 더욱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는 등 경영 환경이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비용의 추가 지출을 결정하기란 쉽지 않다는 게 조 교수의 설명이다.

전인경 서울문화사 브랜드마케팅팀 담당 역시 "현재 전체적으로 기업들이 마케팅 및 홍보비용을 축소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체육 행사를 통한 마케팅의 경우, 우리나라에선 그 효과가 오래가지 못하는 경향을 보인다. 행사가 끝남과 동시에 열기가 식어버리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스포츠와 무관한 기업들이 쉽사리 스포츠 마케팅에 뛰어들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시안게임을 한 달 여 앞두고도 이를 활용한 마케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현 상황에서, 과감히 스포츠마케팅에 투자하는 것이 전략이 될 수 있다는 조언도 나왔다.

조 교수는 "아무도 엄두를 내지 못하는 지금, 아시안게임을 이용한 스포츠마케팅을 시도하면 눈에 확 띄기 때문에 소비자의 시선을 잡아끌 수 있다"고 귀띔했다.

전인경 담당 역시 아시안게임마케팅의 유효성에 동의했다. 그는 "월드컵과 달리 아시안게임은 여러 종목이 어우러지는 경기 대회인 만큼, 접근할 수 있는 방향이 넓다"며 "월드컵과는 또다른 세계적 축제라는점을 인지하면 유리할 것이다. 스타 마케팅을 통해 이미지를 제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