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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궁사들의 활약은 신궁에 가까웠다. '주몽의 후손'이라고 하기에 손색이 없었다. 우리나라 궁사들은 '2014 아시안게임' 양궁 종목에서 금메달 총 8개 가운데 5개를 휩쓰는 쾌거를 이뤄냈다.
이 같은 쾌거 뒤에는 비인기 종목임에도 꾸준히 이어온 현대차그룹의 '통 큰 지원'이 있었다.
현대가(家와) 양궁의 인연은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 때부터 시작됐다.
1984년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 사장이었던 정몽구 회장은 LA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을 본 뒤 양궁 육성을 결심하고 1985년 대한양궁협회장에 취임했다.
이후 현대정공에 여자양궁단을 창단하고 이어 현대제철에 남자양궁단을 창단했다.
정몽구 회장은 지난 1985년부터 현재년까지 4번의 대한양궁협회장과 명예회장직을 역임하면서 29년간 양궁인구의 저변 확대와 우수인재 발굴에 열정을 쏟았다.
이 기간 동안 첨단 장비 개발에도 38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우리나라 양궁이 오늘날 세계 최정상 자리를 굳건히 지킬 수 있었던 힘은 정몽구 회장에서 정의선 부회장으로 되물림되는 '양궁사랑'이다.
정의선 부회장은 2005년부터 부친에 이어 대한양궁협회장을 맡아 오면서 양궁발전을 위해서는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정의선 부회장은 종종 선수들을 찾아 격 없이 식사를 하며 선수단을 격려하고 블루투스 스피커와 책 등을 선물로 주기도 했다.
아시안게임 양궁경기를 앞둔 지난 19일부터 계양아시아드 양궁장을 직접 찾아 경기장 시설들을 꼼꼼히 살피고 안전 상황 등을 체크하는 등 바쁜 업무 시간을 쪼개 서울 양재동 사무실에서 인천 서운동 경기장까지 왕복 70㎞ 거리를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다녀왔다.
협회 관계자는 "정의선 부회장이 매일 찾아와 선수들에게 불편한 점이 없는지를 물었다"며 "경기 운영위원회에도 선수들이 경기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안전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수 차례 당부했다"고 말했다.
정의선 부회장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선수단이 정신적으로 흔들리지 않고 평소의 기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다양한 연습 공간을 제안했다.
이에 지난 8월말 양궁 대표팀은 기아와 넥센 경기가 열린 목동야구장을 두 차례나 찾아 팬들의 함성 속에서 실전을 방불 케하는 훈련을 실시하기도 했다.
정의선 부회장은 평소 선수들 및 코치진과 가족처럼 지내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들이 제일 먼저 정의선 부회장에게 달려간 것도 그 동안 선수들에게 정의선 부회장의 격려와 응원이 얼마나 큰 힘이 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현대차그룹의 '통 큰 포상'도 양궁대표단의 노력과 성과에 더욱 힘을 실어주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의 4억원 시상 이후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5억원, 2008년 베이징 올림픽 6억5000만원,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5억4000만원, 2012 런던올림픽 16억원 등 올림픽과 아시안 게임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선수단과 코치진에게 총 37여억원 이상을 포상금으로 지급했다.
정의선 부회장의 양궁사랑은 국가대표 선수들에게만 머무르지 않는다.
양궁 꿈나무 선수들에 대한 지원과 양궁 저변확대를 위한 각종 지원사업으로 활발히 이어지고 있는 것.
정의선 부회장은 지난 7월 열린 대통령기 전국남녀대회에서 8강 이상 진출한 전국 고교 남녀 궁사 16명에게 시력 보호용 선글라스를 지급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또 지난 9월에는 경북 예천군 진호국제양궁장에서 열린 제46회 전국 남여 양궁종합선수권대회 결승전에 참석해 선수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한편 양궁을 29년간 후원해 우리나라 대표 효자 종목으로 탈바꿈 시킨 현대차그룹의 비인기 종목에 대한 애정은 봅슬레이 국가대표팀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는 최근 세계 정상급 자동차 개발기술을 접목시킨 최초의 국산 봅슬레이 설매를 제작해 오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국내 기술로 만든 썰매를 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