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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독일 청년 볼프강 폴 로프스는 전쟁으로 폐허가 된 고국을 떠난다. 잠시 영국에 머무르다 머나먼 캐나다까지 간 로프스는 1955년 형 비틀을 구입한다. 그리고 1957년, 그의 ‘진짜’ 여행이 시작됐다.
그와 1955년형 비틀의 첫 여행은 북미 대륙과 남미 대륙을 횡단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북미횡단도로 완공이 계기가 됐다. GPS도 내비게이션도 없던 시절, 196일 동안 61,800km를 달렸다. 그도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알고 있었는지, 비틀에게 ‘Fe en Dios’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신앙’이란 뜻이다.
1961년 비틀에게 ‘Magré Tout(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란 새로운 이름이 붙었다. 두 번째 여행을 위해서였다. 유럽과 아프리카를 횡단하며 103일 동안 모두 68,000km를 달렸다. 시드니를 거쳐 캐나다로 돌아간 그는 오래지 않아 3차 여행에 도전했다.
비틀의 이름은 ‘Once More(한 번만 더)’로 바뀌었다. 서남아시아를 가로지르는 이 여행에는 172일이 소요됐으며 36,500km를 달렸다.
마침내 캐나다로 돌아간 그는 그 자동차를 폭스바겐 캐나다 지사에 팔았다. 이 딱정벌레 차는 광고대행사인 DDB가 광고 캠페인에 이용하는가 하면, 캐나다 국립 박람회에 전시되면서 우대받았다.
시간이 흐르고 비틀은 그를 ‘미친 듯’ 사랑해주는 사람을 새로이 만난다. 캐나다 온타리오 주에 사는 엠마뉘엘 튈리에는 남들이 쳐다보는 것조차 싫어할 만큼 비틀을 애지중지했다. 그러던 어느 날 튈리에는 폭스바겐 잡지를 보다 자기 차의 멋진 과거를 알게 된다.
비틀을 몰고 300km를 달려 로프스를 찾아간 튈리에는 로프스의 세계여행 60주년을 기념해 또 다른 세계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그 때 비틀의 주행거리는 296,119km였다.
오스카와 에미상을 수상한 휴버트 데이비스가 찍은 이 30분짜리 다큐멘터리는 2014년 1월 다큐멘터리 전문 채널인 디스커버리에서 방영됐다.
사람들은 이 긴 ‘광고’에 마음이 뭉클해져 30분이란 시간을 기꺼이 할애했고, 브랜드와 함께 추억과 향수를 나눴고, 심지어 브랜드와 사랑에 빠지기도 했다.
광고문안 한 줄 없는 이 ‘다큐멘터리 필름’이 2014년 칸 라이언즈 크리에이티비티 페스티벌에서 브랜디드 콘텐트&엔터테인먼트 부문 은상과 필름 부문 동상을 받은 건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