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뒤 GDP 3%↑·수출업종 호조中企·경공업·농수산물 타격 불가피


  • 10일 오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가 실질적으로 타결됐다고 선언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미국과 유럽연합(EU)에 이어 중국까지 세계 3대 경제권과 FTA를 맺는 나라가 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번 FTA 협상 타결에 따라 한국의 '경제 영토'는 기존 세계 5위(60%)에서 칠레·페루에 이은 3위(73%)로 두 계단 오르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증시 전문가들은 한·중 FTA 수혜주가 부각되면서 냉각된 주식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어주는 계기가 되고, 한국 경제에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중국과 경합을 벌이는 업종들 중 가격 경쟁력 등이 뒤쳐지는 산업은 경영환경이 급속히 악화될 것으로 우려,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0년 후 GDP 3% 증가…韓, 경제 영토 3위 등극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 상대국으로 꼽히고 있어 이번 타결로 관세가 철폐되면서 국내 실질 GDP가 늘어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특히 중간재 품목을 중심으로 대중(對中) 수출이 개선될 것이란 설명이다. 관세율이 낮아지고 지방정부 규제를 비롯한 비관세 장벽이 해소되면 현지 업체 대비 국내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안기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중 FTA 발효 후 5년 뒤면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0.92~1.25% 추가 확대되고, 10년 후면 2.28~3.04% 증가가 예상된다"며 "전품목에 걸쳐 관세율이 50% 감축되면 농수산업 생산은 0.84% 감소, 제조업과 서비스업은 각각 0.92%, 1.56% 증가해 전체 GDP는 1.1%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도 한·중 FTA가 타결되면 10년 뒤 한국의 실질 GDP가 최대 3%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FTA 발효 후 5년 내 177억~233억달러, 10년 내 276~366억달러의 대 중국 수출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분석이다.

    한편 우리나라와 중국 간 총 교역액은 지난해 기준 22억8800만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은 중국에 총 14억5800만달러를 수출했고, 8억3000만달러를 수입했다.

    ◇관세 인하 효과에 웃음꽃 핀 수출 업종

    이번 한·중 FTA 타결로 수혜를 입을 것으로 관측되는 업종은 자동차부품과 소비재 등 관세율 인하에 따른 수익성 개선이 예상되는 업종과 함께 한류열풍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는 문화콘텐츠 사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KIEP는 이번 타결로 자동차(최대 20%), 화장품(5%), 유아용 분유(5%), 석유화학제품(평균 3.9%) 등의 관세 하락으로 한국산 제품의 수출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노아람 KDB대우증권 연구원도 지난 7일 "타결이 이뤄지면 자동차 부품주, 한국 화장품, 문화콘텐츠 등 소비문화 관련주 등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한 바 있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자동차, 자동차 부품, 운송업체는 대중국 관련 판매 증가 가능성과 비교 관세를 감안했을 때 FTA의 긍정적 효과를 얻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자동차 부품사업의 경우, 중국 사업 기여도가 높다는 평가다.

    안종훈 부국증권 책임연구원은 "이번 타결로 자동차부품 위주의 수혜가 기대되지만, 완성차의 경우 중국생산 기지를 보유한 BMW, 벤츠, 도요타 등 글로벌 경쟁업체들의 중국생산차량에 대한 국내유입 우려는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화장품의 경우 관세 인하로 10% 내외 원가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박종대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중국 화장품 ODM 생산업체들이 수익성 측면에서 국내를 능가하는 이유는 판가 원가 스프레드와 인건비, 원료 수입 비중(70%) 때문"이라며 "FTA 발효 후 이러한 원가 부담이 완화되면 단기적인 수익성 개선을 기대할 수 있어 가격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격경쟁력 못 갖춘 中企·경공업·농수산물 울상

    그러나 이번 FTA 타결이 우리 산업에 장밋빛 미래만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섬유·의복이나 가구, 생활용품 등은 중국의 값싼 노동력으로 경공업 제품에서 높은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 제조업체 500곳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업체 가운데 17%가 한·중 FTA 발효에 따른 구체적인 대비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업종별로는 금속가공제품(기계 및 가구제외·38.1%), 1차금속(29.4%), 자동차 및 트레일러(27.3%) 등은 한·중 FTA 발효가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했다.

    이 기업들은 중국 제품의 수입 증가로 시장 점유율 하락(84.1%, 복수응답), 중국 제품과 가격 경쟁에 따른 제품가격 인하(84.1%), 중국기업의 한국진출 확대에 따른 경쟁심화(44.4%) 등을 부정적 이유로 꼽았다.

    김경만 중기중앙회 정책개발2본부장은 "취약 업종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선제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며 "업계에서도 한·중 FTA를 글로벌화의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중 FTA 타결로 당초 농수산업까지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됐으나, 쌀은 FTA에서 완전 제외키로 합의됐다. 대신 농수산물 품목수 기준 70%, 수입액 기준 40%로 FTA 역대 최저수준으로 개방하기로 했다. 앞서 KIEP는 한·중 FTA가 타결된다면 2020년까지 쌀을 포함한 농수산물 생산량이 최대 20%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