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포함 주식매수청구 행사에 장중 52주 신저가전문가 "합병계약해제, 주가엔 긍정적"


  • 19일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주가가 동반 폭락했다. 양 사의 합병 계획이 무산되면서다. 합병 무산 과정에서 국민연금을 포함한 기관투자가들이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에 나서는 등의 매도세 움직임이 주가를 끌어내렸다는 분석이다.

    이날 삼성중공업은 전장대비 6.39%나 빠졌고, 장중 52주 신저가를 새로 쓰기도 했던 삼성엔지니어링은 9.31%나 폭락한 채 거래를 마쳤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고 양 사의 합병과 관련해 최종 논의 결과,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이 행사한 주식매수청구 규모가 합병 계약 상 예정된 한도를 초과함에 따라 합병계약을 해제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양 사는 합병을 승인받은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7일까지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로부터 주식매수청구를 받았다. 합병과 같이 주주의 이익과 중대한 관계가 있는 사안이 주주총회에서 통과되면 반대 주주들은 보유주식을 공정한 가격으로 매수할 것을 회사에 청구할 수 있다.

    삼성중공업은 합병계약서 상 한도 9500억원에 미치지 못하는 주식매수청구권 9235억원이 행사된 반면 삼성엔지니어링은 계약서 상 한도 4100억원을 초과하는 7063억원이 행사됐다. 계획대로 합병을 진행하려면 양 사는 총 1조6299억원의 주식매수 대금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특히 국민연금의 이번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양 사에 큰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국민연금은 지난 9월1일 양 사의 합병 발표 이후 주가 하락을 이유로 합병 반대 의사를 밝히고, 반대 의사를 서면으로 전달하기도 했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이 최근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각 사에 대해 4.99%, 5.24%의 지분을 보유한 주요 주주다. 이번에 주식매수청구를 행사하면서 국민연금이 이들로부터 받을 금액은 각각 3111억원, 1274억원에 이른다.

    때문에 국민연금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금액이 합병계약서 상 한도에 많은 부분을 차지해 결국 큰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여기에 국민연금뿐 아니라 주가 급락에 불안함을 느낀 투자자들이 주식매수청구권을 대거 행사하면서 합병이 무산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측은 "과도한 주식매수청구 부담을 안고 합병을 진행할 경우 합병회사의 재무상황을 악화시켜 궁극적으로 주주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판단에 합병 계약해제를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합병계약해제 소식은 주가에 악재라기 보다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정우창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합병으로 인한 중·단기적인 시너지가 제한적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합병계약해제는 삼성중공업의 소액 주주 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중립적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삼성중공업의 주가는 2015년 기준 P/B 0.9배로 거래되고 있는데 이는 리먼 사태 당시 저점을 하회하는 수준"이라며 "신규 수주 둔화 관련 우려도 이미 주가에 대부분 반영됐기 때문에 저가 매수 시점이 온 듯하다"고 덧붙여 말했다.

    성기종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합병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됐을 경우 대규모 자금이 자기 주식화되는 재무 부담이 발생하고, 향후 1~2년 동안 양 사간 시너지를 도모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또 수주 부진까지 맞물려 향후 성장성 결여는 불가피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에 합병 무산 영향으로 단기 주가에는 수급이 불리할 것이란 예상도 나왔다. 전재천 연구원은 "합병 성공 시 2만7003원에 주식매수청구권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장내 매도하지 않고 보유하며 기다리고 있던 물량들이 결국 장내 매도로 연결되며 주가 약세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합병계약해제로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이 오는 2020년까지 매출액 40조원을 기록하는 초대형 종합플랜트사로 도약하겠다던 비전은 백지화됐다. 대신 이번 합병이 무산된 것과는 별개로 양 사는 지속적으로 협업을 이어가 시너지 창출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