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영 삼성重 사장, 박중흠 삼성ENG 사장 거취도 불분명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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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중공업
합병을 통해 오는 2020년까지 매출액 40조원을 기록하는 초대형 종합플랜트사로 도약하겠다던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꿈이 끝내 좌절됐다. 이는 국민연금을 비롯해 양사의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이 대거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함에 따라, 그 청구액이 양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19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양사의 합병계약을 해제하기로 최종 결정을 내렸다. 이와 관련해 삼성중공업 측은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이 지난 17일까지 신청한 주식매수청구 규모를 확인한 결과, 그 규모가 합병 계약상 예정된 한도를 초과함에 따라 합병계약을 해제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식매수청구권이란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이 자신들의 보유 지분을 일정한 가격으로 회사에 사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인데, 당초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주식매수청구 총액이 각각 9500억원과 4100억원이 넘어 설 경우 합병을 포기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즉 양사를 합쳐 1조3600억원까지의 손해는 감당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이 될 경우 합병을 밀어붙이는 것이 오히려 손해가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최종적으로 양사에 누적된 주식매수청구액은 삼성중공업이 9236억원, 삼성엔지니어링이 7063억원으로 총 1조6299억원에 달한다. 삼성중공업에 대한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는 회사가 예상한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았으나, 삼성엔지니어링에 대한 주식매수청구가 예상보다 3000억원 가까이 웃돌며 합병에 발목을 잡은 것.
국민연금을 비롯한 주주들이 이같이 대규모로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한 것은 양사 합병 시너지 효과에 대한 의문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전반적인 조선업계의 시황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다, 양사가 강조하고 있는 해양플랜트 사업의 경우 셰일가스 등의 영향으로 인해 발주가 급격히 줄고 있는 모습이다.
또 현대중공업이나 삼성중공업이 해양플랜트를 건조하는 과정에서 건조경험 및 기술력 부족으로 올 들어 조 단위의 대규모 충당금을 쌓았다는 점도 주주들의 매수청구행사에 한 몫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처음 제작하는 만큼 수업료를 지급했다는 의미로 해석하기에는 해양플랜트의 경우 일반 선박들과 달리 발주 시 마다 선주들의 요구사항이 가지각색으로 달라, 건조 경험 자체가 큰 의미 있지 않다는 것이다. 즉 한 번 사용한 설계도를 다시 사용하는 사업분야가 아닌 만큼, 새롭게 해양플랜트가 발주된다 하더라도 언제든 대규모 충당금이 쌓일 위험이 도사린 다는 것.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주식매수청구 행사가격은 각각 2만7003원과 6만5439원인데, 이 같은 불안요소들이 주주들의 심리에 반영되며 주식매수청구 행사 마감 날인 지난 17일 양사의 종가는 2만5750원과 6만800원으로 마무리됐다.
즉 양사의 합병에 대한 기대감이 주주들의 심리에는 점차 의문감으로 번져갔고, 자연스럽게 주가가 하락함에 따라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도 줄을 잇게 된 것이다.
특히 양사의 주식 5% 전후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일찍이 합병에 반대의사를 나타내왔고, 이 역시 일반 주주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양사의 합병이 무산됨에 따라, 오는 12월 삼성의 사장단 인사를 앞두고 있는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과 박중흠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의 거취도 불분명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사의 합병에 '주가'가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상되자, 박대영 사장과 박중흠 사장은 합병에 따라 기대되는 시너지 효과와 관련해 기업설명회와 투자자 미팅, 언론보도 등을 통해 적극 설명해왔다.
특히 삼성중공업의 경우 자사주 2886억원 어치를 매입하고, 박중흠 사장은 취임 후 처음으로 주식 2억6716만원을 매입하는 등 특단의 주가부양책을 펼치기도 했다.
그러나 삼성중공업의 경우 2886억원을 투자한 결과가 오히려 회사의 재무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친 꼴이 됐고, 양사의 합병이 무산됨에 따라 삼성의 사업구조 재편 시나리오에도 비상등이 켜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양사는 최근 경영실적이 악화됨에 따라 그룹 컨트롤타워 격인 미래전략실에 경영진단을 받아왔다. 지난달에는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이 양사 경영진을 긴급 소집해 합병 진행 상황을 보고받고, 합병에 차질이 없도록 주가와 실적관리에 신경쓸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이번 합병이 무산된 것과 별개로 지속적으로 협업을 이어가 시너치 창출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삼서중공업 관계자는 "해양플랜트 분야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 시장 지배력을 키우기 위해 두 회사간의 시너지 창출을 위한 협업은 지속될 예정"이라며 "향후 합병을 재추진할 지 여부는 시장 상황과 주주의견 등을 신중히 고려하여 재검토 하겠다"라고 말했다.
지난 2009년에도 현대모비스가 오토넷과의 합병을 추진한 바 있으나, 2조8796억원에 달하는 매수청구액문제로 합병이 무산된 바 있다. 주가가 단기간에 급격히 떨어지자 주주들이 연이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2008년에도 LG이노텍과 LG마이크론이 1766억원에 달하는 매수청구액 문제로 합병을 포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