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7일 목요일 오후 7시 30분 용인 포은아트홀 공연오페라 평론가 손수연
  • ▲ 오페라 '리골레토' 포스터 ⓒDKU오페라 뮤즈
    ▲ 오페라 '리골레토' 포스터 ⓒDKU오페라 뮤즈

     

    DKU 오페라 뮤즈 (단장 손미선)의 창단공연 오페라 ‘리골레토’가 11월 27일부터 28일 까지 양 일간 용인포은아트홀에서 있었다.

    DKU 오페라 뮤즈는 특별하게도 단국대학교 재단이 주축이 되어 대학이 만든 민간오페라단이며 단국대 대학원의 오페라 전공교수가 단장을 맡았다. 그동안 성악과가 있는 음악대학에서 오페라를 제작해 외부에서 공연하는 경우는 더러 있었으나 이는 전적으로 음악대학 차원의 오페라였다.

    이번에 창단한 DKU 오페라 뮤즈의 경우, 학교의 행사목적이나 교육과정용 오페라단체가 아닌 대학이 주관하는 민간오페라단으로서 험난한 프로 오페라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라 그 창단 배경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경재 연출과 이학순의 무대, 고희선 조명디자이너 등 국내 정상급 스태프들이 손발을 맞춰 제작한 27일 무대에서 리골레토의 최진학과 공작 역할의 나승서, 질다를 맡은 김수연 역시 최고의 기량을 보여주었다.

    바리톤 최진학의 힘 있고 카리스마 넘치는 발성에서 어릿광대의 비애와 아버지의 엇갈린 부정을 느낄 수 있었고 테너 나승서는 호쾌한 가창 속에 엿보이는 특유의 애수 어린 음색으로 결코 미워할 수 없는 공작을 그려냈다. 특히 3막의 ‘여자의 마음’을 거침없는 음성으로 세련되게 소화해 큰 박수를 받았다.

    무엇보다 이날 무대의 주인공은 소프라노 김수연이었다. 1막에서 좋은 공명이 느껴지는 청순한 음색으로 ‘그리운 그 이름’을 완벽하게 열창해 관객들의 많은 갈채를 이끌어낸 그는 여기에 콜로라투라 소프라노다운 기교도 화려하게 선보이며 극장 전체를 숨죽이게 만들었다. 또 소녀에서 여인으로 변모하는 심리와 아버지에 대한 애정과 갈등을 표현하는 감정도 섬세하게 연기해내 역시 질다 전문 성악가다운 명불허전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이밖에도 농염한 막달레나를 노래한 김정미와 스파라푸칠레 배역의 이요한도 제 역할을 다하면서 극의 순조로운 진행을 도왔는데 과연 원작자인 빅토르 위고가 부러워 할 정도의 효과를 들려준 공작, 리골레토, 질다, 막달레나의 4중창은 이번 오페라에서 가장 빼어난 장면 중 하나라고 평가하고 싶다.

    대학이 민간오페라단을 창단하며 그 어렵다는 오페라 제작에 뛰어든 것에 대한 의문은 상당한 완성도를 자랑했던 이 날 공연을 감상한 후 자연스레 풀리게 되었다.

    무대에는 단국대학교 음대 학생들이 합창단과 단역으로 섰고 용인문화재단과 MOU를 맺은 객석에는 일반 관객뿐 아니라 경기도 내 문화소외계층 등 다양한 관객들이 초대돼 함께 공연을 감상했다.

    ‘수익을 따지지 않고 대한민국 오페라 발전을 위해 대학에서 누군가는 견인차 역할을 해야 한다’는 단국대학교 장충식 재단이사장의 소신이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무대 위 학생들은 지금은 비록 실력이 부족할 지라도 평소 동경하던 최고의 성악가, 스태프들과 한 무대에서 연습하고 배우며 뛰어난 음악인의 꿈을 키우고 지역 관객들은 높은 수준의 오페라를 가까이서 즐길 수 있으니 이것은 결국 우리 오페라의 발전 뿐 아니라 대한민국 공연예술과 문화 융성에 소중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대한민국 오페라가 지금보다 더 큰 발전을 이루고 성장하기에는 이 땅의 환경이 아직 너무도 척박하고 어렵다. 그렇기에 DKU 오페라 뮤즈를 출범시킨 단국대학교의 대승적 결단과 노력이 더욱 반갑고 고맙게 다가온다.

    손수연 오페라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