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땅값 상승 이유로 그린벨트 정보 비공개건설사 시가지 인접 그린벨트 해제 악용 가능성도환경단체 “정부가 난개발 조장” VS “총량 범위 내 해제”
  • ▲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이 13일 정부세종청사 국토부 기자실에서 '기업형 주택임대사업 육성을 통한 중산층 주거혁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이 13일 정부세종청사 국토부 기자실에서 '기업형 주택임대사업 육성을 통한 중산층 주거혁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국토교통부가 기업형 임대주택사업 육성을 위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풀기로 한 가운데 자칫 묻지마 식 해제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대기업 건설사가 시가지와 인접한 그린벨트를 일단 푼 뒤 임대 수요 부족을 이유로 분양주택으로 전환하는 악용 사례가 나올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국토부는 13일 새해 업무보고를 통해 '기업형 주택임대사업 육성을 통한 중산층 주거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중산층 주거불안을 해결하기 위해 기업형 임대주택사업을 육성한다는 내용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보유택지 등 공공부문 가용 택지를 임대 용지로 공급한다고 밝혔다.


    그린벨트도 풀기로 했다. 국토부는 수도권의 경우 해제 가능한 그린벨트 총량(97.8㎢) 범위 안에서 기업형 임대사업자가 제안한 지역을 풀어줄 방침이다. 해제 가능한 면적은 경기도가 49.4㎢로 가장 많고 정부 44.4㎢, 서울 2.5㎢, 인천 1.5㎢ 등이다.


    국토부는 기업형 임대사업자가 제안한 사업지역을 ‘기업형임대 공급촉진지구’로 지정해 그린벨트를 해제할 계획이다.


    이 경우 현재 공공기관이 1/3 이상 출자하게 돼 있는 출자의무 비율을 2017년까지 한시적으로 폐지하되, 2년 내 착공하지 않으면 원상복구토록 했다.


    촉진지구가 아닌 그린벨트에 면적의 절반 이상을 기업형 임대로 지을 때는 2017년까지 한시로 공공지분을 착공 후 팔 수 있게 허용했다.


    기존 시가지와 인접한 그린벨트 해제지역에 임대주택을 건설할 때는 최소 개발면적 기준(20만㎡)도 없애기로 했다.


    문제는 기업형 임대주택사업이 올해 핵심 추진 사업이 되면서 그린벨트 해제가 마구잡이식으로 이뤄질 개연성이 있다는 점이다.


    우선 국토부가 밝힌 수도권 해제 가능 총량 중 45%에 해당하는 면적이 국책사업용 부지여서 사업 성과를 위해 충분한 검토 없이 해제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또 촉진지구는 지구 지정 후 2년 내 착공이 이뤄지지 않으면 다시 개발제한구역이 되지만, 촉진지구 외 그린벨트에 대해선 원상복구 의무가 명시되지 않아 논란의 소지가 있다. 해제 이후 난개발에 따른 자연경관 훼손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기존 시가지와 인접한 그린벨트에 대한 최소 개발면적 기준 폐지도 우후죽순 난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이다.


    국토부가 공공사업용지를 공급하는 과정에서 그린벨트 등은 토지 정보를 공개하지 않기로 한 것도 묻지마 식 해제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국토부는 LH 등 공공부문이 보유한 택지 중 기업형 임대주택 건설이 가능한 곳의 정보를 임대주택포털에 공개해 택지 공급절차를 투명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국토부는 그린벨트 등은 공개되면 땅값 상승이 우려된다며 비공개하겠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시민사회·환경단체 등의 감시와 견제를 차단하는 데 악용될 수 있다는 견해다.


    이번 기업형 임대주택사업이 몇몇 대형 건설사에 특혜를 준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건설사가 기존 시가지와 인접한 그린벨트를 풀기 위해 악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일단 기업형 임대사업으로 그린벨트를 푼 뒤 임대 수요 부족을 이유로 분양주택으로 전환을 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제5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지역 경제 활성화 대책을 내놓으며 그린벨트 규제를 추가로 완화했다.


    그린벨트 해제지 중 임대주택용지 수요가 부족한 경우 임대주택용지를 분양주택용지로 변경하는 것을 허용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주거용도 위주로 개발하게 돼 있던 지역을 근린상업지역, 준주거지역으로 용도변경할 수 있게 규제를 풀어 상업시설 등을 설치할 수 있게 했다.


    기업형 임대사업자가 그린벨트 해제 이후 임대 수요 부족을 이유로 임대주택용지를 분양주택용지로 바꾸거나 용도변경을 통해 상업시설을 설치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규제완화를 이유로 초기 임대료 규제을 없앤 상황에서 사업자가 분양가 등을 올려 임대료를 월등히 높게 책정하면 임대 수요가 없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사업자가 원하는 곳의 그린벨트를 각종 특례를 주어가면서 풀어주겠다는 것은 그린벨트 지정 취지를 무시하고 역행하겠다는 위험한 발상으로, 정부가 나서 난개발을 부추기겠다는 것”이라며 “가시적인 성과를 위해 건설사에게 특혜를 주어 도로 등 기반시설에 대한 부담도 없이 건물을 지어 수익을 챙겨가라는 것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해제 가능한 총량은 2009년 광역도시계획을 세우면서 환경보존 가치를 따져 해제할 수 있는 물량을 미리 정한 것으로 전국에 233㎢가 남았다”며 “수도권 97.8㎢ 중 44.4㎢를 차지하는 정부물량도 애초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하려던 부지”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