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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산·통신 관련 납품비리 의혹으로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까지 받았던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이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의 책임론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징계 수위를 여러 차례 번복하고 과잉 제재에다 무리하게 검찰 고발까지 하면서 KB사태를 더 키웠다는 지적이다.
금융권에서는 KB 사태의 갈등 배경으로 IBM 메인프레임 시스템과 유닉스(UNIX) 시스템 관련 업체들의 로비가 개입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으나, 사실무근으로 결론났다.
전산기 교체와 관련해 문제점을 찾지 못한 검찰은 통신인프라고도화 사업과 관련한 비리 정황을 포착, 지난해 10월 KB금융지주 본사와 납품업체를 압수수색하는 등 본격적인 수사를 펼쳤다.통신인프라고도화 사업은 국민은행 각 지점과 본점을 연결하는 전용회선 등을 개선하는 사업으로, KB금융 내부에서도 비리 가능성을 포착하고 내부 감찰을 벌였으나 별다른 혐의점을 찾지 못한 사안이었다.
그러나 검찰은 김재열 전 전무가 통신인프라고도화 사업에서 납품업체에 편의를 봐주고, 그 대가로 6000여만원의 금품을 챙긴 혐의를 밝혀내고 김 전무를 구속기소했다.
김 전 전무는 주 전산기 교체 갈등의 핵심 인물이다.
검찰은 또 최고경영자였던 임 전 회장에 칼 끝을 겨누고 수사 강도를 높였다. 그러나 결국 관련 증거를 찾지 못했다.
검찰은 무혐의 처분 배경에 대해 "소프트웨어 업체로부터 주식 1억원어치를 받았다고 볼 증거가 없고, 고려신용정보 계열사의 고문료도 대가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의 고발과 이어진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에도 임 전 회장의 부정은 드러나지 않은 셈이다.
이에 따라 물의를 빚으면서까지 징계 수위를 수 차례 번복하며 임 전 회장에 중징계를 내리고 무리하게 검찰 고발까지 한 금융당국의 처사가 적절했는지를 두고 다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임 전 회장을 둘러싸고 금융당국의 사퇴 압박과 비리의혹 제기, 검찰 수사 등으로 시끄러웠는데, 수사결과는 결국 임 전 회장의 깨끗함만 입증하는 모양새가 됐다"며 "KB 사태 악화의 배경에는 감독당국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회장과 은행장이 서로 공개적으로 치고 받고 싸우면서 은행이 망가지고 있는 데 제재를 안 할 수 있느냐"며 "당시 상황에서는 중징계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