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하량 보니, "레노버·HP·델·에이서·애플·에이수스 순... 순위에도 못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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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삼성 올인원 PC 7 커브드, LG 시네뷰 일체형 곡면 PC.
글로벌 기업 삼성과 LG에게도 어려운 시장이 있다. 해외시장은 물론 국내시장조차 공략하기 어려운 데스크톱 PC가 바로 난공불락의 요새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내년도 데스크톱 PC 사업계획을 짜는데 애를 먹고 있다. '중소기업간 경쟁제품' 제도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장기 투자계획을 세우는 일은 꿈도 못 꾸고 있다.
데스크톱 PC는 지난 2013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중소기업간 경쟁제품으로 설정돼 있다. 공공기관은 '2013년 50%, 2014년 75%, 2015년 100%' 등 정부가 정한 비율에 따라 중소기업 제품만 써야 한다.
쉽게 말해 모든 공공기관은 올해까지 삼성과 LG 등 대기업 데스크톱 PC를 구입해선 안 된다. 중소기업 제품만 써야 한다. 다만 내년부터는 대기업 제품을 쓸 수 있다.
하지만 삼성과 LG는 내년에도 공공기관 조달시장 문이 열리지 않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중소기업간 경쟁제품 설정 기간 연장을 원하는 중소기업의 손을 정부가 들어줄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컴퓨터관련 부서에 근무하는 국내 한 대기업 부장은 최근 "출혈을 감수하면서 데스크톱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지만 시장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몰라 올해 투자규모를 결정하는 데 어려움이 크다"고 토로했다.
그는 "'5000억 규모'의 정부 조달시장 참여가 내년에도 불투명하다"며 "정부는 당초 올해까지만 대기업 참여를 막겠다고 했지만, 중소기업의 요구를 받아드려 이 말이 뒤집을 수 있다"고 걱정했다.
정부가 당초 발표와 달리 여론에 휘둘려 갈팡질팡할 경우를 대기업들이 벌써부터 염려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과 LG의 '데스크톱' 울렁증은 해외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브라질을 중심으로 중동과 유럽 정도가 사실상 삼성과 LG의 유일한 판매처다. 중국과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 주판알을 계속 튕기고 있지만 쉽지 않은 실정이다.
더욱이 해마다 전체 데스크톱 시장규모가 줄고 있는데다 중국이 저가 제품 공세를 강화하는 등 시장 물을 흐리는 바람에 판매량이 늘어도 수지타산은 맞추기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대부분 가전분야에서 1, 2위를 다투거나 상위권에 올라있는 삼성과 LG지만 데스크톱 시장에서 만큼은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가트너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세계 PC제조업체 출하량 서열은 레노버, HP, 델, 에이서, 애플, 에이수스 등의 순서였다. 삼성과 LG는 순위권 안에도 못 드는 수모를 겼었다.
또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데스크톱 시장 미래 자체를 어둡게 보고 있어 이 시장을 대체할 일체형 PC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일체형 PC도 중소기업 경쟁제품에 포함돼 투자규모를 확정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과 미국시장 진출을 위해 시장조사는 꾸준히 하고 있지만, 진입 장벽이 너무 두터워 당분간은 브라질과 유럽을 중심으로 사업을 펼칠 계획"이라며 "국내외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돼야 투자를 늘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