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9월부터 연간 1만대씩 경유택시에 유가 보조금 지급"환경 단체 "경유 차량, 미세먼지 심각…질소산화물 배출도 많아"
  • ▲ 연도별 LPG차량 보급 추이 ⓒ대한LPG협회
    ▲ 연도별 LPG차량 보급 추이 ⓒ대한LPG협회


    프랑스 파리에서는 대기오염의 심각성을 느끼고 이를 억제하기 위해 오는 2020년까지 디젤차량 운행 금지를 실현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오히려 오는 9월부터 경유택시에 유가보조금을 지급할 예정이라고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택시 사용 연료의 다양화를 목적으로 오는 9월부터 연간 1만대씩 경유택시에 유가보조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LPG 택시를 디젤차 배기가스 규제 단계인 '유로6(EURO6)' 경유택시로 전환할 경우 연간 1만 대씩 유가보조금을 지급한다. 유가보조금은 1리터당 약 346원이다.

    그러나 환경부에 따르면 경유차량은 LPG차량보다 더 많은 질소산화물을 배출한다. 특히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디젤 배기가스를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으며 프랑스와 영국 등 유럽 국가들은 경유차량에 대한 규제를 서두르고 있다.

    지난해 3월 취임한 안 이달고(Anne Hidalgo) 파리 시장은 경우를 연료로 사용하는 트럭이 용무 없이 파리 시내를 통과하는 것을 막고 도심 일부에 준보행자전용구역을 정해 디젤 승용차 통행을 제한할 계획이다.

    5년 후에 시행될 이번 정책은 시범적으로 주말에 시행한 후 점차 평일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달고 시장은 "저렴한 유지비를 이유로 디젤 차량을 구입한 일부 운전자들이 어려움을 맞겠지만 친환경 승용차를 구입하는 사람들에게는 금전적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환경전문가들은 디젤이 가솔린보다 더 많은 양의 탄소와 미세 발암물질 등을 내뿜는다고 하나같이 입을 모았다.

    특히 29일 '글로벌 오토가스 서미트 2015'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1년 이후 3년간 유럽 내 판매된 차량(유로5 및 유로6 배출규제 만족) 1만 대의 배출가스를 기후변화 대응, 인체 유해성, 스모그 영향, 산성도 등 4가지 항목에 따라 비교 분석한 결과, LPG차량의 환경성이 가장 높게 평가됐다.

    연구 수행자인 에릭 존슨(Eric Johnson) 박사는 "LPG차량은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휘발유 차량 대비 11% 낮다"며 "광화학 스모그의 원인물질인 질소산화물은 경유차량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택시노조는 경유택시를 운영할 경우 배출가스로 인한 운전자 건강 악화가 우려된다며 사전 검증을 요구하고 나섰으며 지난해 10월에는 도입 반대 기자회견을 갖기도 했다.

    국토교통부는 서울시에게 경유택시 도입과 관련, 2782대로 가장 많은 물량을 배정했지만 서울시는 불참의사를 밝혔으며 대전시는 537대, 인근 충남도는 386대, 세종시는 18대, 부산은 1558대, 인천은 569대가 배정됐다.

    대전충남녹색연합은 "택시용 경유 차량은 기관지염 등을 유발하는 질소산화물을 LPG차량보다 29배쯤 더 배출한다"며 "경유 차량이 배출하는 초미세먼지는 호흡기 질환 등을 일으킬 수 있고 벤조피렌 등 발암성 물질도 함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각 시민단체와 환경단체는 경유택시가 도입될 경우 시민들의 건강을 크게 해칠뿐 아니라 대기오염을 악화시킨다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또한 제임스 락월 세계LPG협회 사무총장은 "현재 (나는) 파리에 살고 있는데 대기오염 때문에 다른 도시 거주자보다 기대수명이 짧은 편"이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파리 시장은 2020년까지 디젤차량을 없애겠다고 말하는데 한국은 디젤차량에 보조금을 지급한다고 해 의아스럽다"고 밝혔다.

    국내 LPG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 전 세계가 디젤(경유)차량을 없애거나 줄이기 위해 혈안이 돼 있는데, 왜 우리나라는 오히려 경유택시를 도입하게 하는 등 퇴보하는 후진국의 모습을 보여주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홍준석 대한LPG협회장은 "LPG 자동차의 차량 대수가 4년 연속 줄어들고 있고 사용량 또한 줄어들고 있다"며 "그나마 활성화되고 있는 LPG택시 시장마저 경유택시에 의해 잠식된다면 우리는 벼랑 끝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