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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1년 대규모 영업정지 사태 이후 수년간 어려움을 겪어온 저축은행 업계가 5년 만에 반기 기준 흑자를 달성하고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부실 채권을 털어내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 환매 마무리로 손실예상충당금 부담이 줄어든 것이 실적 개선의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29일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말 영업 중인 80개의 저축은행의 지난해 하반기 실적(7월~12월)의 잠정집계한 결과 1938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반기 기준으로는 2009년 4분기 이후 5년 만에 흑자로 전환된 셈이다.
사실 저축은행의 지난해 상반기부터 실적 턴어라운드의 조짐을 보여왔다. 2013년 하반기에는 4234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지난해 상반기 824억원의 순손실을 기록, 적자 폭을 크게 줄였다. 이후 지난해 하반기 1938억원의 순익을 기록하며 뚜렷한 개선세를 나타냈다.
이에 금감원은 부실채권 정리작업으로 실적 개선이 뚜렷해졌다고 설명했다. 윤대광 금융감독원 저축은행감독국 팀장은 “부실채권 매각이 원활히 진행됐고 자산건전성도 전반적으로 개선돼 대손충당금 전입액이 4482억원 감소하면서 실적이 좋아졌다”고 강조했다.
현재 금감원은 고정이하 여신비율을 2016년 말 기준 11.7%까지 낮추도록 하는 등 저축은행 클린화를 위해 부실채권 감축 계획을 강하게 시행하고 있다. 고정이하 여신은 금융기관의 대출금 중 연체기간이 3개월 이상인 ‘부실채권’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말 기준 고정이하 여신비율은 15.7%로 6월말(19%) 보다 3.3%포인트 하락했다. 전체 연체율도 6월 말 보다 2.8%포인트 하락한 14.8%로 집계됐다.
아울러 캠코(자산관리공사)에 매각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 대한 손실예상충당금 적립이 지난해 9월 종료된 점도 실적 개선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저축은행 사태 당시 캠코가 구조조정기금을 통해 정상 저축은행의 PF대출채권을 인수했고 자체적으로 처분한 뒤 남은 금액을 저축은행이 되사가도록 하는 환매작업을 실시했다.
지난해 9월말 기준으로 저축은행은 캠코에 매각한 PF채권 중 남아있는 1조311억원 가운데 9558억원을 우선매수권을 행사해 되사들였다.
저축은행들은 해당 PF대출에 대해 매년 분기별로 충당금을 쌓아왔지만 환매 작업 종료 후 충당금 부담을 덜게 됐다. 그동안 실적 개선에 발목을 잡아온 충당금 요인이 사라지면서 실적 개선 효과를 톡톡히 보게 된 셈이다.
저축은행관계자는 “지난해 상반기 실적 개선은 저축은행들의 영업력 향상보다는 그동안 부정적인 요인이었던 부실채권이 감소하고 PF대출 관련 충당금에 대한 부담도 덜게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저축은행 업계 내 구조조정 작업으로 부실 저축은행들이 대부분 퇴출됐고 건전성이 좋아지고 있어 이익이 반등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덧붙였다.
한동안 적자 기조를 이어가며 애물단지 취급을 받아 온 금융지주·은행그룹과 증권사·펀드·기타금융계열사의 저축은행 수익성이 개선된 점도 괄목할 만한 부분이다.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지주·은행 계열 저축은행은 2013년 상반기(7월~12월) 84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상반기 105억 원의 순이익을 달성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뿐만 아니라 증권사·펀드·기타금융계열사의 저축은행도 2013년 상반기 4269억원의 순손실을 내며 대규모 적자를 시현했지만 지난해 상반기 572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이에 증권업계관계자는 “은행이나 증권사들이 부실저축은행을 인수할 당시 시너지효과에 대해 의문을 품는 사람이 많았으나 차츰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기존 금융사들의 리스크관리가 저축은행에 도입되며 부실을 줄여나가는 방향으로 사업을 운영하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