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생보사 연금보험으로 100세 시대 연금절벽 없앤다"
생보업계 "생보연금은 '연금절벽' 원래 없어…정부사업이니 누군가 총대메야"
  • ▲ 금융위원회 고승범 사무처장은 지난달 29일 2015년 업무계획을 발표하면서 '신고령연금' 상품을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금융위원회
    ▲ 금융위원회 고승범 사무처장은 지난달 29일 2015년 업무계획을 발표하면서 '신고령연금' 상품을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금융위원회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에서 80세 이후부터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인 '신고령연금'을 추진하고 나섰다.

    그러나 우리나라 평균 수명은 남자 77세, 여자 84세로 평균 81세에 그친다. 아무리 100세 시대에 들어간다고 하지만, 금융위의 이같은 사업은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지난달 말 2015년 업무계획을 발표하면서, 급속한 고령화 추세에 맞춰 국민들의 체계적인 노후준비를 지원한다며 80세 이후부터 죽을 때까지 연금을 지급하는 신고령연금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소비자가 확정기간형으로 연금상품 선택시 80세 이후 연금수령이 어려워 예상보다 오래살 경우 장수위험을 대비할 수 있는 노후 소득보장상품이 필요하다는 것.

    금융위 고승범 사무처장은 업무계획 발표에서 "예상보다 오래 살게 될 위험을 보험상품을 통해 보장받을 수 있는 고연령 거치연금 상품 개발을 지원하겠다. 고연령거치연금은 현행 거치연금과 상품구조는 동일한 반면, 연금이 개시되는 나이에만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 사무처장은 "고연령거치연금은 현행 거시연금 대비 낮은 보험료로 고연령 시기에 안정적 연금수급이 가능한 상품 구조이기 때문에 소비자는 노후자금의 일부만을 활용해 장수 위험에 대비하는 것이 가능하게 된다. 종신보험료보다 납입액이 낮게 책정될 예정이며, 사망시 보험금은 받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기존 상품은 대개 55세부터 80세까지 연금을 받는 구조인데 수명이 길어져 80대 이후 연금이 뚝 끊기는 '연금 절벽'이 생기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한 장치라는 것이 상품개발의 이유다.

    금융위 연금팀 이석란 팀장은 "죽을때까지 연금을 받는 상품에 가입한 사람도 있지만 확정형 상품을 가입해 80대 이후 연금을 못받기도 한다. 또 연금 없이 자산만 갖고 있는 사람도 있다. 신고령연금 상품을 개발할 예정인 생명보험사 5곳과 함께 기본적인 상품 표준을 올 상반기에 만들 계획이다. 이를 토대로 하반기에는 각 보험사에서 종신연금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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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데일리DB



    신고령연금은 은퇴를 앞둔 55세 전후에 가입해서 한번에 목돈을 넣거나 적립식으로 가입해서 80세부터 사망할 때까지 연금을 받도록 하되, 적립식은 매달 20~30만원에 달하는 종신보험료보다 납입액을 낮게 책정될 예정이다.

    사망보험금을 주지 않고 해약이 불가능해 80대 중반 전에 사망하면 원금손실을 볼 수 있다.

    그러나 금융위의 야심찬 계획과는 달리 업계에서는 '신고령연금은 실효성 없다'는 평가가 절대적이다.

    A생명보험 관계자는 "상품개발 배경을 살펴보면 연금절벽을 해소한다고 되어 있는데, 연금절벽이란 말이 생명보험에서는 성립되지 않는다. 생명보험의 연금상품 구조는 연금수령 방식에 따라 기본적으로 종신토록 연금을 보장할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라며 "100세시대 평균수명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가입자 입장에서는 연금혜택을 많이 받을 수 있는 구조다. 80세 이후 연금절벽이란 전제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B생명보험 관계자는 "아직까지 신고령연금에 대한 구체적인 안이 나온 것은 없지만 정부 정책이기 때문에 세부 내용이 나오면 상품화를 검토할 예정이다"고 했다.

    C생명보험 관계자는 "신고령연금의 거치기간이 너무 길고 거치기간 내 사망시 원금손실의 가능성이 있어 실효성 측면에서도 의문이다. 60세 이후 경제활동이 끊기는 상황에서 연금을 80세부터 수령할수 있다고 한다면 누가 그 연금상품을 가입하려고 할지 의문이다"고 했다.

    D생명보험 관계자는 "정부에서 추진 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생명보험 몇 곳에서 상품을 출시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업계에선 다른 업체에서 이른바 '총대'를 메주길 바라고 있다. 이전에도 정부에서 추진해 '날씨보험', '자전거보험' 등도 만들었지만 실효성이 없었다"고 말했다.

    E생명보험 관계자는 "유럽처럼 이미 연금보험이 가입돼 있는 경우라면 더 늙은 후를 대비해 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60세 이후도 막막한 우리나라 현실에서 누가 80세 이후를 위해 보험을 가입하려 할지 의문이다.  55세부터 보험금을 내거나 목돈을 거치시키는 방식인데, 55세도 자녀들 대학등록금과 결혼자금으로 허덕이는 나이로, 자금여력이 되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고 전했다.


  • ▲ 위 인물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연합뉴스
    ▲ 위 인물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연합뉴스


    이에 금융소비자원(이하 금소원)은 금융위의 '신고령연금' 사업 추진에 대해 '탁상행정'이라며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다. 

    금소원 오세헌 국장은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수명이 81세인데, 80세부터 종신토록 연금을 받게 한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고령연금인데 사망보험금이 없고, 중도에 해약이 불가하다는 것도 의아하다. 연금을 수령하는 것이면 보험료 등 연금보험과 비교해야 한다. 하지만 금융위는 연금과 무관하게 사망을 보장하는 종신보험의 보험료와 비교했다. 보험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 이 정책을 본다면 웃을일이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