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직원 조차 "체크카드 소득공제는 너무 복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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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용카드보다 체크카드를 많이 사용하는 것이 소득공제에 유리하다고 정부와 카드회사들은 광고해 왔다. 그러나 사실상 추가 공제금액은 고작 몇천원 수준으로, 기대에 한참 못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체크카드 공제율 40%를 적용받기 위한 조건이 너무 까다롭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정부는 위축된 소비심리를 회복시킨다며 체크카드 소득공제를 한시적으로 10% 확대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한 이후 체크카드를 이용해 소득공제를 더 받으려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금융감독원의 '2014년 상반기 신용카드사 경영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6월말 기준 체크카드 발급수는 9886만장으로 전년에 비해 무려 134만장이나 더 증가했다. 반면 신용카드 발급은 9371만장으로 8.2% 감소했다.

    정부의 정책방향에 따라 체크카드를 사용하려는 소비자들이 급증한 것. 발급이 늘어난 만큼 결제 금액도 함께 증가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2014년 하반기 체크카드 사용금액은 전년 동비대비 15~20% 증가했으며 전체 카드승인금액 대비 체크카드 승인금액 비중은 2014년 11월 기준 4개월 연속 20%대의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그러나 실제 체크카드의 소득공제 효과는 신통치 않다.

    공무원 임수진(가명)은 "관련 부서에 종사해 체크카드 소득공제 40%를 받을 수 있는지 확인해 봤지만 나역시 해당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 ▲ 표1. 카드수 및 회원수 추이  (자료제공:금융감독원)
    ▲ 표1. 카드수 및 회원수 추이 (자료제공:금융감독원)


    이는 40% 공제율를 적용받기 위한 조건이 너무 어려운 탓이다.

    국세청이 발간한 '2014년 귀속 연말정산 개정세법'에는 2014년 하반기, 2015년 상반기 전통시장사용분, 대중교통이용분, 체크카드, 현금영수증 본인사용액이 13년 사용분의 50%보다 증가한 금액은 40% 공제'라고 명시돼있다.

    이 간단한 문구의 뜻은 이렇다. 40%의 공제율를 받기 위해 2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는 것.

    우선, 올해 소득공제에서 '신용카드, 현금영수증, 체크카드, 전통시장사용분, 대중교통이용분' 등의 2014년 사용액이 2013년보다 더 많아야 한다. 이 조건에 해당되는 사람 중 현금영수증과 체크카드만 놓고 봤을 때, 2013년 연간사용액의 1/2보다 2014년 7~12월 사용액이 더 많아야 한다.

    국세청 담당자는 "소비촉진을 위해 2014년에는 하반기에, 2015년에는 상반기에 사용한 금액을 보고 추가 소득공제 해준다. 연간 결제금액이 많더라도 해당 기간의 사용액이 적다면 40%에 해당되지 않을 수 있다"고 전했다.

    만약, 2013년에 1년 동안 500만원을 체크카드로 결제했다면, 2014년 7월~12월 사용금액이 250만원(500만원의 50%)을 넘어야 한다는 얘기다. 2014년 연간 체크카드 사용액이 1000만원이라 하더라도 1~6월까지 800만원, 7~12월까지 200만원을 결제했다면 추가 소득공제가 불가능하다는 것.

    내년에는 또 달라진다. 2015년 1~6월까지 사용액만 보기 때문에, 7월 이후에는 아무리 많이 사용하더라도 40%의 공제율을 적용 받지 못한다.

  • ▲ 표2. 2014년 귀속 연말정산 개정세법 (자료제공: 국세청)
    ▲ 표2. 2014년 귀속 연말정산 개정세법 (자료제공: 국세청)


    국세청 담당자 조차 "신용카드 등 체크카드 연말정산은 아주 복잡하게 돼 있다. 체크카드 연말정산 공제 확대는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국회계류중이던 세법이 지난해 12월 개정됐다. 올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체크카드 추가 공제를 받을 수 있지 알 수 없다"고 했다.

    이 때문에 개정세법에 따라 환급받는 세액은 미미해 '생색내기'용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납세자연맹 연말정산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연봉 4000만원의 근로자가 2013년보다 신용카드금액이 5%, 체크카드 등 금액이 20%가 증가한 경우 절세된 금액은 5775원에 불과하다.

    또 4600만원 이하인 92%의 직장인은 최고 5775원, 4600만원 초과 직장인도 최고 1만4630원의 추가 환급을 받을 수 있다.

    연맹 관계자는 "세법개정에 따른 절세효과를 크게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은 이미 예고돼 있었다. 근로소득자에게 절세혜택을 주는 것처럼 복잡하게 세법을 개정했지만, 납세자가 실제 얻는 절세혜택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