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숨만 붙어있는 상황 "대-중기 협력 통한 '제2,3의 파스코' 육성 시급 삼성, LG OEM·ODM 물량 누가 갖나 "업계 최대 관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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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말 이마트 용산점, 외산으로 가득찬 LED 조명 진열대 모습. ⓒ뉴데일리경제DB.
최근 발광다이오드(LED) 조명기구가 중소기업 적합업종에서 빠졌다. 표면상으론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무릎을 꿇었다.
대기업은 앞으로 1조원에 달하는 국내 LED 조명시장에서 마음껏 싸울 수 있는 기회를 잡았지만 중소기업은 버거운 상대와 경쟁하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LED 조명시장 구조를 들여다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중소기업들은 국내 LED 조명 생태계 제일 바닥에 자리 잡고 있다. 고가 시장은 필립스와 오슬람 등 해외 유명업체에, 저가 시장은 중국 업체에 내주며 사실상 겨우 숨만 붙어있는 상태다.
때문에 중소기업들은 더 이상 국내 LED 조명시장에 대한 기득권을 요구할 명분을 잃었다. 이번 적합업종 제외 발표에 대해 중소기업들이 강하게 반대 목소리를 낼 수 없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렇다고 중소기업이 '사면초가'에 빠져 공중 분해될 시간만 기다리는 처지는 결코 아니다. 오히려 새로운 꿈을 꿀 수 있는 희망을 얻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먼저 중소기업 적합업종 재지정 여부를 두고 대기업과 협상하는 과정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이뤄냈다. 앞으로 3년간 조달시장을 독점할 수 있는 권리를 얻어냈고, 대기업의 OEM과 ODM 물량 상당 부분을 따내는 등 실익도 챙겼다.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은 생산만 다른 업체에게 맡기는 형태고, ODM(제조자개발생산)은 주문자는 판매할 뿐 설계와 개발, 생산까지 모두 하청업체에게 넘기는 방식이다.
대기업의 OEM·ODM 물량을 국내 중소기업들이 받게 되면 고전을 면치 못했던 시장에서 반전을 노려볼 수 있다. 다만, 대기업이 물량을 중소기업에 얼마나 넘겨줄 지는 미지수다. LED 조명시장을 둘러싼 논란이 이 비율을 놓고 줄다리기하는 국면으로 넘어간 것이다.
대기업 입장에선 중국 업체에 생산을 담당케 하는 쪽이 원가를 줄이는 데 유리하다. 실제 이마트 등 국내 대형 유통업체들도 이런 이유 때문에 중국에서 LED조명을 들여오고 있다.
관련업계 안팎에서는 대·중소기업 모두 유불리만 따질 게 아니라 협력 방안을 찾는 데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대기업은 OEM·ODM 물량을 최대한 국내 중소기업에게 돌리는 등 상생에 힘써야 하고, 중소기업은 삼성과 LG, 서울반도체 등 국내 기업들이 만드는 LED 부품을 쓰는 등 협업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스타 협력업체'도 다수 탄생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 혼자만의 힘으론 필립스와 오슬랍 등 100년 역사를 갖은 공룡 기업과 맞설 수 없지만 삼성과 LG 등 대기업 브랜드를 달고 싸운다면 승산이 있다"며 "앞으로 우리 기업들이 이런 구조를 만드는 데 모두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삼성전자의 OEM 업체인 파세코가 전세계 40여개 나라에 가전제품을 수출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것처럼 LED 조명분야에서도 제2, 제3의 파스코가 나와야 한다"면서 "대기업은 자신들의 기술력을 중소기업과 공유, 함께 성장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중기적합업종에서 LED 조명이 제외되면서 수많은 중소기업이 문을 닫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하지만 1조원이 넘는 시장을 두고 '경쟁'이라는 논리를 적응시키지 않을 순 없기 때문에 중소기업 스스로 대기업과 손을 잡고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광산업진흥회에 따르면 2010년 4380억원에 그쳤던 국내 LED 조명 시장은 지난해 1조2440억원에 이어 올해는 1조8820억원까지 급성장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