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이란 자만이 후발국 추격 앞당겨 '롱 사이클 산업' 육성해 경쟁력 이어 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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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광복 70년. 반세기를 넘는 그 세월은 경이(驚異)의 기록이었습니다. 국부(國父) 이승만을 중심으로 한 건국(建國)과 6·25전쟁, 산업화, 민주화를 거치며 대한민국은 상전벽해(桑田碧海)라 할 만한 변화와 발전을 일궈냈습니다. 1953년 1인당 국민소득 67달러, 자동차 첫 생산 7대는 2015년 3만 달러, 452만대 시대란 기적(奇蹟)을 목격했습니다. 연평균 7.4%의 급속한 경제 성장률을 기록하며 경제 규모는 1000배 이상 커졌고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올라선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성공 스토리는 5000년 역사상 가장 극적인 페이지를 만들어냈습니다. 2015년, 뉴데일리경제는 ‘이 놀라운 광복 70년’을 온전히 평가하는 한 해로 삼아, 경제‧산업 전 분야에 걸쳐 과제와 처방을 진단하고, 다가올 70년을 대비하고자 합니다. <편집자>



  • 최근 선진국 중심의 글로벌 경제 판도가 크게 변하고 있다. 미국, 일본 및 유럽 주요 국가들이 좌지우지 하던 시대는 지나고 중국을 필두로 과거 후진국으로 불리던 나라들의 '글로벌 경제 혁명'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제조업 분야에서 세계 최고 경쟁력을 자랑하는 우리나라도 이른바 '차이나 임팩트'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철강, 조선, 석유·화학, 스마트폰 등 각 산업 분야는 기술력에 있어 아직 중국에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낮은 임금 채산성을 바탕으로 한 가격경쟁력 면에서는 뒤쳐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자연스럽게 시장점유율을 크게 빼앗기고 있는 것은 물론 기술격차도 수년 안에 좁혀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나마 자동차 정도가 아직까지 확실한 격차를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산업 주도권이 선진국에서 후진국으로 점차 이동하는 것은 자연스럽지만, 이에 도취한 우리의 자만이 시기를 앞당겼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후발국의 추격이 어려운 고도의 의료 바이오 부품 소재 등 '롱 사이클' 산업을 육성해 국가 경쟁력을 유지해야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주도권 이전은 자연스럽지만…자만이 위기 당겼다

    사실 자본의 역사를 보면 산업 주도권이 선진국에서 후진국으로 넘어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기술이 특별할 정도로 고도화되지 않는 이상 결국에는 낮은 임금을 토대로 가격 경쟁력을 쌓은 후진국들에 추격을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자동차 산업을 살피면 주도권이 미국에서 일본으로, 일본에서 한국으로 옮겨갔다. 조선 산업을 따져 봐도 유럽에서 일본, 일본에서 한국으로 최강국의 입지가 넘어갔다.

    한국의 경우 1인당 연간 국내총생산(GDP)이 3만 달러 돌파를 눈앞에 둔 상태에서, 점차 고도산업 구조로 넘어가는 단계에 봉착했다. 더 이상 가격경쟁력으로만 승부를 보는 수준의 산업단계를 넘어선지 오래라는 것이다.

    반면 중국은 이제 몸 풀기를 마치고 본격적인 산업화의 시동을 걸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와 일본을 좇던 한국이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추고 나자 '선발자의 함정'에 빠져 이 같은 위기를 초래했다는 지적도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선발자의 함정' 이란 자기의 기술과 상품이 최고라고 여겨 새로운 것은 무시하는 경향을 말하는데, 이것이 후발자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된다"라며 "한국의 정보기술(IT)산업이 그 대표적인 예인데, '메인드 인 차이나'라고 무시할 때 중국은 무섭게 우릴 추격해왔고 우리는 결국 대응 시기를 놓쳤다"라고 말했다.

  • ▲ ⓒ연합뉴스DB
    ▲ ⓒ연합뉴스DB


    ◇후발국 추격 어려운 '롱 사이클' 산업 육성해야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이 국가경쟁력을 지속 유지하기 위해선 '롱 사이클' 산업을 육성해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은 그동안 기술 사이클이 짧은 정보기술(IT) 산업을 중심으로 선진국을 따라잡아왔다"며 "이제 중국이 무섭게 추격해오는 상황에서 앞으로 한국이 선진국으로 안착하기 위해선 의료 바이오 부품소재 등 기술 사이클이 긴 산업을 키워야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후발국이 기술 사이클이 짧은 산업을 전략적으로 선택한 것을 두고 '추격의 비밀'이라 부른다. 한국과 대만이 택한 IT산업처럼 기술이 빠르게 변할수록 선진국이 가진 '기술 수명'이 빠르게 소명해 후발게 유리하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최근 삼성전자 스마트폰이 중국의 샤오미, 화웨이 등에 위협받는 상황과 관련해서도 "'쇼트 사이클'산업은 추격하기도 쉽지만 추격당하기도 쉽다"며 "삼성은 바이오 부품소재 등 '롱 사이클' 산업으로 중심축을 점차 이동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