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도 '취업문'을 뚫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국내 대기업 10곳 중 8곳이 올해 상반기 신입사원 채용 규모를 지난해보다 줄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 중 상시종업원 300명이 넘는 207곳을 대상으로 최근 조사한 '올해 상반기 대졸 신입사원 채용 계획'을 2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채용 계획을 아직 세우지 못했다'고 응답한 기업이 134개(64.7%)에 달했다. '지난해보다 채용 규모를 줄이겠다'는 기업은 14개(6.8%)였으며, 심지어 '한 명도 안뽑겠다'는 기업도 10개(4.8%)나 됐다.
전경련은 대기업이 아직까지 올해 채용 계획을 수립하지 못한 것은 경영난때문에 채용을 주저하고 있거나 이미 채용 규모를 줄이기로 내부 방침을 정하고도 여론을 의식해 '미확정'이라고 응답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풀이했다.
결국 '미확정'을 포함하면 500대 기업 10곳 중 7~8곳(78.3%)은 상반기 채용규모를 줄일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작년만큼 뽑겠다'는 기업은 37개(17.9%)였으며 '작년보다 더 뽑겠다' 12개(5.8%)로 나타났다.
신규채용을 늘리지 못하는 이유(중복응답)로 기업들은 '국내외 업종 경기 악화'(26.4%), '회사 내부 상황 악화'(23.6%), '정년연장으로 퇴직인원이 줄어 정원관리를 위해 신규채용 수요 감소'(23.6%), '통상임금 등 인건비 부담'(6.9%), '예년 채용 수준 유지'(4.2%) 등의 순으로 꼽았다.
상반기 대졸 신규채용 인원 중 이공계 선발 비중은 평균 59.2%로 대기업에선 여전히 문과보다 이공계를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공계 선발 비중이 높은 업종은 건설‧에너지(74.3%), 공기업(73.3%), 제조업(66.7%) 등이었다. '문과생을 더 많이 뽑겠다'는 업종은 도소매업(77.5%), 운수업(66.7%) 등이었다.
신규채용 직원 중 여성 선발 비중은 평균 23.4%로 나타나 남성보다 여성들의 취업이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여성 선발 비율이 높은 업종은 운수업(43.3%), 정보서비스업(30.0%) 등이었다.
신규 채용은 줄지만 장년 근로자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응답한 130개 대기업에는 만 54세 이상 장년 근로자가 평균 7.8%였다. 특히 제조업 8.8%와 근로자 수 3000명 이상의 기업 9.6%에서 장년 근로자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들은 53세쯤에 퇴직하던 근로자들이 내년부터 정년이 의무화되면 '60세까지 근무하려는 경우가 많아질 것'(62.8%), '지금보다 더 많은 명예퇴직금을 준다면 퇴직할 듯'(12.6%), '기존처럼 53세경에 퇴직할 듯'(10.6%)이라고 답했다.
60세까지 근무하게 될 장년 근로자들이 내년부터 수행할 업무는 '기존 업무 및 직책 유지'(53.1%), '전문분야에서 자문위원 등의 역할 수행'(21.3%), '후배들에게 보직을 넘기고 팀원으로 근무'(10.6%), '지원부서‧지점관리‧마케팅 업무 수행'(7.2%) 등으로 조사됐다.
-
구조조정에 대해선 응답기업 중 10개 기업(4.8%)이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조조정을 하려는 이유는 '적자 누적 등 계속된 실적 악화'(6곳), '통상임금 등 인건비 상승'(4곳)을 꼽았다.
전경련 이철행 고용노사팀장은 "국내외 경기부진, 통상임금 확대에 따른 인건비 상승, 내년부터 시행되는 60세 정년 의무화 등으로 지난해보다 신입직원을 많이 뽑는다고 밝힌 대기업이 5.8%에 불과해 상반기 대졸 취업난이 심각해 보인다"며 "특히 대기업에서 이공계와 남성선호도가 높아 문과 출신 여성들의 취업이 매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