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멤버 활동도 흐지부지 새로운 멤버 영입도 안돼 '말뿐인 재계 본산'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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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의 목소리를 대변해온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흔들리고 있다. 최근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그룹 임원들 가운데 일부는 기업 경영에 별 도움이 안된다는 '무용론(無用論)'까지 제기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관련업계에서는 전경련이 위기에 봉착한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과거 전경련은 88서울올림픽 개최, 1998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극복 등 주요 국가 현안을 추진하는 재계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최종현 SK그룹 회장 등 주요 그룹 총수들이 직접 전경련 회장을 맡아 재계 큰 어른 역할을 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들어 전경련의 위상은 추락하면서 재계 인사들의 움직임도 여의치 않다.

비공개로 진행되는 회장단 회의는 참석하는 총수들이 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투병 중이고, 최태원 SK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조양호 한진 회장 등은 대외 활동이 여의치 않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과 구본무 LG 회장, 김준기 동부 회장, 박용만 두산 회장은 전경련과 거리를 두고 있다. 

이 가운데 새로운 멤버 영입도 여의치 않다는 점에서 더욱더 위기론이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네이버, 다음 등 2000년대들어 대한민국 경제를 대표하는 IT기업들은 전경련의 참여 요청을 잇따라 거부하면서 지난 61년 창립 이후 54년간 재벌 입장을 대변하는 단체로 유지돼 오던 전경련이 최대 위기에 부닥친 셈이다.

아울러 전경련의 사회적 영향력도 급감했다. 

'파워조직 영향력·신뢰도'조사에서 전경련의 영향력 순위는 2005년 9위, 2009년 12위, 2013년 15위로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전경련은 이 같은 위기 원인을 외부에서 찾았다. 

전경련 고위 관계자는 "최근 국내 기업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예전처럼 전경련 회장을 정점으로 일치된 목소리를 내고, 사회에서 이를 수용하지는 않는다"면서 "전경련 뿐 아니라 다른 기업인 단체들도 속사정은 비슷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재벌그룹 간 이해관계도 좁아지면서 단체의 필요성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