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급 1만30원, 월 209만6270원경제단체들 "충격적… 감당못할 수준"한계상황 업종 많아… "불안정한 일자리 만들 것"숙원이던 업종별 구분적용도 좌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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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원을 돌파한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에 경영계는 아쉬움이 가득한 표정이다.역대 두번째로 낮은 인상률(1.7%)이지만, 이미 지나치게 올라버린 최저임금 수준이라 한계상황에 직면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에겐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반드시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업종별 차등적용'도 이렇다 할 진전없이 좌절돼 과제로 남았다.12일 최저임금위원회는 제11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1만30원으로 결정했다. 사용자위원이 제시한 1만30원과 근로자위원의 1만120원을 두고 투표한 결과다. 당초 근로자위원 측은 올해보다 27.8% 오른 1만2600원을, 사용자위원 측은 동결된 9860원을 제시했다.내년 최저임금 인상률 1.7%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경제가 휘청였던 2021년 1.5%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작다. 최근 5년간 인상률을 보면 2020년 2.87%, 2021년 1.5%, 2022년 5.05%, 2023년 5.0%로 나타났다.류기정 경영자총협회(경총) 총괄전무는 전날 10차 전원회의에서 "우리 최저임금은 이미 매우 높은 수준에 도달해 있다"며 "같은 수준의 최저임금 인상률이라 하더라도 20년 전에는 '잔잔한 물결'이었지만 이제는 '해일'에 빗대야 할 만큼 시장 충격이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이 자영업자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과반(54.4%)은 내년 최저임금을 '동결 또는 인하'해야 한다고 답했다. 동결 답변이 43.4%로 가장 많았고 인하해야 한다는 의견도 11%나 됐다.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이번 인상안에 대해 "내년 경제성장률이 올해보다 악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2025년 1만원이 넘는 최저임금은 소규모 영세기업들과 자영업자들에게 추가적인 부담이 될 것"이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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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종별 차등적용 논의 시급히 이뤄져야업종별 차등적용이 불발된 것도 경영계가 우려하는 지점이다. 최저임금위는 지난 2일 이를 표결에 붙였지만, 일부 근로자위원들이 의사봉을 빼앗고 투표용지를 찢는 등 물리력을 생사했고, 회의는 더 진행되지 못한 채 종료됐다.경총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 노동시장에서 법정 최저임금액인 시급 9620원을 받지 못한 근로자 수는 301만1000명에 달한다. 2022년 275만6000명에서 25만5000명 증가했다. 근로자 1000명 중 137명은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한다는 의미다.법정 유급주휴시간을 반영하면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는 533만6000명으로 미만율은 24.3%로 껑충 뛴다. 이는 주휴시당을 주지 않아도 되는 주당 15시간 이하 불안정한 일자리만 늘어나는 결과를 낳는다고 경총은 지적한다.업종별로 보면 농림어업(43.1%)과 숙박·음식점업(37.3%)에서 최저임금 미만율이 매우 높았고, 돌봄 및 보건서비스 종사가 주로 분포한 '보건·사회복지업'의 미만율도 21.7%나 됐다.사업규모로 봐도 5인 미만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근로자 382만9000명 중 32.7%인 125만3000명이 최저임금액 미만 근로자로 나타났다. 300인 이상 사업장의 최저임금 미만율은 2.2%에 그친 것과 대조된다.이명로 중기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의 인상이지만, 절대수준 자체가 이미 높아져 있는 상황에선 아무리 낮은 비율이라도 중소기업들은 부담이 된다"며, "구분 적용 자체가 무산된 것도 상당히 아쉽다"고 말했다.경총도 최저임금위 발표 이후 논평을 통해 "동결됐어야 했으나 이를 반영하지 못한 것을 매우 아쉽게 생각한다"며 "정부와 국회는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한 경영부담 완화 및 근로장려세제(EITC) 확대와 같은 취약계층을 위한 소득 지원 정책을 보다 더 적극적으로 시행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김강식 한국항공대 명예교수는 "최저임금은 보호해야 할 다수의 취약 근로자들을 오히려 최저임금의 보호영역 밖으로 내몰 정도로 높아졌다"며 "협상 중심의 최저임금위원회 기능을 객관적 지표를 중심으로 결정하는 심의 중심으로 개편하고, 최저임금 결정 주기도 현행 1년에서 2년으로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