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일 취소'는 상황따라 안내 달라
불만 여론확대 우려에 '일관성' 요구
  • ▲ 왼쪽부터 시계방향, 신세계파주아울렛에 입점한 질샌더 매장 내 안내문, 지난달 개장한 현대아울렛김포점, 신세계파주아울렛 내 라움 매장, 신세계파주아울렛 전경. ⓒ뉴데일리 DB
    ▲ 왼쪽부터 시계방향, 신세계파주아울렛에 입점한 질샌더 매장 내 안내문, 지난달 개장한 현대아울렛김포점, 신세계파주아울렛 내 라움 매장, 신세계파주아울렛 전경. ⓒ뉴데일리 DB

    [르포]아울렛 명품브랜드들이 구매한 물품에 대한 '교환·환불 불가' 를 여전히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매장에선 당일 취소에 한해 관련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해 업체별 '눈치 안내'에 대한 혼선으로 고객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콧대 높던 백화점이 성장 정체 돌파구로 삼은 아울렛 시장. 이에 아울렛들은 입점브랜드를 확장해 나가며 고객들을 위한 서비스의 질을 적극 높여나가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소비자의 기본적인 권리는 여전히 외면 받고 있는, 이른 바 '명품 브랜드의 횡포'는 지속되는 상황이다.

    제품이 이상이 없는 '단순 고객 변심'의 경우, 일정기간 내에 교환·환불이 가능한 일부 브랜드들도 있지만 버버리·코치·페라가모 등 (상대적으로)고가의 브랜드들은 환불은 물론 교환조차 되지 않고 있다. 이들은 재고 소진이 목적인데다 할인율이 크다는 점을 내세우면서, 또 계산 시 고객에게 미리 고지를 하고 있기 때문에 전혀 문제될 사항이 아니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현대아울렛 김포점의 멀버리 매장 직원은 "아울렛 명품브랜드들은 브랜드 정책에 의해 원래부터 교환·환불 서비스가 제한돼 있었다"며 "할인율이 워낙 크고 수량도 한정 돼 있어 고객들도 충분히 이해해주고 있다"고 답했다. 다만, 구매 전에 꼼꼼하게 체크를 한 번 해볼 것을 당부했다.

    하지만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었다. 매장 내에서 안내하는 부분이 조금씩 상이하다는 점이다. 

    지난 14일 들렀던 현대아울렛 김포점. 토리버치 매장에서 물건을 결제한 후, 결제 취소를 하기 위해 매장을 찾았다. 이를 요청하자 한 매장 직원은 "본사 지침상 교환·환불은 안 된다"고 딱 잘라 말했다.

    당일 구매품이고, 구매한지 한 시간도 채 안 된 상황이라고 어필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브랜드 정책 내용을 계산 전에 미리 안내했기 때문에 교환·환불이 어렵다는 주장 뿐이었다.

    이번에는 신세계 파주아울렛으로 향했다. 이곳 토리버치 매장에 들러 직원에게 교환·환불 건에 대해 물어봤더니 마찬가지로 "교환환불이 안 된다"는 답변을 들려줬다. 이 매장 직원은 "재고를 판매하는 차원에서 상품 회전이 어렵고, 줄을 서서 기다렸던 고객이 구매를 하지 못하게 되는 가능성도 있어 해줄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동일한 매장 내 다른 직원에게는 "사실 당일취소는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안내를 받았다. 물론 당일 취소가 안 되는 부분에 대해 집중적으로 캐물었던 사전의 상황이 깔려있었지만, 브랜드 입장에서 어느 정도의 조정이 가능하다는 점에선 궁금증이 모아진다. 

    신세계파주아울렛에 입점한 제이에스티나와 한섬이 전개하는 의류브랜드 마인 매장 역시 직원이 상황에 따라 말을 바꾸는 모습이었다. 당일 구매 취소 건에 반박하자 매장 직원은 "사실 당일은 상황에 따라 봐주기도 한다"며 잽싸게 말을 바꿨다. 마인 브랜드 역시 "우리는 교환·환불을 기피하지만 당일 취소건으로 환불을 요청하면 해주기도 한다"며 처음과 다른 안내를 했다.

    LF가 전개하는 고급 편집숍 라움은 지점마다 브랜드 정책이 달리 안내되고 있어 고객 혼란마저 야기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현대아울렛 김포점과 신세계 파주아울렛에선 "재고가 소량이어서 교환·환불이 모두 안 된다"는 안내를 했지만 롯데 이천 아울렛의 경우 환불은 어려워도 교환은 가능하다는 안내를 펼쳤다. 

    이대로라면 매장 매출이나 고객 목소리에 따라 좌우되고 있었다는 해석도 나올 수 있다. 또 이들 브랜드들이 고가인 것을 고려하면 소비자의 원성은 더욱 확산될 수 있다. 물건 가격이 싸다는 이유로 교환이나 환불 같은 기본적인 소비자 권리가 막혀 있는 것에 대해 이미 업체 편의 위주라는 지적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고객 우롱'이라는 또 다른 불만이 가중되기 때문이다.

    한 관광객(쇼핑객)은 "아울렛 상품들이 생각만큼 가격이 싸지 않다. 일부 상품은 온라인몰보다도 더 비싼데 가격이 저렴하다며 교환도 안 해준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또 지점마다 '일관성 없는' 매장 운영도 짜증나지만 특히 상황에 따라 취소가 될 수 있다는 점은 정말 치사하다. 차라리 해외 직구를 택하겠다"고 지적했다.

    아울렛 쇼핑은 단발성 소비가 아닌 일반적인 구매행태의 하나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오프라인 채널에 대한 매력도가 낮아지지 않도록 입점 업체들은 소비자 만족을 위한 서비스 정책을 개선하는 등 브랜드들의 자구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