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워치' 선점 놓치자 대규모 물량공세 나서는 등 변화 조짐도

  • 애플(Apple)이 국내 고객을 상대로 입을 닫았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들끓고 있다. 사실상 애플이 한국시장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보따리를 풀었으니 사던 말던 알아서 선택할 일이고, 수리는 여전히 해줄 수 없다.

    한국시장에서 소통에 입을 닫고, '나몰라라' 식 A/S로 영업을 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 애플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스마트폰 기술 수준이 거의 비슷해지고 플레이어들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노키아와 모토로라가 떠오르는 이유다.

    20일 애플의 한국지사격인 애플코리아에 따르면 국내 홍보를 담당하는 인력은 2명이다. 1명은 아이폰과 애플워치를, 나머지 한명은 맥(Mac) 컴퓨터와 아이패드를 홍보한다.


    하지만 이들과 통화를 하는 건 사실상 하늘에 별 따기에 가깝다. 실제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애플워치가 최근 일반에 첫 선을 보이며 소비자 관심을 증폭시키고 있지만, 정작 애플코리아 측은 소비자를 대신해 질문을 던지는 언론에게 아무런 답을 주지 않았다. 나중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문자로만 소통을 하고 있었다.

    애플코리아는 자사 제품을 소개하기 위해 기자들에게 배포하는 자료 또한 무성의하게 만든다는 질책을 받고 있다. 애플 본사에서 내려온 영문을 그대로 한글로 번역, 기자들에게 뿌리다 보니 한글 문법에 맞지 않는 문장이 태반이다.

    그럼에도 애플코리아 측은 보도자료 어디에도 바로 연락이 가능한 전화번호를 두지 않았다. 그나마 회사 대표번호를 표시해 뒀는데, 담당자가 전화를 받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쓰려면 쓰고, 아니면 말고' 식의 태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대다수 회사들은 자료를 기자들에게 보내면서 곧바로 통화가 가능한 연락처를 남겨둔다. 궁금증을 갖는 기자들에게 빠른 답을 주기 위해서다. 자료가 100%로 완벽할 순 없기 때문에 당연한 조치다.

    고객과의 첫 대면인 만큼 많은 회사들은 이 업무를 위해 본사 홍보직원 외, 홍보업무를 도와주는 이른바 '대행사'의 힘까지 빌린다.

    애플코리아와 비슷한 처지의 외산폰 업체 가운데 소니코리아는 물론 중국의 화웨이 한국지사조차도 홍보 대행사를 두고 있다.

    카메라와 에어컨 등 다른 분야의 외산 업체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대부분 본사 홍보직원과 대행사를 투톱으로 세워놓고 제품 홍보를 진행하고 있다.

    불통만이 전부는 아니다. 애플의 '구멍난' 애프터 서비스(AS) 문제도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는 단골 기삿거리지만, 해결은 묘연해 보인다. 구조적으로 헛점을 갖고 있는 만큼, 애플의 AS 문제를 꼬집는 기사는 계속 양산될 수밖에 없다.

    애플코리아는 애플 본사로부터 제품을 떼와 판매하는 수준에 그치는 회사다. 제품을 교환해주거나 고쳐줄 만한 능력도 없다.

    이 같은 까닭에 인터넷을 통해 '애플스토어'에서 폰을 구입하면 애플 본사가 진행하는 질 높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반면, 국내 매장에서 제품을 사게 되면 제대로 된 AS를 받기 어렵다.

    AS센터 역시 외주업체에 맡기다 보니 적극적인 서비스를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이는 애플처럼 외산폰 기업이지만 국내에 직영 AS망을 설치한 소니와 대조되는 대목이다. 애플이 한국시장을 홀대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애플과 취재협조가 안 된다는 얘기를 기자들로부터 귀가 달도록 들었다"며 "민원이 발생해도 별다른 대응 없이 그냥 넘어가는 경우를 수차례 목격했다"고 비난했다.

    복수의 언론사 기자들도 "애플코리아에선 홍보를 아예 안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전화를 해도 통화가 쉽지 않아 오래 전부터 애플과 연락을 끊었다", "힘들게 통화가 돼도 별로 들을 수 있는 얘기 없다", "한국시장을 작게 보고 무시하는 처사"라며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애플코리아 내부 정보에 밝은 한 관계자 역시 "홍보담당자가 마케팅 업무를 함께 맡고 있다 보니 업무상 과부하가 걸리는 걸로 알고 있다"며 "다른 외산업체에서 애플로 건너간 부장급 직원이 있었을 땐 그나마 괜찮았었는데 지금은 상황이 어려운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이에 대해 애플코리아 측은 "아마 연락이 자주 없었던 기자들이 그렇게 말(전화가 안 된다)을 했을 것"이라며 "문자를 남기면 바로 답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외산폰의 무덤 한국에서 삼성과 LG의 아성을 흔들 만큼 아이폰과 아이패드 열풍을 일으키고 있지만, 고객과의 '불통'과 변함없는 '나몰라라' 식 A/S 정책에 불만이 높아지고 있지만 대책은 없다.

    처음 스티브 잡스가 한 손에 아이폰을 들고 등장했을 때, 애플의 로고는 사과가 너무 맛있어 한 입 베어 먹고 아껴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지금은 한입 베어 먹었더니 너무 맛이 없어 던져 둔 사과처럼, 또 벌레가 갉아 먹어 썩은 모습으로 보이기 시작한 것은 비단 기자만의 생각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