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 당사자가 조정안 거부하면 강제력 없어 무용지물…국토부 "시·도 통해 홍보 독려"
  • ▲ 국토교통부.ⓒ연합뉴스
    ▲ 국토교통부.ⓒ연합뉴스


    국토교통부가 건축 관련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건축분쟁전문위원회 상설 사무국을 설치하고 운영방식을 개선했지만, 유명무실했던 조정 효력은 그대로여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19일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 12일 건축분쟁전문위원회 상설 사무국이 경기 고양시 한국시설안전공단에서 현판식을 하고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갔다.


    건축분쟁위원회는 각종 건축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건축 관련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1996년부터 국토부와 각 시·도에 설치, 운영해왔다. 하지만 별도 조직 없이 지방자치단체 건축담당 공무원이 운영해야 하는 업무 부담과 전문성 부족, 긴 분쟁조정 시간 등으로 말미암아 사실상 활동이 유명무실했다. 중앙건축분쟁위원회의 경우 최근 5년간 분쟁조정신청 건수는 단 1건에 불과하다.


    반면 건축 인허가는 늘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전국 건축 인허가 연면적은 총 1억3804만9000㎡로 2013년과 비교해 8.7% 증가했다. 동수로는 총 23만6606동으로 4.5% 늘었다. 건축 관련 분쟁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국토부는 건축분쟁위원회를 활성화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건축법을 개정했다. 시·도에서 운영하던 건축분쟁위원회를 국토부의 중앙건축분쟁위원회와 통합하고 시설안전공단에 상설 사무국을 설치해 전국의 건축분쟁 업무를 처리하도록 위탁했다.


    분쟁조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분쟁조정 기간도 기존 90일에서 60일로 단축했다.


    그러나 상설 건축분쟁위원회가 활성화될지는 미지수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민원인들이 건축분쟁위원회 이용을 꺼렸던 가장 큰 이유인 조정 효력에 아무런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건축분쟁위원회는 관련 분야 전문가가 모여 분쟁 당사자들이 원만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조정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당사자들이 이 조정안을 수락하고 조정서에 날인하면 합의가 성립된다.


    국토부는 분쟁 조정과 관련해 재판상 화해 등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는 설명이다. 재판상 화해는 재심으로 취소되지 않는 한 화해 내용에 반하는 주장을 할 수 없다. 즉 확정판결처럼 강제력이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건축분쟁위원회의 조정안이 강제력을 띠려면 분쟁 당사자가 우선 조정안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하면 당사자 중 어느 한쪽이 조정안을 거부하면 건축분쟁위원회의 조정은 무용지물이 되는 것이다.


    한 광역자치단체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건축분쟁위원회에 접수된 조정신청 건수는 단 1건에 불과한 것으로 안다"며 "위원회가 유명무실한 가장 큰 이유는 조정안이 나와도 강제력이 없다 보니 분쟁 당사자가 조정을 거부하면 아무런 실효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른 지자체 관계자도 "90일 가까이 이견을 조율해 조정안을 만들어도 막판에 한쪽이 이를 거부하면 그동안의 노고가 헛수고가 되는데 누가 건축분쟁위원회를 이용하겠느냐"면서 "상설 사무국의 조정 효력도 종전과 달라진 게 없어 활성화될지는 미지수"라고 부연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상설 사무국에서 전문성을 가지고 민원인 입장에서 업무를 처리할 것"이라며 "허가 관청에서도 분쟁조정을 적극 권유하게 될 것이어서 건축분쟁위원회가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위원회의 내실 있는 운영과 활성화를 위해 각 시·도를 통해 홍보를 독려해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