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여건 개선·랜드마크 효과 등 대단지 기대감 반영통합재건축 결정, 인근 주택 매매가격 상승 견인
  • ▲ 한신4지구가 통합재건축사업을 추진한다.ⓒ뉴데일리경제
    ▲ 한신4지구가 통합재건축사업을 추진한다.ⓒ뉴데일리경제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이 활기를 띠면서 '통합재건축' 추진 단지가 늘고 있다. 

    통합재건축은 재건축 대상인 인근 단지들을 모아 한 단지로 재건축하는 사업이다. 대단지는 생활 여건이 좋고, 지역의 랜드마크 역할을 해 조합원들에게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입주시기가 비슷한 재건축 대상 아파트들이 힘을 모으고 있다. 여의도 상아·현대아파트는 통합재건축 사업시행인가를 준비 중이고, 강남구 개포주공6·7단지는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있다. 송파구 신천동 미성·크로바아파트도 통합 추진을 검토 중이다.

    특히 1980년 전후 아파트가 대거 건설된 반포·잠원동 일대에는 통합재건축 바람이 거세다. 1000 가구 내외의 단지들이 모여 2000~3000가구의 대단지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뉴데일리경제는 지난 19일 지하철7호선 반포역에서 도보 5분 거리. 한신4지구를 찾았다. 입구부터 주민들의 통합재건축 기대감 느껴졌다. 신반포17차에서 만난 한 50대 주민은 "아무래도 통합재건축에 대한 기대가 크다"며 "강남이라는 입지에 대단지 효과가 더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학규 한신4지구 재건축 추진위원장도 "오랫동안 한 단지처럼 여겨졌기 때문에 함께 재건축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지금까지 반대 없이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신4지구는 신반포8·9·10·11·17·20차로 이뤄졌다.

    이곳은 개별단지임에도 그동안 한 단지처럼 여겨졌다. 애초 재건축 사업이 논의됐을 때는 20차가 제외됐었다. 그러나 최근 20차도 함께 재건축하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오는 5월 주민총회에서 이 안건이 논의될 예정이다.

    김학규 추진위원장은 "2003년에는 20차가 20년이 채 안돼 재건축 대상이 아니었다"며 "이제는 재건축이 가능해 자연스럽게 추진하자는 얘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반포역 인근의 개업공인중개사는 "현재 총 2640가구의 한신4지구가 통합재건축 되면 3500여가구로 늘 것"이라며 "인근 재건축 단지보다 좋은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5월 한신4지구 재건축 소식이 전해진 뒤 문의전화가 30%가량 늘었다"며 "매매가도 10% 이상 올랐다"고 말했다.

    매매가격이 오름세를 보이면서 거래도 꾸준히 성사되는 분위기다.

    한 개업공인중개사는 "주변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며 "집주인들이 호가를 1000만원 이상 올려도 매수자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실장은 "최근 멈췄던 재건축이 활기를 띠면서 통합재건축도 다시 추진되는 분위기"라며 "통합할 경우 단지 규모가 크기 때문에 지역의 랜드마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 ▲ 신반포3차·23차·반포경남아파트 통합재건축사업이 진행 중이다.ⓒ뉴데일리경제
    ▲ 신반포3차·23차·반포경남아파트 통합재건축사업이 진행 중이다.ⓒ뉴데일리경제


    통합재건축 바람은 신반포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신반포3차 아파트 입구에 들어서자 '통합재건축 협약서 체결', '조합설립을 위한 창립총회'를 알리는 플래카드가 여기저기 붙어있었다. 통합재건축 사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신반포 통합재건축은 신반포3차 1140가구, 경남 1056가구, 신반포23차 200가구를 포함 총 2396가구를 새롭게 짓는 사업이다.

    지난 10일 각 아파트와 경남상가 대표가 모여 협약서를 체결했다. 오는 29일에는 조합설립을 위한 창립총회가 열린다.

    이들 단지 모두 사업 추진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반포경남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현재 주민들도 통합을 전제로 사업을 진행 중"이라며 "강남이라는 입지와 대단지 프리미엄으로 통합재건축 가치가 크다"고 말했다.

    이처럼 통합재건축 사업이 빠르게 진행되자 매매가도 들썩이고 있다.

    단지 내 상가에서 만난 개업공인중개사는 "하루에 20통씩 문의전화가 오는데, 물건이 없다"며 "지난해 연말 기준 경남아파트의 경우 9억 초중반대였던 전용84㎡이 11억 중반으로 올랐고, 신반포3차아파트 전용99㎡은 10억 중반대에서 12억을 훌쩍 넘어섰다"고 말했다.

    반면 통합재건축은 넘어야 할 산이 개별재건축 단지보다 높다. 사업진행 절차를 두고 주민과 추진위원회 측의 입장차가 있기 때문이다.

    반포경남 추진위원회는 아파트 별 조합설립이 먼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조합을 설립하고 통합해야 대등한 관계에서 사업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반포경남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신반포3차가 4월 조합을 설립하기로 예정됐다"며 "반포경남이 조합을 설립하지 않은 채 무작정 신반포3차 조합과 흡수통합되면 경남 주민의 재산권을 지킬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경남아파트 통합재건축을 위한 주민모임' 측은 통합이 먼저라는 주장이다. 개별 조합 설립에 따른 불필요한 절차를 줄일 수 있어서다.

    조합원이라고 밝힌 한 주민은 "통합이 먼저 이뤄져야 사업 진행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며 "사업비를 감소해야 조합원 분담금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통합 과정에서의 갈등은 불가피하다고 지적한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실장은 "지분, 가격, 조합원들의 신뢰가 각기 달라 갈등은 생길 수밖에 없다"며 "무엇보다도 협의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