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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9호선 사평역에서 도보로 5분 남짓. 서울 서초구 반포동 재건축 단지인 '삼호가든맨션 3차' 입구에 도착하자 사업시행인가를 축하하는 대형 건설사들의 플래카드가 곳곳에 걸려있었다.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대형 건설사들이 수주전에 나선 것이다.
인근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반포 끝자락에 대형사의 고급 단지를 만들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수주 경쟁이 치열하다"며 "트리플 역세권과 주변 상권이 완벽히 갖춰져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
삼호가든3차는 총 424가구 규모로 지난 1982년 입주했다. 현재 재건축 사업에도 속도가 붙은 상태. 2013년 7월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후 이달 6일 사업시행인가가 떨어졌다. 이에 따라 이 단지는 총 835가구로 탈바꿈하게 된다. 현재 GS건설, 현대건설, 현대산업개발, 대림산업, 롯데건설 등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에 삼호가든3차는 올 상반기 최대의 수주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이번 사업에 대다수 대형사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교통, 학군 등 우수한 입지로 사업성이 뛰어날 것으로 판단해 신중히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삼호가든3차 바로 옆 단지인 한양아파트 재건축 사업을 수주한 현대산업개발도 관심을 표한 상태다. 회사 관계자는 "강남 재건축 시장에서 '아이파크' 브랜드에 대한 신뢰를 쌓아가고 있다"며 "한양아파트에 이어 '삼호가든3차' 수주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
업계는 이번 삼호가든3차 수주가 추후 강남 재건축 시장 향방을 결정지을 수 있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강남 물량은 분양 시장 분위기와 관계없이 대형사들의 관심 대상"이라며 "'삼호가든3차'는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아 수익성도 보장된다"고 말했다.
롯데건설 관계자도 "도시정비사업은 건설사들의 미래 먹거리로 연결된다"며 "차별화 전략을 앞세워 사업 검토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 컨소시엄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로 보였다. 이는 주변 단지의 '학습효과' 때문이다. 단지 가까이에 있는 '반포리체'는 삼성물산·대림산업 컨소시엄이 조성한 단지로 지난 2010년 입주했다. 그러나 제3의 브랜드 탓인지 집값이 기대만큼 오르지 않았다는 게 인근 공인중개사의 설명이다.
삼호가든3차 인근 매매시장은 잠잠한 상태다. 재건축 사업에 대한 기대감으로 문의전화는 있지만 매물이 없어서다.
반포동 A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문의 전화는 간혹 있지만 워낙 가격대가 높은 단지"라며 "대형사가 관심을 보이자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공인중개사 관계자도 "주민들은 새 아파트에 대한 기대감이 충만한 상태"라며 "일대가 재건축 이주수요로 인해 전셋값도 높아 매매가격도 동반 상승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재건축 사업에 대한 주민들의 기대가 컸다. 일부 사업 반대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주변 한양아파트 등 재건축 속도가 빨라지자 태도를 바꿨다.한 60대 주민은 "과거 대형 평형대 소유자 중 60대 이상 주민들의 반대가 극심했다"면서도 "추가분담금에 대한 걱정은 있지만 사업성이 워낙 높아보니 주민들도 분위기가 고조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건설사 간 과잉 경쟁 탓인지 불법 홍보행위도 일부 이뤄지고 있었다.국토교통부 고시 '정비사업의 시공자 선정기준'에 따르면 건설업자 등 관계자는 합동홍보설명회를 제외하고 조합원을 상대로 개별적인 홍보는 금지돼 있다.
단지 내에서 만난 한 주민은 "시공사 관계자들이 주민들과 개별 접촉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