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1위 진로그룹 2대 총수로 '전성기' 누리다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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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호 전 진로그룹 회장이 지난 3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심장마비 증세로 사망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장 전 회장은 베이징에 있는 자택에서 심장마비 증세로 쓰려져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결국 숨졌다. 병원 측은 장 전 회장이 병원에 도착하기 전,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고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기 도피 생활로 몸과 마음이 지친 장 전 회장은 캄보디아서도, 중국에서도 재기를 노렸으나 별 성과를 내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지면서, 스트레스와 상실감 등이 주요 원인이 아니냐는 시선이 강하다. 

장 전 회장은 분식회계와 비자금 횡령 등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해외로 도피, 캄보디아를 거쳐 중국에 이르는 10년에 걸친 방랑생활을 이어온 바 있다.

◇ 장진호의 진로그룹, '전성기' 그리고 '몰락'

진로의 모태는 1924년 고 장학엽 회장이 평남 용강에서 설립한 '진천양조상회'다. 1951년 장 씨 일가는 부산으로 내려와 '부산동화양조'로 상호를 바꾸고 '금련'이라는 소주를 생산하면서 터를 잡았다. 이어 1954년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에 '서광주조'를 발족해 전국적인 영업에 들어갔고, 진로라는 상호는 1975년부터 쓰기 시작했다.

진로는 '두꺼비'를 상징으로 1970년 국내 소주시장 1위에 올랐고, 이후 줄곧 시장을 석권해왔다. 하지만 이후 진로는 수렁에 빠지기 시작한다. 1988년 진로그룹의 제 2대 회장에 오른 장진호 전 회장이 급속한 사세 확장에 열중하면서부터였다.

이에 한때 진로그룹은 음식료품, 화장품, 도소매, 건설, 운송 업종 등의 20여 개 계열사를 거느리며 그룹을 재계서열 24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와 함께 유동성 위기에 빠지면서 몰락하면서 같은 해 9월 부도를 맞았다.

1998년 3월 핵심 계열사였던 진로와 진로종합식품 등 6개 계열사가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고, 1999년 12월 진로쿠어스맥주를 OB맥주에 매각한 데 이어 2000년 2월 위스키 사업부문인 진로발렌타인을 영국에 양도했다. 

결국 2003년 1월에는 진로의 한국증권거래소 상장이 폐지, 2005년 하이트맥주가 진로를 인수했다. 장 전 회장은 이 과정에서 수천억원에 달하는 부식회계와 비자금 횡령 등으로 구속기소돼, 징역 2년 6월,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진로의 대주주였더 장 전 회장의 지분 역시 전량 소각됐다. 또한 그의 재산도 대부분 법원에 의해 가압류 됐다.

당시 모든 것을 잃은 장 전 회장은 진로를 되찾으려는 의지가 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분식회계와 사기대출 등으로 징역을 선고받은 장 전 회장이 다시 경영일선에 뛰어들기란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장 전 회장은 결국 집행유예 기간 중이던 2005년 캄보디아로 도피했다. 캄보디아에서도 부동산 개발, 카지노 등에 뛰어들며 재기를 꿈꿨으나 여의치 않았고, 5년 만에 중국으로 도피처를 옮겼다.

그러나 중국에서도 게임업체 등에 투자했지만 성과를 거두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별 성과를 내지 못하던 장 전 회장은 심적 압박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장 전 회장은 사망 전날인 지난 2일 한국의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힘들고 괴롭다"는 말을 되풀이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