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가 무서운 기세로 상승하며 3년8개월 만에 처음으로 박스권 상단인 2100선을 뚫었다. 수년간 제자리 걸음을 해온 지수가 박스권 상단을 확실히 정복했다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

     

    이제 시장은 2100선을 넘어 2200선 돌파에 대한 기대감도 키우고 있다. 반면 단기간에 지수가 급등한 만큼 급작스런 하락장세가 펼쳐질 수 있다는 신중론도 힘을 얻고 있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일 2100선 돌파에 성공한 코스피지수는 풍부한 유동성에 힘입어 역대 최고치(2228.96)를 넘어설 수도 있다는 관측과, 조만간 조정을 거치며 '쉬어 가기' 장세가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코스피는 올해 들어 월간 기준으로 매달 상승한 끝에 2100선을 돌파했다.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12월 30일) 코스피 종가는 1915.59였고, 올해 1월 7일에는 장중 1870선까지 떨어지기도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작년 연말보다 약 190포인트 올랐고, 연중 저점 대비로는 약 3개월여 만에 230포인트 급등했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달 17일 2000선을 회복한 이후 2100선 돌파까지 한 달이 걸리지 않은 것으로, 2050선을 회복한 이후에는 상승에 더욱 속도를 냈다. 코스피는 이달 들어 2거래일을 제외하고 매일 상승했다.

     

    이처럼 최근 코스피 급등의 가장 큰 원동력은 유동성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유동성 공급과 미국 금리 인상 시점 지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시중금리 하락 등의 영향으로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밀려오고 있다.

     

    또 삼성전자가 시장 전망치를 크게 웃도는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실적에 대한 기대감도 주가 상승세에 힘을 실었다.

     

    글로벌 유동성과 기업 실적 개선 기대에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배당 확대, 미국 기준금리 인상 시점 지연 등이 맞물려 코스피의 상승 여건이 마련됐다는 분석이다.

     

    외국인의 힘도 크다. 외국인은 올해 국내 시장을 통째로 사며 코스피를 견인하고 있다. 지지부진한 장세에 증시를 떠난 개미(개인투자자)들도 상승세를 뒷받침하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유럽계 자금이 몰려들고 있고, 초저금리 시대에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 부동자금도 증가하고 있어 증시로의 자금 유입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신흥국 통화가 강세로 전환되며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민병규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작년 4분기를 저점으로 국내 기업 실적 회복이 기대되고 있다는 점, 국제유가 안정과 경제 지표 개선 등을 고려하면 최근의 유동성 국면에서 국내 증시가 소외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코스피가 역대 최고치 돌파도 가능하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외국인 순매수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고, 저금리로 인해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시장으로 귀환하는 등 추가 상승 동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증권사 한 연구원은 "코스피는 올해 2250선까지 상승할 수 있다"며 "밸류에이션(평가가치) 상으로도 아직 국내 증시가 저평가 영역에 있기 때문에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주가가 빠르게 오르막길을 달리면서 한편에서는 불안감도 점차 커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세계적 추세의 저금리와 유동성에 힘입어 주가가 '파죽지세'로 오르고 있는 가운데 거품이 발생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수출과 내수 모두 불안한 조짐을 보이고 있고, 한국은행은 최근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4%에서 3.1%로 낮췄으며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종전 1.9%에서 0.9%로 하향 조정하는 등, 현재 경제 상황이나 전망은 부정적인 상황이다.

     

    펀더멘털(기초 여건) 측면을 고려하면 현재 주가 상승세가 지나치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유동성이 주가를 끌어올리는 현재 시장 흐름을 보면 지수가 2200선까지 추가로 상승할 수 있지만, 이는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과도한 상승(오버슈팅)이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코스피 수준은 기대할 수 있는 호재를 상당 부분 반영하고 있지만, 유동성의 힘으로 코스피가 2200선까지 상승할 수 있다"며 "4~5월 일시적으로 '오버슈팅' 할 수 있지만 지속성을 가진 흐름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지난해 코스피는 7월 31일 장중 2090선을 넘어선 이후 7거래일 만에 2030선까지 하락한 바 있다. 이후 지수는 다시 2000선 아래로 떨어졌다.

     

    이처럼 급등 이후 하락장세가 수없이 반복돼 오면서 이번 역시 박스권 돌파 이후 추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물론 현재까지는 급락세 가능성에 대해 크게 우려할 만한 사항은 아니라는 전망이 주를 이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