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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손해보험에 가입돼 있는 농협은행과 지역조합의 금융사기 보상금액 지불에 조건이 일관성 없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해 농협 1억2000만원 텔레뱅킹 무단인출 사건을 두고도 광양경찰서 조사시에는 보상 결정을 하지 않았다가, 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수사에 나서자 전액을 지불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이종걸 의원(새정치민주연합)에 제출한 금융감독원의 '전자금융거래 배상책임보험(이하 금융사기 보상보험) 납입액 및 보상액' 자료에 따르면, 농협은행이 지난해 금융사기로 지불한 보험금은 8억8200만원(284건)으로 나타났다. 또한 2013년 20억1000만원(431건), 2012년 1억4800만원(15건) 등이다.
농협과 농협은행이 가입한 농협손보의 '금융사기 보상보험'은 동일한 사건에도 입장이 상황에 따라 변한 사건이 있었다.
지난해 6월 농협에서 1억2000만원이 텔레뱅킹을 통해 무단으로 인출됐던 사건은 당시 광양경찰서에서 수사를 마무리한 바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소비자의 과실을 찾아내지 못했지만, 농협은 피해금에 대해 보상하지 않았다.
이후 공중파와 신문지면과 인터넷신문 등에 보도되면서 관심이 집중됐고, 피해자에 대한 동정론과 함께 은행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여론이 형성되자 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수사에 나섰고 그제서야 농협은 소비자의 피해금 전액을 보상해주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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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관계자는 "광양농협 텔레뱅킹 무단인출 사고에 대해 피해 전액을 보험금으로 보상하기로 했다. 지난해 보험사에서 조사했으며 광양경찰서에서도 수사를 종결한 사건이었다. 수사가 경찰청 사이버수사대로 넘어가면서 지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사기범 일부를 구속했지만 경찰청 역시 소비자와 은행의 과실을 밝혀내지 못한 것은 광양경찰서의 수사결과와 다를 바 없었다. 또한 지난해에도 보험사도 조사했지만 보험금은 지급이 결정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약관이 동일한 같은 보험에 가입했어도 은행의 입장에 따라 보험사에서 보상을 해주고 안해주고가 결정된다. 농협은 비슷한 사안에도 보상을 '해줬다, 안해줬다' 기준이 모호하다는 이야기가 업계에서도 나오고 있다"고 했다.
피해자의 보상은 환영할 일이지만 이슈를 만들어 내지 못한 또 다른 피해자는 손해를 입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다.
금융소비자원 조남희 대표는 "이번 사건은 관심이 폭발적이었으며 금액도 컸다. 농협이 처음에는 보상하지 않으려 버티다가 여론에 수긍한 것으로 판단된다. 또 다른 피해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법으로 금융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새로운 범죄유형이 나왔을 때 피해자를 막기 위해 금융사가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농협과 농협은행이 가입한 보험에는 전자금융거래시 접근 매체의 위변조 사고를 보상한다고 하면서도 소비자과실로 인해 발생한 보험은 보상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때문에 소비자들은 은행에서 '금융사기 보상보험'에 가입했다고 하더라도 보상받지 못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금융사기 민원을 접한 금융소비자원 오세헌 국장은 "은행에서 가입한 금융사기 보상보험은 유명무실하다. 금융사기가 발생해도 은행은 피해가 없어 이용자들에게 보험금을 지급해주기 위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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