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기업 부도, 알려진 손실만 2100억원주채권은행보다 손실 커… 부실 논란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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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뉴엘 사기대출 사건의 여파가 가라앉기도 전에 경남기업 법정관리 사태가 터지면서 한국수출입은행이 위기를 맞고 있다.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의 주 업무는 해외 투자·해외 자원개발 등을 위한 금융지원, 성장잠재력·수출경쟁력 등을 갖춘 중소기업을 발굴·육성하는 ‘히든챔피언’ 사업이다. 그런데 이 두 가지 주 업무에 모두 허점이 드러난 셈이다.

    이런 이유로 수출입은행의 사업 추진이 허술하게 이뤄졌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검찰과 금융감독원이 조사 대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면서, 수출입은행은 위기에 빠진 상황이 됐다.

    경남기업이 지난달 27일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지난 15일엔 상장폐지까지 이루어짐에 따라 수출입은행의 손실도 불가피해졌다.

     

    21일 현재까지 알려진 수출입은행의 손실 규모는 2171억 원. 이는 주채권은행인 신한은행의 1761억원을 훨씬 뛰어 넘은 수치다. 금융권에서는 수출입은행의 총 손실액이 5000억을 넘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것도 채권액 대부분이 신용대출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수출입은행은 타 은행에 비해 기업 대출 심사와 구비해야 할 서류 등이 덜 까다롭다”고 말했다. 재무제표를 통해 부실 위험을 쉽게 알아챌 수 있는 경남기업에 오히려 대출을 확대했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이다.

    같은 맥락에서 수출입은행의 주력 사업인 ‘히든챔피언 사업’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지난 2009년부터 추진돼 온 이 사업은 글로벌 경쟁력과 성장 잠재력이 있는 중소기업을 발굴해 해외 진출을 돕고 금융 지원을 하는 사업이다. 수출입은행은 히든챔피언으로 선정된 중소기업에 대출금리를 우대하고 대출한도를 확대하며, 이들의 해외 진출이 용이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그러나 지난해 말 터진 모뉴엘 사태로 히든챔피언 사업은 위기에 처했다.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현재까지 히든챔피언과 관련된 기업은 모두 321개다. 이 중 ‘히든챔피언 육성대상기업’이 298개, ‘한국형 히든챔피언 인증기업’이 23개다. 2012년 히든챔피언에 선정된 모뉴엘은 23개 기업에 포함됐던 기업이었다.

    수출입은행의 이 같은 부실 논란은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불거진 바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원석(정의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23일 열린 수출입은행 국정감사에서 "기업들의 경영환경이 악화되면서 경기민감 업종 등에 많은 여신을 집행한 수출입은행의 건전성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원석 의원에 따르면 2014년 9월 말 기준 수출입은행의 고정이하 여신은 1조7476억원에 달했다. 이는 5년간 1조원 이상 증가했으며, 2013년 말과 비교해서도 3710억원 늘어난 수치였다.

    반면 손실 흡수 능력을 나타내는 부실채권(NPL) 커버리지 비율은 9월 말 기준 117.7%로 2013년에 비해 90% 가까이 하락했다. 5년 사이 200% 넘게 떨어진 상황이었다.

    이와 관련, 수출입은행 측은 “1976년 설립 이래 단 한 번도 손실을 기록한 적이 없다”며 “정책금융 특성상 리스크가 큰 분야를 지원할 수밖에 없어, 시중은행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런 가운데 금융권 일각에서는 수출입은행에 대한 수사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경남기업의 부실을 알고서도 오히려 대출 규모를 확대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는 것.

    수출입은행의 기업 지원금은 현재 연간 80조 원에 이른다.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정책기관인 만큼 더욱 철저한 관리가 필요한데도, 대출 심사를 소홀히 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