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색종 조기발전 위해선 온 몸을 살펴야…자칫 불편할 장면에 적절한 동물 내세워 메시지 전달

  흑색종은 주로 피부에 생기는 일종의 악성 종양으로 멜라닌 세포가 변형되어 발생한다. 그 중 악성은 전체 피부암의 5%에 불과하지만 사망률이 높은 편이다. 동양인보다 멜라닌 색소가 부족한 백인들에게 더 높은 발병률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눈에 잘 띄는 성질 때문에 조기 발견하기는 어렵지 않다. 의사들은 검은색 반점이 생겨서 불규칙하게 자라나면 얼른 병원에 가보라고 권한다. 제 때 발견되기만 한다면 90%는 치료할 수 있다는 것. 

  그런데 자신의 외모에 나타난 변화를 알아차리는 게 생각만큼 쉽지는 않다. 등처럼 눈으로 확인하기 힘든 위치에 나타난 변화는 더 그렇다. 자가진단이라 해도 어느 정도는 타인에게 의존해야한다. 발병률이 낮은 아기들에겐 오히려 몸 구석구석을 꼼꼼히 살펴주는 보호자가 있다. 하지만 정작 흑색종 자가진단이 꼭 필요한 성인들은 어쩔 것인가.  


  •   영장류는 번식이라는 목표 없이도 섹스를 하는 지구상에서 가장 에로틱한 동물들이다. 특히 인간이 그렇다. 인간의 섹스는 몸보다 뇌에 더 의존한다. 그래서인지 스포츠나 예술, 심지어 의료 활동에 이르기까지 인간은 자신들의 신체적 활동을 필요 이상으로 섹스와 연관 짓는 경향이 있다. 몸 이곳저곳을 서로 살펴봐주자는 메시지를 직접적인 영상으로 전달하기 까다로운 이유다. 아름답게 찍자니 음란해 보일까 걱정이고, 정보전달에 치중하자니 따분해질까봐 걱정이다. 

      시대가 변했다 해도 섹스는 여전히 지극히 개인적이며 사적인 일이다. 공공연하게 섹스를 연상시키는 것, 지나치게 에로틱한 것에는 대부분 불편함을 느낀다. 흑색종 조기 자가진단을 권유하는 라로슈포제의 공익광고에, 사람 대신 검정색 얼룩무늬로 유명한 달마시안 종 개들을 등장시킨 건 매우 영리한 결정이다. 흰 몸뚱이에 난 검은 점들이 메시지를 확실하게 전달하는 건 물론, 아름답되 불편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의 ‘벗은 몸’을 이리저리 거울에 비춰보고, ‘파트너’의 귀를 입으로 쓸어 올리고, 등에 얼굴을 갖다 대고, 다리마저 벌려 보는 모습을 인간 모델들이 연출했다고 상상해보자. 사람들이 메시지보다는 모델들의 에로틱한 모습에 반응할 게 뻔하다. 뜻하지 않은 상황에서 성적 상상력을 자극받은 사람들은 한껏 불쾌해져 ‘아이들도 보는데 너무 한 거 아니냐’며 모처럼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 노력한 기업에게 비난의 화살을 쏟아 부을 수도 있다. 

      광고주 라로슈포제는 프랑스의 화장품 브랜드다. 성적인 장면에 불편해 하는 건 ‘표현의 자유’에 유난히 관대한 프랑스에서도 매한가지인 모양이다. 덕분에 경찰견에 군견, 마약탐지견, 맹도견 등으로 활약해온 견공들이 이젠 ‘에로틱한 영상’의 모델 일까지 떠맡게 됐다. 

      아무튼, 고정적인 섹스파트너가 있으면 건강에 좋은 이유가 또 하나 추가됐다. 파트너 없다고 의기소침하진 말자. 영상 속의 한 달마시안처럼, 이제부터라도 나르시시스트가 되어 이따금 거울 앞에서 서는 방법도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