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합산 연소득 4000~6000만원 이하 소득구간 개편 여전히 없어부부합산 연소득 대신 만 30세 이상 단독세대주로 디딤돌 대출 받도록 추천

  • 올해 8월 결혼을 앞둔 김아란(29·가명)씨는 국토부의 주택구입자금 대출 상품인 '디딤돌 대출'을 받아 경기도 수원의 소형 아파트를 구입할 예정이었다. 결혼을 앞두고 주택을 구입하려는 신혼부부들에게 적합한 상품이라는 설명과 함께 시중은행보다 대출 금리가 훨씬 낮은 점이 눈에 띠었기 때문. 

    하지만 시중은행에 방문해 상담을 받은 김씨는 디딤돌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이 매우 까다롭다고 생각했다. 첫 번째 걸림돌은 부부합산 연소득 7000만원 이하라는 조건. 대학 졸업 후 약 4년간 중소기업에서 직장생활을 한 김씨와 남자친구의 소득을 합하면 7000만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은행 직원은 부부가 아니라 단독세대주일 경우에도 디딤돌대출을 받을 수 있다고 알려줬지만 이번에는 '나이'가 발목을 잡았다. 만 30세 이상 단독세대주이면 가능했지만 동갑내기인 김씨와 남자친구는 29세였기 때문. 신혼부부와 서민을 위한 상품이라는 말만 믿고 은행을 찾은 김씨는 분통을 터트리며 다른 대출상품 찾기에 나섰다. 


    최근 전세난에 지친 세입자들이 주택 구입을 늘리면서 디딤돌 대출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올해 대출 금리까지 인하되면서 서민들의 내집 마련이 한층 수월해질 전망이다. 

    하지만 디딤돌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이 여전히 까다롭고, 실제 혜택을 보는 대상도 한정돼있어 제도 개선 필요성이 거듭 제기되고 있다.  

    2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가 국민주택기금으로 지원하는 주택담보 대출인 '내집마련 디딤돌 대출'의 올해 1분기 실적이 2조 335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약 19.8% 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대출건수 역시 2만 1187건으로 지난해 1분기 대비 13.5% 늘어났다. 최근 천정부지로 치솟는 전셋값으로 집을 구입하는 것과 그리 큰 차이가 없어지면서 주택 구입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뿐만 아니라 디딤돌 대출의 매력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1월 출시된 뒤 지속적으로 대출 금리가 떨어지고 있고 (2.8%∼3.6% → 2.6%∼3.4% → 2.3~3.1%), 청약저축 장기 가입자에게는 최대 0.2%포인트의 우대금리 혜택까지 준다. 처음 디딤돌 대출이 출시됐을 때보다 지금 받는 것이 훨씬 유리한 조건인 셈.


    하지만 대출금리를 지속적으로 인하하고 우대 혜택을 제공한다 해도 소득구간 조건에 대한 개편은 없는 까닭에 제도의 실효성을 두고 불만의 목소리는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디딤돌대출을 받을 때 부부합산 연소득을 기준으로 하는데, 부부합산 소득기준이 지나치게 낮은 까닭에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실제로 가장 낮은 금리인 연 2.3%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연소득 2000만원(부부합산 기준) 이하인 신혼부부가 10년 만기를 기준으로 대출을 받았을 때만 가능하다. 

    그러나 실제로 연소득 2000만원 이하의 신혼부부가 수도권에서 주택을 구입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한 서울 소재 시중은행 대출업무 담당자는 "실제로 디딤돌대출 상담을 진행하면서 부부합산 연소득 2000만원 미만의 고객을 본적은 없었고, 2000만원 이하 소득구간은 지방에서 주택 구입을 위한 대출 신청이 간혹 있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또한 부부합산 4000만원 이상 6000만원 이하 소득구간도 디딤돌 대출 수혜를 입기 어렵다는 지적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직장생활을 시작한지 대략 3~5년,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신혼부부들이 
    각각 연봉 3000~3500만원(세전 금액)만 수령해도 디딤돌대출 신청 기준을 쉽게 벗어나기 때문.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의 경우 부부합산 연소득이 7000만원까지 가능하지만 이마저도 너무 낮아, 디딤돌대출 수혜를 얻기 어렵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시중은행 관계자들은 예비 신혼부부일 경우 부부합산 소득기준이 너무 낮은 까닭에, 혼자서 대출을 받는 '만 30세 이상 단독세대주' 조건을 활용해 디딤돌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권고하고 있다.

    만약 30세 미만이면 대한민국 국민으로 민법상 성년이 아니기 때문에 디딤돌대출을 받을 수 없다. 이미 경제활동을 하고 있고 충분히 여력이 된다하더라도 '30세' 라는 나이 조건에 걸리는 것.

    또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실제로 디딤돌대출 조건에 쉽게 부합하는 고객들이 잘 없기 때문에, 디딤돌 대출 신청이 들어오면 상담을 통해 최대한 적합한 조건을 찾아내 디딤돌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며 "신혼부부 합산 소득이 세전 금액으로 할 경우 대부분 7000만원을 조금 경우가 많아, 단독세대주로 받기를 주로 권유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토부에서 만든 조건이 까다롭지만, 은행은 어차피 만들어진 상품을 파는 창구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에 상품을 팔면서 느꼈던 어려움이나 실효성, 불합리성에 대한 의견을 피력하기는 쉽지 않다"며 "제도가 시행된지 1년이 넘었고 여전히 디딤돌 대출을 받고자 하는 수요가 많은 만큼, 상품을 만드는 쪽(국토부)와 파는 쪽(은행)에서 의논해 상품의 실효성을 높였으면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