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급만 공개, 하위 등급 비공개 ... "금융소비자 보호 역할 망각" 비판

  • 금융감독원이 올해 금융사 민원평가 결과 발표에서 대구은행과 삼성화재, 삼성카드 등 최우수 등급을 매긴 금융사 명단만 공개하고 정작 개선이 시급한 하위 등급 긍융사는 공개하지 않아, 민원이 많은 금융사에 대한 '봐주기'에 급급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금감원은 은행과 신용카드, 생명보험, 손해보험, 금융투자, 저축은행 등 6개 권역 81개사를 대상으로 지난해 민원발생 현황을 평가하고 1등급 회사 15곳의 명단을 28일 공개했다. 


    금감원은 매년 민원건수와 민원해결 노력, 영업규모 등을 평가해 1등급(우수)부터 5등급(매우 미흡)까지 순위를 매겨 공개한다.

     

    ▲은행 중에선 광주은행과 대구은행 ▲신용카드사 중에선 삼성카드와 신한카드, 우리카드 ▲저축은행 중에선 웰컴저축은행이 지난해 평가에서 각각 1등급에 올랐다.

     

    생명보험사 중에선 ▲교보생명과 농협생명, 미래에셋생명, 신한생명, 한화생명 ▲손해보험사 중에선 농협손해보험과 동부화재, 삼성화재 ▲금융투자사 중에선 현대증권이 각각 최고 등급을 받았다.

     

    금감원은 2~5등급은 공개를 거부했다. 내달 8일부터 각 금융사 홈페이지 초기 화면에 공시하는 것을 확인하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금융소비자들은 81개 금융사들의 민원평가 내용을 한눈에 비교할 수 없게 됐다. 1등급 회사들은 금감원 홈페이지에서 일괄적으로 볼 수 있지만 2~5등급 회사는 해당 회사 홈페이지를 방문해야 확인할 수 있는 것.

      
    이는 금감원이 기존에 추진해오던 '네임 앤드 셰임(Name & Shame: 이름을 밝히고 망신 주기)' 원칙을 뒤집은 것이다. 


    이에 대해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금융사 건전성을 감독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금융소비자를 보호하는 것이 금융감독당국의 기본 역할인데 민원평가 하위 등급을 숨겨주는 것은 금융사를 보호하려고 금융소비자의 권익을 등한시하는 것"이라면서 "금융감독당국의 존재 의의를 망각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우수 등급만 공개해 금융회사들이 자율적으로 민원 대응 능력을 개선하도록 유도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우수 등급 금융사에는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도록 최우수 금융사 마크를 주기로 했다. 지난 2012년 이후 3년 연속 1등급을 달성한 대구은행과 삼성화재, 삼성카드 등 3개사에는 표창장을 준다.

     

    반면 최하등급인 5등급 금융사에 대해서는 원인을 현장 점검하고 해당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 등 경영진을 불러 소비자보호 역량 강화를 유도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금융회사의 민원 발생 내용을 간편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금융회사 홈페이지에 '소비자포털(가칭)'을 구축할 예정이다. 이곳에 민원 건수와 민원 접수, 소비자보호 관련 사항을 게시할 계획이다.

     

    또 민원발생평가는 2014년으로 종료하고 올해부터는 소비자보호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소비자보호실태평가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