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원화가치 상승률 3년6개월만에 최대…수출 '경고음'
  • 한국의 각종 경제지표가 일제히 부진한 가운데 일본 경제는 회복세를 보이면서 양국 경제가 뚜렷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특히 원화 가치가 월간 기준으로 3년 6개월 만에 최대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수출 부진에 힘들어하는 한국 경제에 빨간불이 켜진 반면, 일본은 엔저에 힘입어 수출이 살아나고 있다.

     

    3일 세계 금융시장과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4월 한 달간 원·달러 환율은 37.40원(1,109.69원→1,072.29원) 하락했다. 이에 따라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지난달 3.49% 상승, 2011년 10월 이후 약 3년 반 만에 최대 상승률을 나타냈다.

     

    지난달 원화가 강세를 보인 것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시점이 늦춰질 것이라는 관측이 퍼지면서 달러 가치가 작년 6월 이후 처음으로 약세로 돌아섰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경상수지 대규모 흑자가 이어졌고 한국의 최대 교역국 중 하나인 중국이 지난달 초 기준금리 인하 등 통화완화 조치를 잇따라 내놓으면서 원화의 상대적 강세를 더욱 부채질했다.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는 올해 들어 1.091% 상승했다. 이는 블룸버그가 집계하는 31개 주요 통화 중 러시아 루블화(17.947%), 스위스 프랑화(3.754%), 대만 달러화(2.116%)에 이어 네 번째로 높은 상승률이다.

     

    원화가 달러나 엔화 등 주요국의 통화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면서 한국 수출도 위축됐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4월 수출액은 462억 달러로 작년 같은 달보다 8.1% 감소했다. 1월(-0.9%), 2월(-3.3%), 3월(-4.3%)에 이어 넉 달째 감소한 데다 감소 폭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월간 수출액 연속 감소 기록으로는 미국 금융위기 당시의 2008년 11월부터 12개월 연속 감소 이후 최장이다.

     

    또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석 달째 마이너스를 기록해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웠다.

     

    한국의 4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0.4% 올랐다. 작년 같은 달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2월 0.8%로 떨어진 이후 5개월 연속 0%대를 기록했다. 올해부터 갑당 2000원 정도 오른 담뱃값 인상 요인(0.58%포인트)을 빼면 물가는 사실상 3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나타낸 셈이다.

     

    농산물 및 석유류 등 일시적 가격변동이 심한 품목을 제외하고 산출한 근원물가는 1년 전보다 2.0% 올라 올해 1월(2.4%) 이후로 둔화세를 나타냈다.

     

    한국의 소비자물가는 하락세를 이어가 디플레이션 진입 가능성에 대한 우려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특히 한국보다 경제성장률이 낮은 일본보다 물가가 낮은 수준인 점은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한국의 물가 수준이 많이 낮은 편"이라며 "나라마다 물가 지수의 특성이 다르지만, 일본과 비교해 물가 수준이 낮다는 점은 경고음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과 달리 일본 소비자물가지수는 회복 조짐을 보였다.

     

    일본의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 상승했다. 이는 전월(2.2%)과 시장 전망치(2.2%)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다. 신선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작년 3월보다 2.2% 올라 지난달 수치(2.0%)를 소폭 웃돌았다.

     

    근원 CPI 상승률은 지난해 5월(3.4%) 이후 계속 내리막길을 걷다 10개월 만에 상승으로 전환했다.

     

    지난해 4월 시행된 소비세 인상(5%→8%)에 따른 물가 상승효과를 걷어내도 3월 일본의 근원 CPI는 사실상 전년보다 0.2% 올라 한국보다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최근의 원화 강세와는 달리 '아베노믹스' 이후의 엔화 약세는 도요타나 소니 등 일본 기업들의 수출 증가와 실적 개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일본의 3월 월간 무역수지는 엔저와 유가 하락 등에 힘입어 2년 9개월 만에 첫 흑자를 냈다.

       

    일본의 3월 무역수지는 2293억 엔(약 2조752억원) 흑자로 집계돼 전월의 4250억엔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고, 시장 전망치인 446억 엔 흑자마저 크게 뛰어넘었다. 일본 월간 무역수지가 흑자로 돌아선 것은 2012년 7월 이후 2년 9개월 만에 처음이다.

     

    특히 이 기간 수출은 전년 동기보다 8.5% 증가해 엔저 효과가 일본 수출에 확실히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