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기관이 올해도 하반기 경제성장률이 상반기보다 높은 '상저하고(↗)' 전망치를 내놨지만 예년처럼 상반기보다 하반기가 더 낮은 '상고하저(↘)' 결과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경제가 더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섞인 기대로 상저하고를 예상하지만 실제 결과는 이에 미치지 못하는 현상이 반복되는 것.

     

    한국은행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상저하고 흐름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은은 지난 9일 낸 경제전망보고서에서 올해 연간 성장률을 3.1%로 제시하고 상반기 2.7%(전년 동기 대비), 하반기 3.4% 성장률을 나타낼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국개발연구원도 작년 12월 낸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상반기 성장률을 3.4%, 하반기 성장률을 3.6%로 예상해 역시 상저하고 흐름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경제 예측기관들이 상저하고를 전망하는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거의 매년 되풀이되는 현상이다.

     

    한은의 성장률 전망치(당해년 4월 기준)만 보더라도, 지난 2011년부터 올해까지 해마다 상저하고를 예측했다. 그러나 실제로 상반기보다 하반기의 성장률이 높은 해는 2013년이 유일했다.

     

    지난해의 경우 애초 상반기 3.9%, 하반기 4.0%의 상저하고 전망이 나왔지만, 4분기 성장률(전기 대비)이 0.3%로 추락한 여파로 뚜렷한 경기 하향 추세를 보였다.

     

    문제는 올해도 정부기관의 상저하고 예측이 희망 섞인 기대에 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달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2분기에는 회복세를 나타낼 것"이라며 올해 상저하고의 흐름을 보일 것으로 낙관했다.

     

    하지만 여기에는 재정 투입에 큰 차질이 없어야 한다는 단서가 붙었다.

       

    장민 한은 조사국장은 같은 날 경제전망 발표 기자설명회에서 "올해는 6조원 정도의 세수 부족이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예상보다 세수 부족 규모가 크면 성장률 전망은 더 낮아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집행의 절반 이상이 상반기에 집중된 가운데 하반기 세수부족으로 재정집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연말 경기 뒷심은 급격히 떨어지게 된다.

     

    실제로 지난해 10조9000억원 규모의 세수 결손이 발생하면서 4분기 성장률이 0.3%(전기 대비)로 크게 낮아진 바 있다.

     

    올해 세수 여건도 호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21일 발표한 '4월 월간재정동향'을 보면 1∼2월 세수진도율은 14.3%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진도율(14.3%)과 같은 수준을 보였다.

     

    국내외 경제여건 변화는 성장세 회복의 또 다른 암초다.

     

    한은은 소비 및 투자심리 회복 지연과 중국의 성장세 둔화를 올해 성장경로의 하방 요인으로 꼽았다.

     

    세수부족과 대내외 경제상황 악화가 중첩될 경우 하반기 경기 흐름이 나빠지며 연간 경제성장률이 2%대로 추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소비·투자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어 유가하락의 효과만으로 쉽게 살아나기는 아직 힘든 측면이 있다"며 "기준금리 인하 효과도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에 2분기에도 경기회복세는 미약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상고하저 경기 흐름의 재현을 막기 위해 정책당국이 추가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신동준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경제전망치는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전개됐을 때를 전제로 해 산출한 것"이라며 "경제가 정상 활동을 늘 벗어나니까 성장률이 하향 조정되곤 해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