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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이 100년, 200년 이상 이어 나갈 수 있는 비법은 무엇일까. 장수기업 오너들이 전하는 기업 장수 비결은 한마디로 '인간 존중'이었다. 임직원들을 가족처럼 생각하고, 공감을 얻는 '가슴이 뜨거운 경영자'가 돼야만 기업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환경 변화에 잘 적응하고 사업을 냉철하게 판단하는 '차가운 머리'와 사업기회를 잘 찾아내는 '밝은 눈', 이를 실행에 옮길 수 있는 '튼튼한 다리'가 필요하다는 것이 장수기업 오너들의 한결 같은 얘기였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중견련) 명문장수기업센터는 20일 서울 반포 팔래스호텔에서 중견기업인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10회 명문장수기업 만들기 전략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은 △반원익 중견련 상근부회장의 인사말씀 △경과보고 △기업별 브리핑 △장수기업 오너와의 토크쇼 △축하 공연 등의 순으로 구성됐다. 이중 가장 눈길을 끈 부문은 이윤철 산업정책연구원 이사장의 사회로 진행된 '장수기업 오너와의 토크쇼'.
'장수기업 오너와의 토크쇼'에는 창립 110년을 맞은 몽고식품의 김현진 부사장과 61년 된 태양금속공업의 한우삼 회장, 올해 창립 48주년을 맞은 동신유압의 김병구 대표이사와 25년 된 한국콜마의 윤동한 회장 등이 패널로 참여했다.
또 이경묵 서울대 장수기업연구센터 센터장이 전문가 패널로 자리했다. 토크쇼는 사회자와 전문가 패널의 질문에 패널들이 차례로 답변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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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은 입사한 순간부터 인재…장점을 찾아야"
'명문장수기업으로 가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장수기업 오너들은 하나같이 '인재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은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사풍을 만드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인간 존중이 장수기업으로 가는 길"이라고 확답했다.
이어 "1등 기업은 사람을 키워야 한다. 기업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인재라고 생각해야 한다"며 "대기업에 들어가지 못해 중소기업으로 왔다는 식의 눈으로 바라보면 절대 안된다. 경영자는 이들의 장점을 찾아내는 한다. 장점을 찾기만 하면 곱게 보이기 시작한다"고 강조했다.
김병구 동신유압 사장도 "인적자원이 가장 중요하다. 직원들과 경영자는 실질적으로 계약 관계지만, 가족이라고 말하지도 않지만 가족처럼 지내려 한다"며 "당장 실행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 느낀 것이 있다면 당장 실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우삼 태양금속공업 회장은 "근로자를 가족처럼 생각해야 한다. 한솥밥 가족으로 계속 함께 나아가야 한다"며 "하지만 경영자는 자기 사업에 대해서 만큼은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자기 사업은 자신이 제일 잘 알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김현진 몽고식품 부사장은 "경쟁력은 임직원들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창의성과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하면 기업은 지속적으로 존속할 수 있을 것"이라며 "경영자는 비상식적인 것을 하지 말아야 한다. 오래 살려면 담배나 술을 하지 말아야 하듯이 하지 말라는 것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답했다.
'오늘날까지 기업을 유지할 수 있었던 가장 큰 결정'을 묻는 질문에 대해 한국콜마 윤 회장은 "원청업체에서 요구하는 가격이 낮아 품질을 낮춰 가격을 내리자는 말이 있었다. 하지만 바보같이 손해가 났지만 좋은 품질을 지켜야 한다고 고집을 부렸다. 그렇게 했더니 결국 가격을 올려주더라. 품질은 타협의 대상이 아니다"며 "지금에 와선 쉽게 얘기하지만 당시엔 힘든 결정이었다. 기업가로서 꿈에 충실하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꿈이 있으면 기본과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양금속의 장수 비결은 모르는 사업에 손 대지 않은 것"
태양금속공업 한 회장은 "냉장고, 세탁기, 자동차 등에 저희 회사 제품이 들어가지만 일반 소비자들은 저희 회사를 잘 모른다. 61년이 되도록 아는 사람이 없다. 부품업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완제품 쪽으로 한번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무리하게 확장하다 망한 기업도 많다. 그래서 원래 하고 있던 사업에 집중했다. 한우물만 팠다"며 "오늘날에 와선 크게 성장하진 못했지만 문어발식 확장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늘이 있지 않나 싶다. 잘 알지 않은 사업에 손을 대지 않은 것이 가장 큰 결정이었다"고 덧붙였다.
동신유압 김 대표는 "대표를 맡는 게 가장 큰 결정이었다. 대표를 맡을 당시 직원들의 책임감 등은 최악이었고 부서 이기주의가 넘쳐났다. 두려움도 많았지만 저한텐 가장 어려운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몽고식품 김 부사장은 "공장에서 15년을 일했고 노조와의 분쟁도 해결했다. 그런데 갑자기 형이 나타나면서 대표이사는 형에게 승계됐다"며 "어릴 때부터 장남과 차남에 대한 세뇌교육을 받다 보니 참아야 할 것 같았다. 그때 그런 결정을 내려 현재는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답했다.◇"'형제의 난' 없애려면 세뇌교육 필요"
'경영승계 과정에서 형제간 다툼 등을 없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물음에 대해선 조기교육의 중요성과 과감한 결정, 외부인사 영입 등이 거론됐다.
몽고식품 김 부사장은 "향후 대표이사가 될 사람들에겐 라인이라는 게 생긴다. 이들로 인해 싸움의 소지가 생긴다. 이럴 땐 직접 만나서 풀어가는 게 좋다"며 "어릴 때부터 세뇌교육이 돼 있어야 이것도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전문경영인을 2~3명 세웠지만 맘에 안들어 모두 내보냈다. 결과적으론 형님이 영업 쪽을, 간장은 제가, 동생은 경영을 맡고 있다. 시장 규모가 작다보니 전문경영인을 두는 것은 말이 안되는 것 같고 가족 경영을, 자녀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동신유압 김 대표는 "아니다 싶으면 과감히 자식이라도 버려야 한다. 직원이 100~200명이 되면 공공기업이나 마찬가지다. 아들이라고 그냥 넘겨선 안된다"며 "큰아들이라고 우선권을 행사하지 않아야 한다. 줄 수 있는 건 동생들에게 다 줘라. 그러면 집안이 행복하고 싸움이 나지 않았다. 희생에 대해 어릴 때부터 교육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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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금속 한 회장은 "형제자매가 남자 넷에 여자가 한 명있다. 선친께서는 형에서부터 시집간 여동생까지 똑같이 나눠 줬다. n분의 1로 나눴다"며 "이는 장단점이 있다. 우선 공평하니가 좋다. 하지만 형제 지간에 위계질서가 없어진다. 형을 우습게 보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선친께선 형을 사장으로 선임했는데 엔지니어인 형은 만들어 지지 않는 것에 집착해 시행착오가 몇건 있었다. 그러다보니 3년후 쯤 선친께서 동생인 나에게 회사를 맡으로고 강요했다"며 "형이 선친을 말씀대로 회사를 맡기고 학교로 나갔다. 형에게 제일 고마운 것은 동생이 맡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것"이라고 소개했다.
한 회장은 이어 "글로벌 기업이 1류라서 되는 게 아니라 밖으로 나와 달라고 해서 나갔더니 글로벌 기업이 됐듯이 경영도 꼭 하려고 하지 않아도 기회가 온다"며 "재산은 공평하게, 경영은 산업적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전문경영인에게 물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후계자 교육을 회사 내부와 외부 중 어떤 것이 좋은 지'를 묻는 질문에 있어 한국콜마 윤 회장은 "업무적인 테크닉이 아니라 가치를 승계하는 것이다. 가치를 수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그런데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며 "언제 회사 내부로 들어오는 지는 중요하지 않다. 특혜를 받았다는 인상을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주지 않는 게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