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가처분신청 심문기일 시작으로 내달 주총 표대결까지"엘리엇, 주총·국내 법리대결 지면 해외로 끌고 나갈 것"
  • 삼성물산과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엘리엇)의 본격 대결이 이번주 부터 시작된다. 엘리엇의 가처분 소송에 대한 19일 1차 심문을 시작으로, 내달 17일에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위한 임시주총에서 표대결도 벌어진다.

    다만 엘리엇은 주총과 법리대결 등 국내에서 패배하더라도 이 문제를 해외로 끌고 나가며 장기적인 싸움도 진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엘리엇은 지난 9일 서울중앙지법에 주주총회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고, 19일 첫 심문기일이 열린다.


    엘리엇이 이번주 중 삼성물산 주식 추가 매입을 시도할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진다. 법정 공방이 전개되는 동안에는 내달 17일로 예정된 주총에서 표대결을 위한 양측의 우호세력 확보싸움도 치열하게 벌어질 전망이다.


    증권가는 주총장 승자로 삼성물산이 다소 우세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교보증권은 삼성물산 측의 우호지분이 엘리엇의 우호지분을 앞설 것으로 봤다.


    백광제 교보증권 연구원은 "삼성물산 측의 우호지분이 19.8%인 반면 엘리엇의 지분은 7.1%에 불과하고, 10.2%의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 역시 수익률 극대화를 이유로 반대입장을 취하기 어렵다"며 "엘리엇을 제외한 외국인 투자자 26.7%의 표심 역시 유동적이므로 엘리엇 공세의 성공 여부에 회의적"이라고 평가했다.


    또 합병 성공시에는 엘리엇 측의 손해액 입증에 난항이 예상될 것으로 전망했다.


    백광제 연구원은 "합병이 성사된다면 출석주주 3분의 2이상의 동의를 구했다는 의미가 되고, 이는 합병의 정당성을 확보한 것"이라며 "엘리엇이 주식매수 시 이전 주주에게 삼성물산 지분가치를 지불한 바 없고 합병발표 이후 어떠한 금전적 손해도 입은 바 없으며, 소송을 해외로 끌고 가더라도 손해액 입증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진투자증권 한병화 연구원은 "합병 무산 시 발생할 주가 하락을 감내하고 합병 반대를 찬성할 투자자가 현실적으로 많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특히 국민연금이 반대를 하거나 기권할 확률은 높지 않다"고 예상했다.


    합병이 무산되면 국민연금이 약 1조원 규모로 보유 중인 제일모직 주식 가치도 하락하기 때문.


    한병화 연구원은 "우호지분을 포함한 삼성그룹의 지분 22%와 국민연금 10.1%, 국내 기관 7.7% 등 약 40%는 이번 합병에 찬성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엘리엇을 포함한 해외 펀드 전체 지분율인 34%보다 높다"고 말했다.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는 외국인 투자자들 역시 결국 삼성측의 손을 들어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도 삼성측이 약속한 합병 후 기업가치 제고에 대한 노력을 받아들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엘리엇은 주총까지 남은 한달 동안 지금까지 법원에 낸 가처분 소송을 준비하며, 주주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힘쓸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주총 표대결에서 불리한 입장에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는 만큼, 합병무산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각종 본안 소송과 주주제안 등을 통해 압박을 계속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우선 19일 시작되는 엘리엇의 주총 결의금지와 자사주 처분금지 가처분소송에 대한 결과는 종전 판례 등을 감안해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자본시장법에서 시세(주가)를 시장에서 형성된 공정 가격으로 보고 있어 합병비율 산정의 부정당성이 인정되기 어렵다"며 "과거 SK와 소버린 사이에서 벌어진 경영권 방어를 위한 자사주 매각도 국내 판결은 SK의 손을 들어준 바 있어, 법리대결에서 엘리엇의 승산은 낮다"고 말했다.


    국내 상법에 따라 산출된 합병비율이 문제가 없는 만큼, 엘리엇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는 합병비율(1대 0.35) 역시 문제가 없다는 것.


    이에 따라 지난 11일 KCC에 대한 자사주 처분금지 가처분 소송 역시 엘리엇이 한국에서는 이기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엘리엇이 이를 외국으로 가져갈 경우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국내 법조계 시각으로는 삼성물산이 적법하게 합병 비율을 산정했지만 외국계 투자자, 소액투자자를 비롯해 일부 해외 법조계 시각에서는 합병 비율이 잘못됐다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엘리엇이 자본시장법을 바탕으로 투자자국가분쟁해결(ISD)을 제기할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만약 이 경우에는 예측이 어려워 진다. 국내에서는 합병이 시장 가치를 따르는 반면 해외에서는 엘리엇의 주장처럼 순자산가치가 합병비율 산정의 주요기준으로 활용되기 때문에, 시각에 따라 정 반대의 판결을 받을 수도 있다.


    해외 여론이 엘리엇의 편을 들어주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과 영국 '파이낸셜타임즈' 등은 이번 삼성물산과 엘리엇의 대결을 보도하며 삼성의 지배구조를 문제삼고 있는 엘리엇의 주장을 옹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결국 엘리엇은 이번 이슈를 장기전으로 끌고 갈 가능성이 높다.


    소송 제기를 통해 주주들을 설득하고, 합병반대의 명분을 쌓아가면서 최종적으로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는 오랜 시간을 들여 수많은 단계와 방법을 거쳐 원하는 것을 얻어냈던 엘리엇의 과거 사례를 통해서도 알 수 있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