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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모직과의 합병을 두고 삼성물산 및 그룹과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엘리엇)의 신경전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논란의 핵심은 '1 대 0.35'라는 합병 비율이 과연 적절했는지에 대한 부분이다.
법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지만, 합병시점이 삼성물산 주주에게 크게 불리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따른 비율은 계산은 자본시장법에 규정된 기준대로 산출했다.(제165조의 4와 그 동법 시행령 제176조의 5에 규정)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지난 4월 26일부터 5월 25일까지 한달 동안의 주가 및 거래량을 기준으로 합병비율을 산출했고, 5월 6일부터 25일까지 외부평가기관인 삼정회계법인의 우선주 합병비율 평가로 진행됐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5월26일 합병을 위한 이사회를 열었기 때문에 기산일은 5월25일이다. 1개월 평균종가는 4월26일~5월25일, 1주일 평균 종가는 5월19~25일이 계산 범위다. 최근일 종가는 5월22일(금요일)이 기준이다.
문제는 이사회 개최 전 거래일인 5월 22일의 삼성물산 주가는 종가 기준 5만5300원으로 연간 최저 수준이었다는 점이고, 제일모직의 5월 22일 종가는 16만3500원으로 삼성물산과 반대로 고점 수준이었다는 점이다.
물론 자본시장법에 따라 이사회 결의일과 합병계약을 체결한 날 중 앞서는 날의 전일을 기산일로 최근 1개월간의 거래량 가중 산술평균 종가, 최근 1주일간의 거래량 가중 산술평균 종가, 최근일의 종가를 산술평균한 가액으로 산정해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결국 논란의 핵심은 시점의 문제다.
이번 합병에 반대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인물 중 한명인 김기준 새정치연합 국회의원은 제일모직 대 삼성물산의 합병 비율이 1대 0.35가 아닌 1대 0.41 수준이 적정하다고 주장한다.
김기준 의원에 따르면 제일모직은 2014년 12월 18일 상장 이후 6개월 간 거래량 가중 평균 가격이 12만3371원, 같은 시기 삼성물산은 5만8731원이다. 합병시점을 기준으로는 제일모직 주가가 14% 고평가됐고, 삼성물산은 5.8% 저평가됐다는 것.
업계 한 관계자 역시 "삼성물산 주가가 최하점인 반면 제일모직 주가가 최고점인 상황에서 합병이 결정돼 삼성물산 주주가 손해를 입게 됐고, 엘리엇 역시 이 부분을 집요하게 파고 들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물산의 실질적인 자산 규모가 제일모직에 비해 3배 이상, 자본총계는 2.5배 이상 많다는 점도 삼성물산의 가치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또 다른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 4.1%를 포함해 제일기획 12.6%, 삼성SDS 17.1%, 제일모직 1.4% 등의 지분을 갖고 있어 이들 지분 가치는 약 14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면서 "반면 삼성물산의 5월22일 주가 5만5300원을 기준으로 한 삼성물산 시가총액은 8조6300억원 수준이기 때문에, 삼성물산 자체 기업가치는 물론 보유하고 있는 지분가치 마저도 인정받지 못한 상태에서 합병비율을 적용한 셈"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법적인 문제는 물론 합병시점과 밸류에이션에도 전혀 문제가 될 것 없다는 주장도 있다.
대신경제연구소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해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대신경제연구소측은 "합병과정에서 법규 위반 사항이 없을 뿐 아니라 일부 논란에도 불구, 합병시점 및 밸류에이션 문제가 크지 않다"며 "합병 후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해소가 가속화돼 지배구조 개선이 향후 주주권익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삼성물산의 보통주 합병가액은 최근 1개월 평균 주가와 유사한 5만5767원으로 산정됐지만, 삼성물산의 3개월 및 6개월 거래량 가중평균 주가도 각각 5만9574원, 5만8,659원으로 비슷하게 나타났다"며 "같은 기간 합병비율도 제일모직 1주당 삼성물산 0.35009주를 교환하는 기존 합병비율과 유사한 수준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합병시점을 변경하더라도 합병비율 변화는 차이가 없다는 것.
결국 이번 논란으로 삼성물산과 그룹을 넘어 국내 대기업들의 지배구조 문제가 다시 제기될 수 밖에 없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대부분의 그룹들이 계열사 간 내부거래, 순환출자, 2·3세 승계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며 "비난도 있지만, 지배구조 문제는 압축 성장을 해온 기업들에는 중장기적으로 해소해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삼성그룹 입장에서는 합병비율에 대한 해명도 중요하지만, 주주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비전을 먼저 내놓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번 합병이 이재용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한 절차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려운 가운데, 주총을 앞두고 합병에 따른 시너지 또는 기업가치의 개선 방안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해야 주주들의 동의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