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기량 3천㏄→2800㏄, 요금 상한제도 없애…택시조합들 환영일반·모범택시 요금 같은 대부분 지역…고급택시 전환으로 모범택시 요금 오를 듯택시 총량제·감차사업으로 불법 콜 양성화 어려워…기존 고객들 "계속 불법 이용하겠다"
  • ▲ 택시.ⓒ연합뉴스
    ▲ 택시.ⓒ연합뉴스

    국토교통부가 기준 배기량, 요금 상한제 완화 등 고급택시 활성화에 나선 가운데 기존 모범택시 요금인상만 부채질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부는 수요가 충분히 있다는 설명이지만, 서울·부산·인천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게 일반적인 의견이다. 택시 총량제로 신규 면허 발급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기존 불법 영업 사업자들이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기도 어렵고 기존 불법 콜 이용자들도 편의성 때문에 기존 거래처를 계속 이용할 거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고급택시 기준 배기량 낮추고 요금도 자율신고제로 전환…이르면 7월 말 시행

    19일 국토부에 따르면 고급택시 기준 배기량을 3000㏄ 이상에서 2800㏄ 이상으로 낮추고 요금 자율결정, 차량 외부 택시표시등 의무 면제 등의 내용을 뼈대로 하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이 다음 주 법제처에 넘겨져 심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개정안을 보면 고급택시 기준 배기량이 2800㏄ 이상으로 낮아진다. BMW·벤츠 등 고급 대형 외제차량 말고도 배기량이 2999㏄인 현대·기아차의 그랜저·아슬란· K7도 고급택시 차량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된다. 3000㏄ 미만인 BMW 7시리즈·벤츠S클래스·아우디 A8 등도 기준을 충족하게 돼 고급택시 사업자의 차량 선택 폭이 넓어진다.

    요금도 상한선이 없어진다. 기존에는 시·도지사가 정한 상한선과 요율 범위 안에서 택시요금을 받아야 했지만, 개정안이 시행되면 사업자가 시장수요 등을 고려해 자율적으로 요금을 정한 뒤 신고만 하면 된다.

    고급택시는 모범택시와 달리 택시표시등, 미터기·카드결제기 장착 의무도 없다. 외관상 일반 고급 승용차와 차이가 없는 셈이다.

    국토부는 고급택시에 택시표시등이 없는 만큼 예약전용 택시로 운영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그동안 강남 유흥가 등에서 고급 외제 승용차를 이용해 불법으로 승객을 실어나르다 적발되는 사례는 있었지만, 정식으로 고급택시 영업을 하는 사업자는 없었다"며 "서울, 부산 등에서 고급택시에 대한 문의는 많았던 만큼 시장 수요는 충분히 있다고 보고 관련 규정을 현실화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개정안이 차질 없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 7월 말이나 8월 초부터 시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부산·인천 외 지역 수요층 제한…모범택시 요금인상 빌미 제공 우려

    그러나 국토부의 고급택시 활성화가 제한된 수요층으로 말미암아 몇몇 지역에서만 운용될 거라는 의견이 제기된다.

    특히 시·도지사가 정한 요금 상한선에 의해 모범택시 요금이 일반 개인택시와 차이가 없는 대부분 지역에서는 개인택시 사업자가 고급택시로 갈아타면서 사실상 기존 모범택시 요금만 올라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급택시 활성화와 관련해 지역·개인 택시운송조합은 일반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이다.

    국토부는 법인택시도 참여할 수 있게 고급택시 진입 장벽을 없앴다. 법인택시들은 요금을 다양화해 고객 선택 폭을 넓힐 수 있다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서울택시운송사업조합 관계자는 "우버택시에서 나타났듯이 고급택시에 대한 수요가 있다"며 "천편일률적인 택시요금을 다양화할 수 있고 서비스 수준을 높임으로써 익명성을 요구하는 고객 등 기존 불법 콜 이용자를 흡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급택시로 사업성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개인택시운송조합도 환영하는 눈치다. 서비스를 차별화할 수 있어 고객대상이 확대될 수 있다는 이유다.

    그러나 서울, 부산, 인천을 제외한 지방자치단체는 고급택시 활성화에 의문을 제기한다. 비싼 요금 탓에 실수요가 많지 않을 거라는 설명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외국 바이어 왕래가 잦은 인천이나 서울, 부산 지역은 고급택시 수요가 있지만, 다른 지역은 비싼 요금을 내고 고급택시를 탈 수요층이 제한적"이라고 고급택시 활성화에 의문을 제기했다.

    오히려 모범택시 요금이 기존 개인택시 요금과 같은 지역은 고급택시 전환을 이유로 기존 모범택시 요금을 올릴 수 있어 부작용이 예상된다는 견해가 많다.

    부산의 경우 중형 일반택시는 기본료 2800원에 거리요금은 143m, 시간요금은 34초마다 각각 100원 오르지만, 모범택시는 기본료 4500원에 거리요금은 160m, 시간요금은 38초마다 각각 200원이 오른다. 시장이 정한 기준 요금체계가 다른 것이다.

    하지만 다른 시·도의 경우 일반택시와 모범택시 요금체계가 중형택시 요금으로 묶여 동일하게 적용받는 곳이 많다. 무늬만 모범택시일 뿐 사실상 일반택시와 이용료가 같은 셈이다.

    지자체 관계자들은 고급택시 요건이 완화되고 요금체계를 기존 상한신고제에서 자율신고제로 바꾸면 이들 지역의 모범택시가 고급택시 전환을 이유로 요금을 올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아무래도 고급택시가 모범택시보다 비쌀 수밖에 없다"며 "택시 잡기가 어려운 시간대 모범택시를 이용하던 승객들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더 비싼 요금을 내야 할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음지에서 일반 승용차로 불법 콜 영업을 하던 기존 사업자들이 제도권 내로 진입하기도 쉽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택시 감차 사업과 총량제가 시행되는 가운데 국토부가 고급택시와 관련해 별도의 신규면허 발급은 없다고 선을 긋고 있어서다.

    기존 불법 콜 이용자 대부분이 유흥가 종사자나 신분 노출을 꺼리는 익명 고객들인 가운데 이들이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존 사업자들과 결별하고 굳이 새롭게 고급택시를 이용할지도 의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유흥업소 관계자는 "불법 콜을 이용하는 것은 정액제라 상대로 싸게 이용할 수 있고 무엇보다 단골이라 믿고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고급택시가 나타난다고 해서 기존 업체와의 거래를 끊을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