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금융은 정책금융… 지속적 흑자 요구 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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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핵심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는 기술금융이 성공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시제품 및 출시품 제작 단계에 지원을 집중해야 한다는 정책 제언이 나왔다. 기술기업이 자금을 가장 필요로 하는 시기가 그 무렵이기 때문이다.
또, 기술금융을 실시하는 정책금융기관에 일정 규모의 흑자를 지속적으로 요구하지 말고, 경우에 따라 손실이 초래될 수도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책금융기관의 역할과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손상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기술금융 과제와 개선방향' 보고서를 통해 “기술금융에 대한 기업의 수요와 실제 조달되는 정책자금 사이에 차이를 보인다. 특히 기술기업의 시제품 및 출시품 제작 단계에서 이 같은 격차가 심해진다”며 이처럼 강조했다.
손상호 위원은 기업의 기술개발 단계를 △기초연구 △응용연구 △시제품 개발 △출시품 제작 △시장진출 △시장확대의 6단계로 구분해 시기별 자금의 수요·공급 패턴을 분석했다.
기업 현장에서 시작되는 3000개의 원시적 아이디어는 기초연구 단계에서 300개의 프로젝트로 줄어든다. 이는 다시 응용연구단계에서 125개로 줄어든 뒤 최종적으로 시장확대 단계를 거쳐 사업화에 성공하는 경우는 1개에 불과하다.
즉, 기초연구 단계의 프로젝트가 사업화에 성공할 확률은 0.3%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반면 기초연구 단계에서 시장출시 단계로 갈수록 소요되는 비용은 커진다고 손상호 위원은 설명했다.
기술개발 초기에는 정부 지원을 받기가 비교적 쉽고, 후반기인 시장개척 단계에서는 시장에서의 자금지원이 확대되기 시작한다.
하지만 중반기인 상품개발단계에서는 정부 지원도 부족하고, 벤처투자자들에게서 투자를 받기도 쉽지 않다.
손상호 위원은 “기술금융에 대한 기업의 수요는 응용연구 이후의 단계에서 급격히 증가하지만 이 과정에서 정책자금의 조달비중은 급속히 감소한다”며 “이 과정에서 기업들은 설비투자 비용을 조달하는데 애로를 겪게 되는데, 이 현상은 ‘죽음의 계곡’이라는 용어로 표현된다”고 설명했다.
손상호 위원은 아울러 기술금융에 있어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기술금융은 시장실패가 큰 분야이므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특히 정책금융은 기술개발 단계 가운데 자금 수요와 정책자금의 공급 간 차이가 가장 크게 나는 시제품 및 출시품 제작 단계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술금융이 성공적으로 정착하려면 정부나 정치권 등이 흑자에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손상호 위원은 “정책금융기관에 대해 일정 규모의 흑자를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리스크가 큰 기업을 대상으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경우에는 손실이 초래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정책금융기관의 역할과 기능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