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직격탄 항공업계 지원은 중소업체 우선…대형사는 고려 안 해가뭄 대책으로 4대강 봇물 활용 방안 추진…환경단체 "뒷북 행정" 지적

  •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이 전세난과 재건축·재개발에 의한 전세 난민들의 주거 불안 대책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만 강조해 무책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뭄 대책과 관련해서는 관계 부처 간 협의를 통해 송수관을 추가 설치하는 등 4대강 봇물을 활용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환경단체는 뒷북행정이라는 지적이다.

    유 장관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직격탄을 맞은 항공업계 지원과 관련해선 중소업체는 지원을 고려하고 있지만, 대형사는 현재로선 지원이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대형사는 상황이 더 심각해지면 공항 이용료 감면을 우선 검토하겠다는 태도다.

    유 장관은 23일 취임 100일을 맞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서민 전·월세난 대책에 관한 질문을 받고 "공공임대주택 확대 등 장기 대책과 단기 대책을 병행하고 있지만, 전세는 구조적 문제로 전셋값이 오르고 있어 걱정"이라며 "월세는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고 문제는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할 수밖에 없는 경우인데 모니터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 장관은 "전세의 월세 전환이 전세보다 부담이 크지만, 임대주택을 늘리는 것밖에 다른 왕도가 없다"며 "기업형 임대주택(뉴스테이)을 위한 법이 통과되면 효과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유 장관은 도심 재정비 사업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재건축·재개발로 말미암아 주변 지역으로 밀려나는 전세 난민에 대해서는 "파악하기로는 불편하지만, 대란이 일어날 정도의 부담은 없는 것 같다"며 "꾸준히 모니터하려 한다"고 밝혔다. 그는 "가령 강동구 재개발·재건축으로 주변 지역으로 옮겨가는 경우도 있지만, 지역 내 다가구 주택으로 이사하는 사례도 많다"며 "특단의 대책이라기보다는 현재 모니터하고 관리하는 것으로 대책을 삼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 장관은 "도시 재정비 문제는 대책이 지난달 29일부터 시행되고 있어 효과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절차 간소화나 사업성 제고 방안 등 추가 대책도 마련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유 장관의 답변이 서민 주거안정을 책임지는 주무부처의 수장으로서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전·월세난은 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가져왔다"며 "시장 상황을 그저 지켜보겠다는 게 무슨 대책이냐"고 꼬집었다.

    유 장관은 가뭄 대책과 관련해서는 4대강 물을 이용할 방법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유 장관은 "4대강 사업 보에는 상당한 물이 확보돼 있지만, 봇물로 직접 혜택을 주는 수단이 거의 없다"며 "지금 농림축산식품부와 송수관을 새로 설치하는 방안 등을 강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환경단체는 뒷북 대책이라는 견해다.

    환경운동연합은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을 하고 나면 물난리와 가뭄 피해가 사라질 거라고 했지만, 4대강 사업으로 물을 확보한 곳은 지금 농업용수가 필요한 중산간 지역과 상관없는 대하천 주변"이라며 "아예 공사 과정에서 용수공급 시설을 갖추지도 않았는데 이는 멀리 상류까지 끌고 가는 것이 비경제적이고 하류 도시들은 물 공급이 넘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환경운동연합은 "국토부는 댐 저수율이 급격히 감소하는데도 3월부터 하천용수 방류를 줄인 것밖에 한 일이 없다"며 "국민 불편이 정권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질까, 자신들이 해야 할 물 수요 관리 등의 대책을 추진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유 장관은 메르스 직격탄을 맞은 항공업계 지원과 관련해서 "대형 항공사가 어렵지만, 직접 도울 방법은 아직 생각할 때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중소업체는 지원방안을 생각하고 있지만, 현 상태에서 대형 항공사 지원은 조금 이른 감이 있다"며 "과거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등을 보면 1차로 공항공사나 인천공사에서 공항 이용료를 낮추는 방안이 있고 더 심각해지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세제 감면은 그다음 단계다"고 부연했다.

    유 장관은 국회 예산정책처에서 최근 국토부의 해외건설 수주 지원이 미흡하다고 평가한 것에 대해선 "저유가 때문인지 중동지역이 조금 부진하지만, 지난해 이맘때 대형 수주가 꽤 있었던 만큼 기저효과가 있는 것 같다"며 "앞으로는 플랜트뿐만 아니라 도시, 철도, 뉴타운 건설 등에도 역점을 두어 시장도 개척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유 장관은 최근 상품 출시를 무기한 연기한 초저금리 주택담보대출 상품 '수익공유형 은행 모기지'와 관련해선 "상품을 폐기한 것은 아니며 가계부채 문제가 정상화되면 이미 발표한 대책이므로 적당한 시점에 내놓을 것"이라며 "다른 모기지 상품도 정상적으로 추진하겠다"고 잘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