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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이 기업의 자사주 매각을 제한하는 법률을 발의해 논란이 일고 있다.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의 자사주 매각과 관련해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자 경제계에서는 경영권 방어를 주문하고 있지만 오히려 이를 악화시키는 법안이 나오자 야당의 '삼성 때리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뒤따르고 있다.
24일 국회에 따르면 이종걸 새정치연합 원내대표 등 야당 의원 10명은 지난 17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상장사가 자사주를 매각하려면 원칙적으로 미리 소각하거나 각 주주가 소유한 주식 수에 비례해 배분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이 법안은 엘리엇이 지난 4일 삼성물산 지분 7.12% 보유 사실을 공시한 뒤 삼성그룹을 향한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는 가운데 발의돼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개정안 발의 전 단 한차례도 공청회를 열지 않았다.
삼성물산은 내달 17일 엘리엇과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앞두고 우호 지분 확보를 위해 지난 11일에는 자사주 5.76%를 KCC에 매각하기도 했다.
정치권에 따르면 이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당장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는 소급적용되진 않는다.
다만 향후 국내 대기업들의 자사주 매각을 통해 우호 지분을 모으는 길은 막히게 된다. 국내 대기업들이 자사주를 더이상 '경영권 방어'를 위해 쓸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법안 발의자로는 이종걸 원내대표를 비롯해 강창일, 김기준, 김영록, 박광온, 박영선, 신정훈, 안민석, 추미애, 홍익표 의원 등이다.
이들은 법안 발의 배경으로 "주권 상장 법인의 인적 분할이나 합병 때 자사주를 이용해 대주주 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가 빈번하게 발생해 '주주평등주의'가 더이상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 밝혔다.
새정치연합의 대기업 자사주를 겨냥한 규제 법안은 지난 11일에도 있었다. 박영선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인세법 개정안은 기업 분할로 자사주에 분할 신주를 배정할 때 양도차익을 과세하도록 했다.
또 지난 2월에는 김기준 의원이 낸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대기업 계열사가 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위해 분할할 경우 자사주를 의무적으로 처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야당의 이러한 움직임에 경제계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자사주 매각 권한을 뺏는 것은 기업 경영권에 방어막을 해제하는 일과 같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