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엔 실질실효환율 사상 최고치 근접
  •  

    북한의 기습 남침으로 시작된 6.25 전쟁 발발 65주년을 맞은 25일, 한국 경제는 예상 못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습격과 '엔저'의 공습, 그리스의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탈퇴 우려 등 '3각 기습'에 시달리면서 존망의 기로를 맞고 있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6월중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9로 전월대비 6포인트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의 경제상황에 대한 심리를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CCSI는 올해 1월 102, 2월 103, 3월 101, 4월 104. 5월에는 105로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려왔으나 이달에는 99로 하락 반전됐다.

     

    메르스 사태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때문으로 풀이된다.

     

    CCSI는 2003년 1월부터 2014년 12월 사이 장기평균치를 기준값 100으로 하고 100보다 높으면 소비자들의 심리가 장기평균보다 낙관적이고, 100보다 낮으면 비관적임을 의미한다.

     

    특히 현재의 경기판단 CSI는 65에 불과해 5월보다 무려 14포인트나 '급전직하' 했으며, 향후 경기전망 CSI도 79로 12포인트 폭락, 메르스로 가계의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악화됐는지를 보여준다. 그만큼 내수 경기는 '빙하기' 수준이다.

     

    그동안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었던 수출은 엔저에 따른 상대적 가격경쟁력 악화로 신음하고 있다.

     

    이달 중순 한때 900원대에서 머물렀던 원/엔 환율은 19일부터 다시 100엔당 800원대로 떨어져 23일에는 891.5원으로 890원선 붕괴까지 우려되는 실정이다.

     

    원/엔 환율이 900원선 밑에서 움직이는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지난 2008년 2월 이후 처음이다.

     

    원/엔 실질실효환율은 5월 현재 163.8포인트로 역대 최고치인 2007년 7월의 165.3포인트에 근접했다. 엔화의 실질실효환율은 2012년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한 반면, 원화는 강세기조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질실효환율은 각 교역 상대국의 명목 환율에 무역비중과 물가수준을 가중치로 적용, 각국의 수출경쟁력을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한다.

     

    이에 따라 세계 시장에서 일본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한국의 대 세계 수출증가율은 지난해 2.3%에서 올해 들어서는 월평균 5.7%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있으며, 대일본 수출증가율은 2011년 19.0%였던 것이 2012년 -2.2%, 2013년 -10.7%, 2014년 -7.2, 금년에는 -18.5%로 바닥을 모르게 추락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 섬유, 금속, 기계, 전자 등 우리의 주력 산업들이 치명타를 맞고 있는 실정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그리스의 국가부도에 이은 유로존 탈퇴 우려에 따른 국제금융시장 불안은 또 다른 위기를 부를 지뢰밭이다.

     

    그리스 정부와 채권단의 의견차이가 좁혀졌다지만 그리스 국내 강경파의 반발이 만만찮은 상황인 것으로 알려져, 24-25일(현지시간)의 '벼랑 끝' 협상 결과가 주목된다.

     

    이런 '3중고'에 시달리는 우리 경제를 구원해 줄 '경제 UN군' 격인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 편성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정부가 세수 추경 5조원과 세출 추경 5조원에다 '플러스 알파'를 더 하자는 안을 제시했다고 24일 밝혔다. '10조원+알파'다.

     

    알파의 실제 규모가 변수지만, 20조원 이상의 '슈퍼 추경'을 기대했던 경제계의 바램과는 거리가 멀다.

     

    지난 20일 현대경제연구원은 메르스 한파와 수출 부진을 극복하고 3%의 성장률을 달성하려면 적어도 22조의 추경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존망의 위기에 빠진 한국 경제, 기습적인 '내우외환'을 극복하고 활력을 되찾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